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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2.27 조회수 :493
고액 등록금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자 정부는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며 예산 1조 7500억원을 배정해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7500억원은 소득 3분위 이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1조원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장학금을 확충하는 규모만큼 매칭해 대학별 장학금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내용이다.
국가장학금 배정을 앞두고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대학들이 5% 내외의 인하 방침을 밝혔다. 지금껏 인상만 해왔던 대학들이 이유가 어찌됐든 등록금 인하 방침을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민적 기대가 매우 컸던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준의 인하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특히 지금과 같은 고액의 등록금 인상을 주도했던 수도권 주요 사립대들의 2~3% 인하 행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이들 대학은 적립금, 기부금, 이자수입 등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등록금을 더 인하하더라도 대학 운영에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학이 소액 인하를 고집하는 것은 그동안 등록금을 고액으로 인상해 왔던 명분이 사라지고, 향후 등록금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정권이 바뀌어 정책이 변경될 경우 등록금 인상을 염두에 둔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대학에 배정되는 국가장학금 예산은 소득 7분위 이하 학생 수를 기준으로 배정되는데,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이 적어 장학금 확충이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 요구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이처럼 소극적 모습을 보인 것은 이미 예상된 결과다.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의지만 있었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식’으로 장학금 형태의 예산만 확보하고 등록금 인하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겼다.
그동안 대학들이 보여준 행태야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고등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 없이 대학들만 닦달해서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올해 같이 대학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인하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얼마나 가겠는가?
이런 정책이 나온 것은 어찌보면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시장 논리를 신봉하는 이명박 정부가 수익자 부담 논리를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들불처럼 번진 반값 등록금 도입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임기 내 등록금 인상 억제라는 성과를 남기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등록금 문제는 얼마를 낮추는 수준에서 해결될 선을 넘어섰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을 대폭 확대해 ‘고(高)등록금 정책’ 기조를 ‘저(低)등록금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민간재원 중심의 사립대학 체제’를 ‘정부책임형 대학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방만하게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사립대들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이러한 정책들이 구체화되어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이 글은 한국대학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