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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3.19 조회수 :494
교과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공시한 바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이 지난해에 비해 4.5% 정도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공행진을 계속 해오고 기껏해야 동결에 머물렀던 대학 등록금이 내려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하면서 노골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수 업일수를 줄여 전기․수도요금을 절약하겠다거나 아예 교양과목을 없애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 콩나물 강의실이 더 빼곡해지고, 통학버스를 줄이거나 실험실습비, 동아리활동 지원비 등을 줄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연구소가 주요 사립대학들의 올해 예산을 분석한 결과, 예년에 비해 교육 및 연구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한양대, 건국대, 동국대, 중앙대, 홍익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이화여대 등 11곳의 2012년 예산을 보면, 대학마다 연구비, 실험실습비, 교내장학금, 학생지원비 등을 지난해에 비해 줄여서 편성했다.
고려대의 경우, 교내장학금, 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를 줄여서 편성했고,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등은 기계기구(실험실습기자재)매입비를 줄였으며, 이화여대, 경희대, 홍익대 등 6곳은 연구비를 줄였다. 이들 대학들은 ‘등록금 산정근거’를 공개하면서 ‘등록금 인하에 따른 긴축예산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들은 누차 지적되어 온 적립금 과다축적과 등록금에 의존한 자산확대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대학 가운데 8곳은 지난해에 비해 적립금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적립금인출보다 적립금지출을 더 많이 책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학적립금을 크게 늘려 화제를 모았던 이화여대는 적립금에서 512억원을 인출하겠다고 하면서도 1,034억원 적립계획을 세워 사실상 522억원을 더 쌓을 계획이다. 이외에 동국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역시 각각 101억원, 283억원, 140억원 적립금을 더 늘릴 계획이다. 그간 사립대학들이 예산을 뻥튀기 편성하여 예산에 비해 적립금을 더 쌓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실제 적립금 증가분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 자산 매입을 위해 법인이 부담하는 자산전입금이 전무하거나 대학 건물 신증개축을 위해 대학이 보유한 건축기금의 인출이 예년에 비해 늘지 않았음에도 자산적지출(토지^건물^구축물매입비, 건설가계정)을 지난해보다 늘려잡은 대학도 있다. 지난해에 비해 자산적지출 규모를 87억 늘린 경희대를 비롯하여 한양대(41억 증가), 건국대(17억 증가)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이들 대학이 말하는 긴축예산편성이란 교육과 연구를 위한 투자에 적용되는 것 일뿐 적립금축적 혹은 자산확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한겨레신문 보도 참조)
등록금 인하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사립대학들은 올해가 지나면 다시 등록금을 인상하고자 할 것이다. 올해 어려웠던 상황(?)을 내세워 교육여건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세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사립대학은 이와 같은 해묵은 주장을 되풀이하기 이전에 합리적 재정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정부지원이 확충되어야한다는 사립대학의 요구가 지극히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올해 이명박 정부는 추가로 정부예산을 투입하면서 등록금 인하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록금 부담완화정책은 사학 재정운영 개선이라는 과제는 접어둔 채 등록금 인하라는 가시적 효과를 보기위한 일회성 퍼주기에 머물렀다.
등록금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사학 재정운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