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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3.10 조회수 :651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2014년까지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천”을 제시, 소득 1~2분위는 대학등록금 전액 무상, 3~4분위는 3/4, 5~7분위는 반값, 8분위는 1/4 지원을 통해 2014년에 실질적인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또한 2013년 업무보고에서 “경제적 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에 대해 성적기준 폐지 등을 포함”해 기준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비록 명목상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반값 등록금’ 공약은 아니었지만 국가장학금 확대와 제도개선 약속에 대한 학생·학부모들의 기대는 높았다.
그러나 그 기대는 다시금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대선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으며, 교육부의 제도개선 방향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금액이 문제다. 2014년 국가장학금 Ⅰ유형의 연간 학생 1인당 지원액은 소득 2분위 이하 450만 원, 3분위는 337.5만 원, 4분위 247.5만 원, 5분위 157.5만 원, 6분위 112.5만 원, 7·8분위는 67.5만 원이다. 전체 대학생의 82%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학생 중 소득 3분위 이상은 등록금 반값을 지원받지 못하는 셈이다. 최대 지급액이 여전히 국·공립대 연간 등록금 수준인 450만 원에서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사립대학 평균 연간등록금이 736만 원임을 감안하면 소득 2분위 이하에 대한 지원 또한 ‘전액 무상’에서 크게 후퇴했다. 경희대의 경우 2013년 연간등록금이 763만 원으로 장학금을 전액 지급받더라도 313만 원이 부족하다.
성적기준 완화도 문제다. 기존 국가장학금의 성적 기준은 B학점 이상(직전학기 12학점 이상,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었다.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국가장학금을 전액 지원 받더라도 아르바이트 등을 할 수밖에 없고, 학점 부여 방식이 상대평가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B학점 이상을 받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학기 국가장학금 탈락자(19만 2,454명)의 40%(7만 7,409명)가 성적기준 때문에 탈락한 소득 3분위 이하 학생들이었을 감안하면 대폭적인 성적기준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기존의 B학점 이상의 성적기준을 유지한 채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 1분위 학생에 한해 한차례 ‘C학점 경고제’가 도입된 것이 전부다.
국가장학금 Ⅱ유형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따라 장학금의 지급액의 차이가 커 학생 1인당 지급액이 만 원에 불과한 대학이 생겨나거나, 대학들이 약속대로 자체 장학금을 확충하지 않아 지원액을 환수당하는 경우도 많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 개선을 통해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학생 지급액을 최소 10만 원 이상 지급하도록 한 것을 제외하면, 이러다할 개선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더욱이 대학들 스스로 등록금 부담완화에 동참하도록 마련된 제도이지만, 국가장학금 시행 첫해인 2012년 사립대의 등록금 인하율은 3.9%에 불과했다. 경희대(2.9%)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은 더 낮아 3% 내외에 그쳤다. 2013년, 2014년에는 대다수 대학들이 인하보다는 동결에 그쳐 등록금 인하효과는 더욱 미미했다. 2014년 국가장학금 Ⅱ유형 예산(5천억 원)이 2012년(1조 원)에 비해 반으로 줄어든 것만 봐도 정부 스스로 등록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장학금 제도로는 고액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올해 경희대 등록금이 동결되기는 했지만 애초 3.7% 인상안을 내놓으며 밝힌 것처럼, 장기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 보다는 등록금 인상을 선택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매년 등록금을 인상한다면 국가장학금을 받더라도 학생·학부모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의 국가장학금 예산은 법령으로 정해진 바가 없기에 정부의 재정 상황에 따라 변동가능성도 크다.
물론 국가장학금 도입과 예산 확대 등으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이라는 틀 안에 갇혀 일부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고액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부가 직접 학생 등록금의 절반을 교부금으로 부담해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이 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처럼 저소득층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11년 국민들의 ‘반값 등록금’요구는 국가장학금 도입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국민들의 요구가 있지 않았다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시금 등록금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때다. 그 시작은 등록금 납부 당사자인 학생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아닐까 한다.
<이 글은 경희대 '대학주보'에 기고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