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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4.04.08 조회수 :635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과 후보자들은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기 위해 향후 국회 활동에 대한 공약을 제출하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정책이 부재한 선거란 평이다. 공약에 대한 논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책 자체가 없이 치러지는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다. 각 당과 후보자들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을 중심으로 고등교육 공약을 살펴보았다.
고등교육 과제는 산적해 있다. 물가인상 등에 따른 대학교육비 부담 증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학 위기 확산,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간 차별 심화, 부족한 고등교육재정 등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연구개발사업과 의료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이에 대한 공약은 제출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나면 고등교육 공약은 부실하다는 평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등교육 공약으로 학자금 지원 확대, 기숙사 확충, 천원의 아침밥 지원 확대, 휴대폰 요금 지원 등을 제시했을 뿐 지방대학 위기나 고등교육재정 확보 등에 대해서는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주요 공약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국민의힘을 포함한 대다수 당에서 국가장학금 등 학자금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학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고액 등록금은 여전하고, 국가장학금은 소득에 따라 지원 정도가 다른 데다 대학생 중 절반만 혜택을 받는 한계가 있다.
이에 야당 공약은 학자금 지원 확대를 기본으로 대학 무상교육까지 나아가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지방대부터 무상교육 시작을 제시했고, 노동당과 새진보연합도 점진적 무상교육화에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립대와 전문대 무상교육, 사립대 반값등록금을 우선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21년 전면 고교 무상등록금이 실현됐으니, 대학 무상교육도 충분히 논의할 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지방대학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개혁신당은 ‘지방거점국립대 예산 폭탄 투입’, 새진보연합은 ‘지역별 연합국립대 설립과 공동입학, 공동학위제 실시’ 등을 제시했다.
지방대학 위기가 지속적인 지역차별에서 야기된 부분이 있기에 거점 국립대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은 필요한 공약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학서열화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거점 국립대에 대한 집중 지원 명문화뿐만 아니라 여타 국립대 및 지역 핵심 사립대 지원 강화를 포함한 「대학균형발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대학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를 계기로 학력차별, 지역차별 문제가 뒤섞이며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한 상황에서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과 국가균형발전 구상이 있더라도 학생 정원 조정에 대한 분명한 계획이 없으면 지방대학 위기를 합리적으로 해소하기 힘들다. 21대 국회에서 대동소이한 대학구조개선법만 4건 발의했을 뿐 학령인구 감소 대응 방안 논의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총선이라는 공간에서 이 모든 것을 담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방대 육성을 내건 정당이 유념해야 할 점이다.
새진보연합의 ‘연합국립대 및 공동학위제’ 공약은 지난 선거에 제출됐던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 안을 기반한 것 같으나 구체적 실현 방안을 파악하기 어렵고, 지방대학 위기 해소 방안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대학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집권 여당의 재정 지원 공약은 보이지 않는데, 실현 의지는 없는 공(空)약을 내건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점 국립대에 서울대 70% 수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원, 그 외 국립대와 지역 혁신 사립대 1조원 증액 지원, 새진보연합은 GDP 대비 2.2% 수준으로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제시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재정 확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최근 지방교육재정의 일부를 고등교육재정으로 넘겨 쓰게 하면서 고등교육 재정을 어떻게 확보하냐가 쟁점이 되었다. 초중등교육의 위축 없이 안정적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하려면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녹색정의당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공약한 것은 아쉽다.
이외에, 윤석열 정부는 사학 운영자 입장만 수용한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비리 당사자 대학 복귀 금지, 재정 운영 투명성 강화 등 사립대학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학개혁 공약이 빠져있는 부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대학구성원들은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교수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대학강사 방학 중 임금 정상화, 연구자 기본소득제, 대학원생 근로자성 보호 등도 요구되고 있지만, 관련 공약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제 곧, 앞으로 4년간 우리나라의 입법을 책임질 국회의원이 선출될 것이다. 입법 활동에 기준점이 될 총선 공약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새롭게 선출된 의원들의 적극적인 국회 활동으로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고등교육 발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길 바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지속 가능 여부를 판단하게 될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가게 된다. 우리 대학 사회에 놓여 있는 퇴락과 소멸의 위기를 상생과 발전의 기회로 전환하는데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22대 국회는 고등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책임감 있는 입법 활동을 펼쳐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