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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1.05.26 조회수 :539
"부실대학들을 놔둔 채 세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은 대학으로 장사를 하려는 일부 사학재단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값등록금’을 사실상 반대하는 어느 언론의 보도다.
여타 보수언론들과 청와대 그리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로 맹렬히 반대에 나서고 있다. ‘부실대학’의 ‘구조조정’ 없는 ‘반값등록금’은 안된다는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반값등록금’이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무력화될 상황이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생각해보자. 이들 보수진영은 ‘부실대학을 정리하지 않으면 세금이 낭비된다’고 주장한다. 또 ‘충원율이 미달인 대학에 등록금을 지원하면 문 닫을 대학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세금만 낭비한다’는 것이다. 즉, 등록금 일부를 국가가 보조하기 때문에 ‘부실대학’에 ‘학생들이 계속 진학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들 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 주장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정부가 ‘부실대학’에 미충원으로 인한 등록금 부족분을 보존해 주지 않는 한, 이들 대학이 재정적으로 특별히 이득을 볼게 없다.
특히 지금은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보다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대학 선택권은 넓다. 정부가 등록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굳이 ‘부실대학’에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른바 ‘부실대학’은 등록금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반값등록금’ 때문에 ‘생명이 연장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악의적 왜곡이다. 차라리 ‘부실대학에 다니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깎아줄 필요가 없다’며, 이들에게 지원되는 세금이 아깝다고 주장하는 게 오히려 솔직할 일이다. 사실관계를 뻔히 아는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반값등록금’을 무력화시키고 ‘부실사학’ 운영자들에게 대학 재산을 되돌려 주는 ‘사학청산’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이들은 세금이 허비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국민감정을 이용, 교묘한 물 타기를 하고 있다. 물론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 방안 또한 강구해야겠지만 ‘반값등록금’과 연계 지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들의 주장을 듣기 거북한 더 큰 이유는 과거나 현재 자신들이 했거나 하고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면을 몰수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먼저, 이들의 주장을 ‘동의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들 대학은 왜 부실하게 되었을까? 이렇게 된데는 지금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세력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학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에 결사 반대했다. 그러는 사이 상당수 사립대학 운영자들은 대학의 질 개선보다는 자신의 잇속을 챙기면서 대학은 부실로 빠져들었다.
둘째, 왜 신입생도 채우지 못하는 ‘부실대학’들이 생겨났는가? ‘반값등록금’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이들은 김영삼 정부 이후 대학 설립이나 정원을 무분별하게 자율화할 때 일부 우려의 소리를 내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 지지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때는 더 강한 자율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정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자율’ 타령만 외쳤던 보수진영의 책임이 큰 것이다.
셋째, 대학 등록금이 살인적으로 인상된 것도 그렇다. 해마다 ‘등록금 인상 여부는 대학 자율에 맡기라’며 대학 운영자 입장을 옹호하고,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매도하는데 앞장섰던 것이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등록금을 낮추자는데 엉뚱하게 ‘부실대학’ 문제를 끌어 들여 반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과거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에 비판적 입장만 취했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넷째, ‘부실대학’이 왜 처리되지 않고 있는가? 핵심은 학생 수가 부족해도 고액의 등록금으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등록금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부실대학’ 운영자들은 ‘학교 문을 닫을 테니 자기 재산을 돌려달라’한다. 보수진영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문을 닫으라’ 한다. 이들에게 묻는다. 사학 운영자들에게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아깝다 말하면서, 학생 등록금이 들어가는 것은 아깝지 않나?
다섯째, ‘부실대학’ 판정 가능성 있는 대부분이 지방대다. 정부 차별과 무관심으로 방치돼 지금 같은 상황이 됐다. 그런데 ‘부실’이라는 이유로 상당수를 문 닫게 하면 지방은 공멸하고, 지역균형발전은 더 멀어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일각의 주장처럼 ‘부실대학 학생들에게 세금을 지원해야 하느냐?’의 여부다. 그래서 묻는다. KAIST가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징수했듯이 세금도 ‘좋은 대학’ 학생들에게만 사용해야 하나? 지방대 학생 부모들이 내는 세금을 자식들에게 사용하면 안되는가?
백번 양보해 이들 보수진영이 걱정하는 ‘부실대학’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서도 ‘반값등록금’은 시행되어야 한다. 정부가 대규모로 대학에 지원해 정부가 책임지는 사립대학 체제로 전환된다면 ‘부실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부가 ‘부실대학’에 개입할 수 있고, ‘부실대학’ 문제는 정리될 수 있다.
아울러 ‘부실대학’ 문제를 그토록 걱정하는 보수진영에게 제한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대학 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 더 이상의 ‘부실대학’이 생기지 않도록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고 적립금 적립 제한과 불법행위 등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자. 오랜만에 보수 진보가 모두가 동의하는 ‘부실대학’ 방지를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마련, 좋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1990년 4월에 가입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는 ‘고등교육은, 모든 적당한 수단에 의하여, 특히 무상교육의 점진적 도입에 의하여, 능력에 기초하여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개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가 이 규약을 준수하거나 준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은 시도 때도 없이 세계화를 부르짖는다. 터무니없는 주장은 그만두고 국제규약이 규정한대로는 아니더라도 ‘반값등록금’이라도 도입해 ‘국격’있는 나라한번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