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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1.30 조회수 :491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는 지난 1월 27일 서울대, 부산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천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학이 징수한 기성회비는 아무런 법률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기성회비는 규약에 근거해 회원들이 내는 자율적인 회비로 법령상 등록금에 포함되는 수업료, 입학금과는 성격과 취지가 다르다"며 "고등교육법과 규칙ㆍ훈령만으로는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국립대의 기성회 체계는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립대 회계는 학생들이 내는 일반회계(수업료)와 기성회계(기성회비)로 구분된다. 학생들이 낸 수업료는 정부 수입(일반회계)으로 편성되고 여기에 교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등의 국고보조금이 추가되어 개별 국립대로 내려 보내져 사용된다. 그래서 수업료 인상 여부는 물가 인상 우려 때문에 정부가 통제를 해 왔다.
반면 기성회비(기성회계)는 개별 국립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징수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마음대로 인상이 가능했다. 국립대학 재정 수입 구조에서 배(수업료)보다 배꼽(기성회비)이 몇 배나 큰 기형적 상황이 발생한 원인이다.
이런 구조는 본질적으로 해방 이후부터 정부가 국립대 운영비용을 모두 부담하지 않고 변칙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시킨 결과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립대면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기형적인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립대의 문제가 이번 판결로 터져 나온 것이다. 사립대 재정 구조는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더욱 심각한 상태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국립대 기성회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로 국한시켜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런데 현재 이명박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1999년 사립대가 했던 것처럼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해 기성회비를 없애자는 것이다. 현재 이런 내용을 담은 ‘국립대학재정회계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기성회비가 수업료에 통합된다면 결과적으로 수업료가 대폭 인상되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전혀 변화가 없게 된다.
이번 판결의 취지를 기술적 ‘꼼수’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문제는 올해부터 법인화된 서울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는 법인화법 통과 이후 기성회가 없어지고 법적으로 문제없이 기존의 기성회비가 포함된 등록금(수업료)을 합법적으로 징수할 수 있게 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국^공립대를 넘어 왜곡되어 있는 우리나라 전체 대학 재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반값등록금’ 정책 도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1999년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 등록금에 기성회비가 사실상 포함된 사립대들도 넓은 의미에서 이번 판결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총선을 앞두고 당장 2월부터 국^공립대 학생들의 기성회비 납부 거부와 반환 요청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뿐만 아니라 대학들의 기만적인 등록금 인하 방침에 분노하고 있는 사립대 학생들의 반발도 막기 힘들 것이다.
국립대 기성회비 제도 개선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 취지를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은 기성회 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기성회계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이명박정부 방침대로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하는 방식은 절대로 안된다. 정부의 지원 확대가 아닌 회계 통합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더 큰 반발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는 18대 국회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기에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일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총선을 앞둔 각 정당에 바란다. 모든 대학에 대한 ‘반값등록금’ 정책 도입과, 국립대 기성회 폐지 및 법인화 정책 철회 그리고 국립대 육성 법안 제정 등과 같은 정책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라. 그래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구하고, 19대 국회에서 이를 이행할 것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