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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철폐’ 대선 공약 뒤집는 강압적 ‘총장직선제’ 폐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7.16 조회수 :598

최근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5개 국립대학에서 총장직선제 유지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해당 대학들 역시 단호하게 ‘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던 전남대 당선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선자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시인했고, 급기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인 ‘총장직선제’ 나락으로


총장직선제는 87년 6월 항쟁의 성과물로 목포대를 시작으로 전국 대학으로 확대되어 갔다. 한 때는 전국 83개 대학으로까지 확대되었던 총장직선제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사립대를 중심으로 임명제로 전환되다 급기야 일부 국립대와 극소수 사립대에만 남고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 이유는 정권과 사학재단 그리고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세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 교수들만의 직선으로 치러지면서 파벌과 논공행상, 줄서기 등 온갖 탈법과 그로 인한 후유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 수사까지 받은 전남대 현실은 총장직선제가 어디까지 와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민주화 운동의 산물인 총장직선제를 이렇게 망가뜨린 당사자들은 할 말이 없을 뿐더러 엄정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총장직선제가 유지되더라도 교수들만의 직선제로 유지되던 그동안의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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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는 7월 3일 총장선거 부정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13일 1순위 당선자가 사퇴했다.

(이미지=전남대 홈페이지 캡쳐)

 

정권 강압에 의한 총장직선제 폐지, 과연 옳은가?


그러나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서 정부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장직선제를 폐지시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 총장직선제가 비록 논란이 많다고 해도 대학 자율과 민주화 그리고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상당 부분 확보해 왔던 것만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관치가 ‘대학의 발목을 잡아왔’으며,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관치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바, 이를 ‘객관적 지표에 의한 재정지원으로 전환’해 관치를 ‘완전히 철폐’함으로써 대학 자율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는 대표적인 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를 지표로 추가해 총장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에 ‘이를 폐지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국립대 1만 명 이상’ 부문에서 신청대학 13개 대학 중 4개 대학이 탈락했는데, 총장직선제를 유지키로 한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3교가 그 대상이 됐다.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한 목포대도 ‘1만 명 미만’ 부문에서 탈락했다. 전북대를 제외하면,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한 대학들은 모두 탈락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내홍 끝에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10개 교육대는 모두 선정되었다.

 

‘관치 철폐’ 대선 공약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이명박정부


이런 사실을 두고 ‘한겨레’는 7월 5일자 사설 ‘검찰까지 대학 총장 직선제 폐지에 동원했나’를 통해 정부와 교과부를 정면 비판했다. 사설과 별개로 교과부가 모든 국립대의 법인화를 추진했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서울대만 도입한 이후 나머지 대학은 총장직선제 폐지를 통해 그 기반을 닦고자 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합리적 의심이 들만 한 상황 전개이기에 ‘한겨레’ 사설은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한겨레’ 사설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교과부가 대답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관치’를 철폐하겠다‘던 약속 위반 여부다. 물론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변화를 모색하는 모든 정책을 관치라 말하기 무리다. 그러나 총장 선출 문제는 다르다. 대학 총장은 대학 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고 업무를 집행하며, 밖으로는 대학을 대표하는 최고위 인사이다.

 

대학 총장의 지위와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기에 고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임용령, 사립학교법, 학교법인 정관 및 학칙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한 총장 선출 문제를 교과부가 직접 개입해 강제로 변경시키려는 행위는 정부의 정책 유도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말한 ’대학의 관치 철폐‘ 공약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관치로 대학 목조이기 당장 멈춰야


군사정권에서 시작된 대학 총장직선제는 어느 시기까지 계속 확대되어 왔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대학 사회를 통제했던 군사정권도 총장직선제를 강압적으로 폐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이명박정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몰아붙이고 있는 행태는 군사정권보다 못한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앞서 지적했듯이 교수들만의 총장직선제 시행 과정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총장직선제를 폐지시키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다. 이명박정부는 국립대 총장을 공모 등을 통해 간선제로 선출하고, 총장과 교과부장관이 계약을 맺어 정권이 요구하는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서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공립대 교수사회가 이주호장관 퇴진을 요구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는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 측근들이 20명이나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당청관계가 삐걱대는 등 전형적인 임기말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대선 공약 뒤집기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관철시키려는 것은 차기 정부에서 국립대 정책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못박기’라 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관치로 대학의 목을 조이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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