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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7.27 조회수 :732
세종대의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퇴출 방침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세종대 생협은 5,300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학내 매점과 식당, 자판기 등을 운영하며 학생복지사업을 지원해 대학 생협의 모범사례로 평가돼 왔다. 그런데 세종대는 생협의 운영권을 빼앗으려 한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모범사례로 평가받은 생협, 뺏으려는 세종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태의 전개 과정은 이렇다. 2009년 주명건 전이사장(교육부 감사 지적사항 미이행으로 2005년 사임)이 추천한 사람들이 다수 포함된 임시이사회가 파견된 후 대학 본부는 생협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며 감사를 했고, 이후 교내 전체 복지시설에 대한 입찰을 진행하겠다고 생협에 통보했다.
생협과 학생들이 반발하자 대학본부는 한발 물러서 2010년 7월 식당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의 운영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생협이 이를 거부하자 대학본부는 약정해지를 통보하고, 2011년 4월 ‘생협이 사용하고 있는 교내 건물을 돌려달라’는 명도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학교측 손을 들어주었고, 서울동부지법은 2012년 ‘7월 20일까지 교내의 생협 매장을 자진 철수하지 않으면 강제 집행하겠다'는 내용의 예고장을 통보했다.
세종대 주장 과연 설득력 있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교측은 생협 퇴출 이유로 “생협이 계속 적자 운영을 해왔고,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가격 및 질적인 면에서 현재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 업체를 선정하고, 이익금 전액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학교가)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생협 (일부) 매장의 낡은 시설을 학교가 고쳐 직영하려는 것”이라며 “외주업체가 들어와 가격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는 ‘위탁’한다고 했다가, ‘직영’으로 입장을 바꾼 셈이다. 위탁을 하면 외부 업체에 임대료와 기부금 또는 발전기금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익을 내야하는 외부 업체로서는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 현재 일반 가격보다 싸게 제공하는 복지시설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다. 생협이 없는 상당수 대학과 같이 대학 당국과 외부 업체는 학생들 호주머니를 털어 돈을 벌게 된다.
생협이 이 점을 비판하자 세종대는 ‘직영’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학이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현재 극소수 대학을 제외하고는 없다. 더군다나 세종대는 언론에 생협직원의 고용보장과 관련 “정직원의 고용승계는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생협의 “인건비 등 경영 몸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상당수 직원이 해고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 돼도 질 높은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을까?
이익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세종대는 학생들 반대가 강하자 생협이 ‘수익금의 장학금 기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대학이 운영하면 ‘이익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모양이다. 생협은 “학교 측과 다수 학생에게 포괄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장학금이 아닌 학생복지기금으로 쓰기로 이전에 협의했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세종대가 학생 장학금 지급을 그토록 중요시 한다면 법인과 대학 예산 운영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대학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1년 결산서를 보자. 세종대는 전체 적립금 가운데 36억원을 인출했다. 그러나 39억원이나 쌓여있는 장학적립금은 한푼도 인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건축적립금 50억원을 포함 모두 87억원을 또 적립(장학적립금은 2억5천만원)했다. 2011년 한해에만 순수하게 50억원이 넘게 적립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쌓인 적립금 총액이 8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교내장학금은 2010년 157억원에서 2011년 167억원으로 10억원 밖에 늘지 않았다.
대학이 적립금 축적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이래도 생협이 장학금 기탁 약속을 어겨서 운영권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비리로 해임됐던 전 이사장이 사실상 복귀하면서 벌어진 세종대 당국의 생협 퇴출 의도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대 생협 문제 해결 위해 모두가 나서야
세종대는 학내외에서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강제집행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만 보더라도 이른바 ‘돈 되는 매장만은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생협을 서서히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다.
세종대 당국은 생협 퇴출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만 봐도 이미 그 효용성은 입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못 미더우면 대학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묻고 결정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세종대의 생협 퇴출 방침은 한 대학의 문제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광풍이 불고 있는 대학 상업화 문제와 첨예하게 맞물린 문제다. 거대 자본과 상업 논리에 저항했던 대학이 어느새 최첨단 서비스와 시설로 무장한 자본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생협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 상업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생협은 더욱 확대되고 활성화 되어야 한다.
세종대 생협이 퇴출된다면 다른 대학 생협도 위협 받을 수밖에 없고, 이런 사례가 반복되다 결국 대학이 학문 공동체라는 본질적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거대 자본과 상업 논리만이 횡횡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세종대 생협 퇴출 반대 운동에 세종대 구성원을 넘어 다른 대학 구성원 그리고 대학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이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생협의 가치와 의미
대학 생협은 1980년대 중후반, 총학생회가 학생 복지사업을 다루고자 만든 학생복지위원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대학 복지시설은 외부업자에게 임대를 주어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복지 향상보다는 이익을 남기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당연히 학생들의 불만은 커져갔고, 학생 소비로 발생한 대학 내의 이익금이 외부로 나간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대학에서 연대 모임을 만들고 정보를 교류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생협이 출발하게 된다. 처음에는 학생들만으로 운영하다 다양한 어려움과 문제점이 발생하자 점차적으로 교수 직원까지 참여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현재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는 18개 국공립대학과 12개 사립대학 등 모두 30곳이 활동 중이며, 점차 확대되어가는 추세에 있다. 대학 생협은 합리적인 소비와 문화생활을 추구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자 교수 학생, 직원 등 대학 구성원 스스로가 조직한 협동조합이다. 구성원 스스로 출자하고, 운영하며, 이용한다. 대학생협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조합원과 대학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기에 질 좋은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다. 이익금 역시 대학 구성원들에게 환원된다.
대학 생협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 단위들과 직접 연대해 저렴한 가격으로 직거래를 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 생협의 운영 주체로 직접 참여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예비사회인으로서 소양도 쌓을 수 있다.
대학 생협의 이런 특징은 정치권력이나 거대자본, 대학 당국 등의 통제와 간섭을 벗어나 주체적이고, 민주적이며, 투명하게 운영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세종대의 생협 퇴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원칙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
세종대 생협이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이미지=세종대 생협 홈페이지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