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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3.05.17 조회수 :1,500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태규의원 대표발의)」,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정경희의원 대표발의)」, 「사립학교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강득구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의견
임희성(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1.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국회의 대응
◦ 학령인구감소는 꽤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1996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육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 2003년부터 고교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정원감축 정책이 실제로 본격화한 것은 노무현정부 때부터다. 노무현정부는 2004년 12월 ‘대학구조개혁방안’을 통해 입학정원 감축을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의 직접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요약하자면 학령인구 감소가 예고된 지는 27년, 정원감축정책이 추진된 지는 17년이 지난 셈이다.
◦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가 예고됐음에도 김영삼정부는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 정책’을 도입하여 오히려 대학의 양적팽창을 초래했다. 이 두 정책의 영향으로 대학수는 1995년 304교에서 2000년 349교로 5년만에 45교가 늘었고, 대학 입학정원(학부)도 49만 5천명에서 64만 6천 명으로 15만 명 늘었다.
◦ 노무현정부 이후 자율과 평가에 기반한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됐고 그 결과 2003년 6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대학입학정원은 2021년 47만 여 명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정책’ 도입 이전으로 돌아갔을 뿐 학령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1) 지방대가 구조조정의 주 대상이 되면서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간 불균형 문제도 더욱 심각해졌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율과 평가’가 아닌 정부의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정원정책이 시행됐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등교육법」제60조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은 학교가 시설, 설비, 수업, 학사,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 교육 관계 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면 기간을 정하여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학교의 학생정원 감축, 학과 폐지, 학생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정원감축 등 행정처분에 대한 세부기준도 마련되어 있다.
◦ 또한, 학교가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학교의 학교법인에 대하여 학교폐쇄를 명할 수 있고(고등교육법 제62조), 학교법인이 설립허가조건을 위반하거나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한 때에는 법인 해산을 명할 수 있다(사립학교법 제47조)
◦ 요컨대 현행법에 따라서도 교육부는 대학에 행정조치의 일환으로 정원감축 등 일정한 구조조정 조치를 취할 수 있고 학교 폐쇄 및 법인 해산을 명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염두에 두고 현행법상 부족한 부분을 개정하고, 등록금수입축소에 따른 재정결손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을 병행했다면 정원도 줄이면서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 더 나아가 수도권대학을 포함한 전체 대학의 정원감축을 한시적으로 의무화하는 법령을 추가로 제정했다면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균형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 그러나 역대 정부는 ‘자율과 평가’만 내세운 채 학령인구 감소에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국회 특히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국민의힘’ 전신 정당은 사립대학 설립‧운영자에게 재산을 환원해주는 ‘특혜’가 담긴 구조개혁특별법만을 ‘해법’으로 주장해왔다. 2010년 김선동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의한 구조개혁법안만 5개에 달한다.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태규의원 대표발의, 정경희의원 대표발의)」,「사립학교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강득구의원 대표발의)」도 이러한 구조개혁법안의 연장이며, 과거 구조개혁법안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 대학 잔여재산 환원은 대학의 비영리성을 넘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이 법안이 한시성을 띈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 그런데 사학 잔여재산 환원 문제가 수십년 째 이어지고, 법안도 많이 나왔지만, 이 법안이 제정됐을 때 얼마나 많은 대학이 문을 닫을지 그래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서 효과는 얼마나 될지 등에 대한 예측은 전혀 없는 상태다.
◦ 언론 보도를 통해 간헐적으로 '스스로 문을 닫고 싶어도 법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은 있었어도 교육부나 사학법인연합회, 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이 공식 비공식적으로라도 조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
◦ 우리 사회에서 대학 이사장 또는 총장이 지닌 위상과 대학에 설립‧운영자 친인척들이 상당수 포진해 가족회사, 또는 족벌경영하는 대학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이 제정되더라도 심각한 한계상황에 이를 때까지 대학을 계속 운영할 가능성이 큰 대학들도 많다.
◦ 법 제정 이후 문을 닫는 대학이 일부에 그칠 경우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는 법안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대학의 공공성만 훼손시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 따라서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대학구조개혁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면 대학의 공공성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와 별개로 대학구조조정 정책 전반에 대해 평가하고 방향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2. 법안에 대한 의견
1) 대학구조조정 기본계획 수립근거 부재
◦ 발의된 법안이 통과된다면 학령인구 감소 대응을 목표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을 법제화한 유일한 법률로서 향후 진행되는 대학구조조정의 법률적 근거가 될 것이다.
