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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3.02.08 조회수 :1,055
등록금 인상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동아대와 전국 7개 교대가 등록금 인상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 기자단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9.47%(45명)가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2023년 1월 31일(화)일 개최한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이미지=교육부 누리집 갈무리)
대학 총장 10명 중 4명, ‘내년 등록금 인상 계획 있다’
아울러 대교협이 자체 조사한 총장 설문조사에서도 ‘재정·세제 분야’에서 규제 개혁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영역으로 ‘국가장학금Ⅱ 유형 등록금 연계정책 폐지’가 75.8%(94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09년부터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가 깨질 조짐이다. 물론 대학들은 그 동안 학부생 등록금을 올릴 수 없게 되자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을 편법으로 인상해 왔다. 그렇지만 개별 대학 총장들이 집단으로 등록금 인상을 예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5년간 정부 눈치를 보던 대학 총장들이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현 정부의 규제개혁 완화 강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로 점철된 윤석열정부 대학정책
윤석열정부는 22년 5월 3일 인수위 국정 과제로 ‘규제 개혁을 통한 대학 자율 확대’를 선정했고, 윤 대통령은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 차관이 “(첨단 분야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어려움을 표하자, 윤 대통령은 ‘웬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한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6월 23일,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세미나에 참석해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이유는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해 간접적으로 규제됐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1월 7일 취임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22년 3월 본인이 연구진으로 참여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방안’ 보고서를 통해 등록금의 제한적 자율화(법에서 규정된 물가증가 수준 1.5배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와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규제가 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2유형 요건 조항을 점수 조항으로 변경할 것을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장관은 또한 12월 16일, 사학 운영자 입장을 전폭 수용한 대학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했고, 대교협 총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선진국 ‘월드 클래스’ 대학이 누리는 자유 수준까지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게 안 되면 대한민국의 진정한 선진화는 이뤄질 수 없다”(뉴시스 1월 31일)고 말했다.
지난 9개월간 윤석열정부의 대학 정책 기조는 등록금 인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학들 등록금 인상 방침에 날개를 달아준 교육부
정부 눈치를 보며 등록금 인상을 주저하던 대학 총장들이 역대 정부와 다른 이런 흐름을 놓칠 리 없다. 집단적으로 내년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답변 역시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내년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등록금 인상 자율화를 주장하는 총장들 목소리에 “지금 단계에서는 저희가 등록금 자율화는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만 간단하게 드리겠습니다.”(EBS 2월 6일)라고 했다고 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등록금 자율화를 ‘지금 단계’에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들의 발언이다. 교육부 기자단이 “등록금 올리겠다는 대학들 많은데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 지원하는 재정을 늘려주고 좀 더 자율적으로 원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겠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학생들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신중하게 대학들이 결정” 해 주었으면 한다고 매우 소극적으로 답변했다.(EBS 2월 6일)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 의지가 있다면 올해 등록금 인상 방침을 밝힌 대학들에 대해 별도의 언급이 있었을 것이다. 내년 등록금 인상을 예고한 대학들은 날개를 단 모양이 됐다.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물가인상, 등록금 법정 한도 상승 불러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려는데는 이유가 있다. 윤석열정부 들어 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장학금 2유형을 통해 등록금 인상 억제를 해 왔지만, 대학들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법정 한도(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만큼 인상하는게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공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소비자물가상승율은 0.5%(2020년), 2.5%(2021), 5.1%(2022년)다. 이에 따라 2023학년도 등록금 인상률 법정한도는 4.05%에 이르렀다. 문제는 올해도 물가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2023년 물가상승률을 3.5%로 전망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물가 불안 요인이 많아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등록금 인상률 법정한도는 5%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들은 정부 정책 잘못으로 급등한 물가에 신음하고 있는데, 대학들은 이 기회를 틈타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고,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또다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된다.
정부 정책 실패로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물가인상과 등록금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획기적인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 인상으로 위기 극복 어려워
우리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주장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립대학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대다수가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70여년 간 이 구조가 지속돼 OECD에서도 등록금이 높은 수준이다. 비록 법정한도 수준이라도 등록금을 추가 인상하면, 순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상당수 지방대는 등록금을 인상해도 부족한 예산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 이미 상당수 대학이 대학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직원 연봉을 삭감하거나 동결했기 때문에 등록금을 웬만큼 인상해도 이를 정상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등록금을 인상해도 학생 수가 줄어 수입에 큰 변동이 없을 수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만 외칠 것이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방안과 더불어, 고등교육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재원 규모를 얼마나 할지, 재원 확보는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내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