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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7.09 조회수 :750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7월 4일 건동대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 건동대 재단인 ‘학교법인 백암교육재단’이 건동대 폐지인가를 신청한지 두 달여 만의 일이다. ‘자진폐지’라는 형식상 차이는 있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대학 ‘퇴출’이다. 교과부는 앞으로도 “중대 부정·비리가 있고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에 대하여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대학교육의 최소한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퇴출”시켜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동안 워낙 많은 사학 부정·비리를 접한 국민들 가운데 이들 대학을 ‘폐교’시킨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작 부정·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없이 대학구성원들만 거리로 내모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건동대 사례를 보자. 건동대는 2012년 감사원 감사결과 적발된 십수억 원의 손실액을 충당하지 못하고 폐교에 이르렀다. 적발된 사항을 보면 △수익용기본재산 무단 처분(11.4억원) △평생교육원 예산 불법 집행(1.2억원) △학점(76명)․학위(13명) 부당 취득 등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8년 교과부 종합감사에서도 △법인 이사회 허위 개최 △법인회계 지출 부적정 △법인 사무국 급여 교비회계에서 지급 등의 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대학운영의 최고 의결기관은 이사장 중심의 법인 이사회다. 건동대를 설립․운영해온 학교법인 백암교육재단은 고등학교를 운영하던 ○○건설 김○○ 회장이 1993년 안동공업전문대학으로 개교(1998년 안동정보대학으로 교명 변경)했다가 2006년 4년제 건동대학교로 개편한 바 있다. 이 대학은 설립 이후 설립자 본인 아니면 그 아들이 이사장직을 역임해왔다. 학교 폐지인가 신청 이후에도 설립자 아들이 이사장에 선출됐으며 전 이사장을 역임했던 또다른 아들도 여전히 이사진에 함께하고 있다(대학 홈페이지 참조). 즉, 건동대 부정·비리 운영의 핵심에는 다름 아닌 설립자 일가를 중심으로 한 백암교육재단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 설립자 일가를 중심으로 한 백암교육재단이 건동대 폐교로 입는 손해가 무엇일까? 건동대 재단은 이미 학교 폐지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이전에 ‘건동대의 토지 및 건축물은 재단 산하기관에서 사용하기로 하고, 기자재, 집기비품, 차량등 기타 재산은 추후 재물조사를 통해 재단 산하기관에서 필요한 목록을 제외하고 매각처리’하기로 조치해 두었다(2012.4.20.이사회회의록). 이로써 건동대 자산 전액은 고스란히 재단의 재산으로 남게 된 셈이다.
결국 대학이 문을 닫는다 해도 부정·비리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학재단은 손해 볼 것이 없다. 대학구성원들만 폐교신청 사실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일터를 뺏기고, 학습권을 유린당할 뿐이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이것도 부족하다며 2009년 7월, 사립대학 퇴출시 대학 운영자들이 그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으로 출연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교과부가 나서서 사학재단의 ‘재산 챙기기’를 더욱 용이하게 해주는 꼴이다.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대학 ‘퇴출’이 사립대학 부정·비리를 척결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앞서 설명했듯이 건동대는 2006년 전문대에서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 설립된 대학이다. 하지만 당시 대학설립인가 심사보고서(2005.11.7)를 보면, 교육과정이 부적정하고, 일부 학과는 학과 성격과 교수진의 전공이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학생 정원의 안정적인 확보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평가돼 설립기준 ‘불충족’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3월,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 개교했고, 6년 5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교과부의 부실 설립인가와 사학재단의 부정·부실 운영이 낳은 대학 ‘퇴출’. 그러나 당사자들은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은 채 엉뚱하게도 그 피해는 대학구성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학 ‘퇴출’로는 대학의 부정·비리를 예방할 수도,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없다.
이제라도 교과부는 대학 설립 기준을 엄격히 하고, 대학 부정·비리 운영의 책임을 물어 퇴출 대학의 재산을 사학재단이 정하는 자가 아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우선적으로 귀속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부실사학 난립 시대에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