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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1.15 조회수 :596
교육부는 1월 9일, 2014년 국가장학금 예산을 작년보다 6,825억 원 증액한 3조 4,575억 원으로 확정․발표했다. △2013년 대비 소득 2~6분위 Ⅰ유형 국가장학금 지원액이 차등 증액됐고 △셋째아이 이상 신입생에 대한 다자녀 국가장학금이 신설됐으며 △기초~1분위 저소득층에 대해 C학점 경고제와 지방인재 장학금이 신설됐다.
2014년 국가장학금은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 확대되고, 성적기준 완화 방안이 처음으로 제기되는 등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국가장학금 대폭 확대’가 아닌 ‘반값등록금 정책 포기’로 평가되어야 한다. 2014년 국가장학금 지원 방안은 박근혜정부의 첫 국가장학금 예산 편성인 만큼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 실천 의지가 최대치로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대선 당시 ‘국민행복 10대 공약’의 하나로 “2014년까지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천”을 제시했다. 소득 1~2분위는 대학등록금 전액 무상, 3~4분위는 3/4, 5~7분위는 반값, 8분위는 1/4 지원을 통해 2014년에 실질적인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을 완성하겠다는 것이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후보와 새누리당은 대통령선거 공약집을 통해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미지=새누리당 누리집에 실린 '행복교육을 위한 5대 실행 방안' 공약집 갈무리)
하지만 결과는 반값등록금 공약 폐기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이 학생․학부모, 교육단체들이 요구해 온 교부금(국가가 책임질 예산 규모를 법으로 규정해 지원하는 방식)을 통한 전체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현이 아닌, 국가장학금을 통한 소득분위별 차등 지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반값등록금’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전체 대학생의 82%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학생들은 소득 3분위까지도 등록금 반값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1> 참조)
대선공약이 등록금 실 금액이 아닌 국가장학금 지원 상한액(450만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고 해도 4~8분위 지원은 공약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그나마 국회에서 당초 교육부가 제출한 지급액을 상향 조정해 확정한 금액이 이 정도다.
저소득층에 대한 성적 기준 완화도 그렇다.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3년 1학기 국가장학금 탈락자(19만 2,454명)의 40%(7만 7,409명)가 성적기준 때문에 탈락한 소득 3분위 이하 학생들이었다.
([국감]국가장학금 성적탈락 60%가 저소득층<한국대학신문 2013.10.14>)
국가장학금이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인 등록금 지원 방안이 되기 위해서는 성적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교육부 또한 2013년 박근혜정부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제적 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에 대해 성적기준(B0) 폐지 등을 포함”하여 기준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1년 만에 ‘성적기준(B0) 폐지’는 소득수준 기초~1분위를 대상으로 1회에 한해 C학점을 허용하는 ‘C학점 경고제 도입’으로 대체되는데 그쳤다.
한편 소득분위에 따라 정부에서 일괄 지원되는 국가장학금 Ⅰ유형 예산은 2012년 7,500억 원에서 2013년 2조 750억 원, 2014년 2조 8,350억 원(다자녀 국가장학금 예산 제외)으로 증액된데 비해, 대학의 등록금 인하․동결, 장학금 확충 등에 매칭으로 지원되는 Ⅱ유형 예산은 2012년 1조원에서 2013년 7천억 원, 2014년 5천억 원으로 감액됐다. 그나마 이 중 1천억 원은 지방인재장학금 예산으로 전환되어 실제 대학의 등록금 인하 등 자체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예산은 4천억 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정부 스스로 국가장학금을 통한 대학등록금 인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대폭 축소한 셈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대학에 따라 지급액도 천차만별인데다 장학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소액 지급에 그치거나, 대학들이 약속대로 자체장학금을 확충하지 않아 지원액을 환수하는 경우도 많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정책적 판단에 따라 Ⅱ유형 예산을 줄이거나 폐지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다른 대안도 없이 사실상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포기하려는 데 있다. 그 결과 대학들은 2012년 한 해만 등록금을 소폭 인하했을 뿐 그 뒤로는 복지부동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장학금은 국민들의 반값등록금 요구로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변칙적으로 받아들이다보니 정부지원을 확대하면서도 등록금은 낮추지 못하고, 사립대학 재정운영의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이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이번 방안을 보면 국가장학금 예산을 4조원까지 확대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반값등록금 실현은 불가능하다. 애초 박근혜정부가 국가예산 4조원 확보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던 것 자체가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예산 확대가 일회성 선심 쓰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부가 직접 학생등록금의 절반을 교부금으로 부담하고 사립대학 운영에 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국민적 요구로 확대된 등록금 지원 예산이 ‘국가장학금’이라는 굴레에 갇혀 반값등록금 실현과 사립대학 개혁, 제반 고등교육 지원 확대 모두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 참조 [논평] - 대선 후보 대학 등록금 공약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