◦ 그럼에도 발의된 법안 모두 내용이 경영위기대학 선별과 잔여재산 처리, 대학구성원 보호, 청산절차와 지원 등에 한정되어 있으며, 대학구조조정의 기본계획수립과 계획이행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 통계청이 발표한 2040년 만 18세 장래인구추계는 25명 9,004명으로, 2022년 대학 입학정원 46만 3,515명임을 고려하면 현재 정원의 44%를 줄여야하는 상황이다.2) 즉, 지금의 학령인구 감소는 일부 경영위기대학을 퇴출시킨다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므로 경영위기대학에 대한 조치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한 대학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 일례로 과거 발의된 구조개혁법안 중 안홍준법안(2015), 김선동법안(2016)은 교육부장관이 3년마다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본계획 수립시 ▲대학의 신설, 폐지, 입학정원의 증원·감축, 대학 간 역할 및 기능의 조정 등에 관한 사항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기본계획 및 제6조에 따른 시행계획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 추진방향 ▲평생학습, 직업교육, 외국인 유학생 등 새로운 고등교육 수요 및 대응에 관한 사항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조항을 담은 바 있다.
2) 학교법인의 비영리성 훼손 우려 있는 ‘잔여재산 처분 특례’
◦ 세 법안 모두 ‘잔여재산 처분 특례’를 두고 있다. 현재 「사립학교법」제35조에 따르면 해산하는 학교법인은 잔여재산을 정관에 명시한 학교법인이나 그 밖에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 귀속시키거나 사학진흥기금의 청산지원계정에 귀속시켜야 한다. 학교에 활용된 재산은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 등 공적 자원이 투입돼 법적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 학교재산 조성에 투여한 재원으로 봐도 법인이 재산권을 주장하기에는 재정적 기여도가 낮다. 일례로 사립대학 토지와 건물 자산은 2003년 16조 원에서 2021년 42조 8천 억 원으로 약 27조 원 증가했다.3)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법인이 자산전입금으로 대학에 지원한 금액은 총 2조 3천억 원(A)으로 자산 증가액(B)의 8.7%에 불과하다. 자산전입금은 토지와 건물 외에 구축물 등의 자산에도 지출할 수 있으므로 실제 토지와 건물 자산 증가에 법인이 기여한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1> 2003년 대비 2021년 사립 대학(전문) 토지+건물 자산 증가 및 법인기여도
(단위 : 억원, %)
구분 | 토지+건물 자산(B) | 자산전입금(A) | 법인기여도(A/B) |
2003년 | 161,571 | 23,146 | 8.7 |
2021년 | 427,666 | ||
증가액(B) | 266,094 | ||
증가율 | 164.7 |
주1) 대상 : 사립대학(147교) 및 전문대학(120교) 267교(2003년 이후 신설 및 폐교대학과 자료미비 대학 제외함)
주2) 교비회계 대차대조표및 자금계산서 기준
주3) 2021년 토지와 자산 가액은 감가상각 전 금액을 기준으로 함
주4) 자산전입금 : 2004~2021년 교비회계 자금계산서 상의 ‘자산전입금’ 및 ‘출연기본금(법인)’ 합계액
<표2> 2003년 대비 2021년 사립 대학(전문) 토지+건물 자산 증가 및 법인기여도 분포
(단위 : 억원, %)
구분 | 0% | 1% 미만 | 1~3%미만 | 3~5%미만 | 5~10% | 10~20% | 20~50% | 50%이상 | 합계 |
대학수 | 127 | 35 | 28 | 10 | 17 | 21 | 16 | 10 | 264 |
비율 | 48.1 | 13.3 | 10.6 | 3.8 | 6.4 | 8.0 | 6.1 | 3.8 | 100.0 |
주1) 대상 : <표1>과 <표2> 대상 267교 중 토지와 건물 자산이 증가한 264교
주2) 법인기여도 = 2004~2021년 자산전입금 및 출연기본금(법인) 합계액 / (2021년 학교회계 토지+건물 자산총액 – 2003년 학교회계 토지+건물 자산총액) × 100
◦ 대학별로 살펴보면 법인의 재정기여도는 더욱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대비 2021년 토지와 건물 자산이 증가한 264개 대학 중에서 절반 가량인 127교는 지난 18년간 자산전입금이 0원으로 법인기여도가 전무했다. 기여도가 ‘1% 미만’인 대학도 35교(13.3%)에 달한다.
◦ 따라서 학교법인을 해산함에 있어 잔여재산 처분 특례를 규정하는 것은 ‘특혜’이며 학교법인의 비영리성을 훼손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논해야 할 만큼 사립대학 퇴출이 시급한 문제라면 최소한 잔여재산 처분 특례의 효과와 우려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발의된 법안은 공통적으로 해산하는 학교법인이 잔여재산의 일부를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제2조에 따른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3호의 사회복지법인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으로의 잔여재산 출연 허용은 2010년 김선동법안을 비롯한 모든 구조개혁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러나 구조개혁법안이 발의되는 동안 과연 얼마만큼의 대학이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는지, 사립대학이 대거 전환할 경우 공익법인과 사회복지법인의 과잉공급이 우려되지는 않는지 정부와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된 바가 없다.
◦ 그리고 그나마 과거 구조개혁법안은 학생의 등록금 환불액, 교직원의 해당학기 인건비 부담액, 퇴직하는 교직원이 명예퇴직수당 또는 보상액, 교직원의 생계안정‧재취업 및 직업훈련비 등을 공제한 금액 이내로 잔여재산 처분의 한도를 법률로 제한했으나 강득구법안, 이태규법안은 잔여재산 출연의 한도, 절차와 그 밖의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정경희법안은 이마저도 규정하지 않았다. 강득구법안과 이태규법안은 잔여재산 환원을 이미 해산한 법인에도 소급적용하도록 했는데 국민적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 한편 정경희법안은 “「한국사학진흥재단법」 제17조 제2항에 따른 사학진흥기금의 청산지원계정으로 귀속하고, 귀속재산의 100분의 30 이내의 범위에서 잔여재산처분계획서가 정한 자에게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하는 조항을 추가로 삽입했다.
◦ 해산장려금이 지급되는 사학진흥기금 청산지원계정에 정부출연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 조항은 잔여재산 환원과 달리 정부가 국가예산으로 해산하는 사립대학 법인을 지원하는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정부지원의 타당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만일 사학진흥기금 청산지원계정으로 잔여재산을 귀속시키고 해산하려는 법인이 크게 늘어날 경우 사학진흥기금이 적자가 되거나, 정부의 해산장려금 지급 부담이 급격히 커질 우려가 있다.
3) 자발적 해산에 대한 특혜는 ‘먹튀해산’ 초래할수도
◦ 세 법안은 모두 학교법인이 이행계획에 따라 경영위기대학을 폐교하거나 해산하고자 할 경우 교육부장관 또는 전담기관의 장이 ▲학생, 교직원 등 구성원의 의견수렴 여부 ▲폐교 또는 해산에 따른 학생 및 교직원의 보호대책 ▲재정상황 및 재산처리계획 ▲소재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수렴 여부 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하여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 그러나 정경희법안은 경영악화를 사유로 자발적으로 해산하고자 하는 경우 이사정수 3분의 2 이상의 의결, 해산 및 해산계획서에 대한 구성원 과반수의 동의, 사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의 심의와 교육부장관의 인가 등의 조건만 충족하면 위의 점검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제16조)
◦ 폐교 또는 해산에 앞서 감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서도 제외하여 교육 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재정적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해도 자발적 해산의 경우 관련 조치나 조건부 인가를 피해갈 수 있도록 했으며(제16조), 학생 및 교직원 보호 대상에서도 자발적 해산의 경우는 제외한다.(제18조 제1항)
◦ 반면 잔여재산 귀속에 대한 특례 적용대상에는 포함시킴으로써 쉽게 말해 자발적으로 해산하는 경우에는 대학구성원 보호와 재산처리에 대한 점검, 감사 등의 절차없이 잔여재산 혹은 해산장려금을 받고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한 셈이다.
◦ 자체이행계획에 따라 폐교 또는 해산을 선택할 수 있는데 굳이 ‘자발적 해산’에 관한 별도조항을 삽입하여 각종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부정·비리를 저지르고 문을 닫으려는 대학운영자에게 면죄부를 제공하고 대학구성원의 피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 따라서 ‘자발적 해산’의 경우에도 대학구성원의 보호조치, 재산처리계획 등에 대한 점검을 받고 감사를 통해 교육관계법령 위반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해산 또는 폐교하려는 모든 학교법인 및 경영위기대학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여 소위 ‘먹튀해산’이 없도록 해야 한다.
1) 연덕원, 정의당 연구보고서- 대학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정원정책을 중심으로), 대학교육연구소, 2021.11, 1쪽
2) 임은희, 학생수 감소와 사립대학 재정 건전화 방안 연구, 국회 정책과제,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 2022, 1쪽
3) 2003년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2021년 건물 자산도 감가상각 차감 전 금액을 기준으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