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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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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몰아칠 시장화 정책이 우려되는 까닭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1.01.04 조회수 :757

지난 12월 교과부는 2011년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학교육 관련 주요 사업으로 △서울대 및 국립대 법인화 추진 △학자금 대출 제한, 교육인증제 등으로 사학 구조조정 유도 △‘선택과 집중’의 재정지원사업 강화 △산학협력과 지역대학의 동반 성장 △세계수준의 전문대학 집중 육성 △든든학자금 및 입학사정관제 내실화 등을 보고했다.


2011년 업무보고는 여느 해와 달리, 이명박정부 ‘교육개혁’ 전도사로 불리며, 지난해 하반기 장관에 취임한 이주호장관이 자신의 구상을 직접 사업화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업무보고 면면에는 이주호장관의 지론인 ‘시장주의식 교육정책’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대학에는 예년과 차원이 다른 시장화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립대 법인화와 사립대 퇴출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대학 체제를 판갈이 하는 구조조정 사업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 법인화는 국립대를 민영화 형태로 변경하고, 사립대 퇴출은 사립대를 기업처럼 설립과 퇴출이 자유롭도록 구조화해 대학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 해 말 서울대 법인화법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서울대는 물론이고 다른 국립대도 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본격적으로 국립대 법인화에 나설 참이다. 사립대는 이미 지난해 사학 퇴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학자금 대출 제한 조치와 함께 올해는 교육인증제가 시작된다.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되는데, 퇴출시킬 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선정된 대학을 퇴출시키기 위한 마무리 조치로 사립학교법도 개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장주의식 체제 개편이 가져올 폐해에 대한 대학구성원들의 염려와 반발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에도 일방적 밀어붙이기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립대는 서울대 법인화 기세를 몰아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 학장직선제 폐지, 성과급적 연봉제 시행, 경영정보공시제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혀 국립대들의 커다란 반발과 대립이 예상된다.


한편, 대학교육 시장화는 대학 체제 개편뿐만 아니라 대학 간 무한경쟁을 통한 승자독식 구조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퇴출 대상이 아닌 대학들이라 하더라도 무차별적 경쟁에 노출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교과부는 ‘선택과 집중’의 재정 지원방식을 강화하겠다며, 재정지원 대학 수를 줄여 소수 대학에 재정을 몰아줄 참이다. 학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지원 대학 수를 4년제 대학은 88교에서 80교로, 전문대는 80교에서 73교로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사업(4년제 대학 대상)과 대표 브랜드 사업(전문대학 대상)은 교육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된 대학 중에서 선정한다. 이중 지원인 셈이다.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 역시 BK21 사업이 종료되는 2012년을 기점으로 WCU 등 여타 사업을 통합해 2015년까지 연구중심대학 10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극단적 대학 간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는 포뮬러 지표 등을 내세우며 공정 경쟁이라 하지만, 수도권대학, 지방대학 가리지 않고 한 울타리에서 경쟁을 시키는 것은 공정 경쟁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소수 대학에 대한 편중 지원은 대다수 대학의 기회를 박탈한 대가이며,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대학은 결국 대학 퇴출 구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셋째, 시장 위주의 교육정책은 산학협력과 대학교육의 왜곡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산학협력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주의 교육은 시장에 도움이 되는 교육만을 유의한 것으로 보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대학교육은 시장에 종속되어 산업과 기업의 하부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가 산학협력을 활성화시킨다며, 학과별 취업률 순위 및 분야별 논문실적 순위 등을 공시해 대학 내 학과 간 정원 조정 및 분야별 특성화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 마디로 실용 학과나 학문만을 살리겠다는 것으로 산학협력이 심각히 오용되고 있다 할 것이다.


산학협력은 또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차별적 경쟁이 아닌 별도의 보호와 지원이란 가치와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별도의 프로그램은 이번 업무보고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산학협력을 통해 성장시키자 할 뿐이다.


산학협력을 통한 성장이란 다른 말로 하면, 정부 지원에 기대지 말고, 산학협력을 통한 수익 창출로 성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별 산학협력 수익 규모를 따져보면, 대학 서열 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산학협력 활동을 통해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수도권 대학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학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이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이주호 장관은 직업교육으로서 전문대학 육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교과부는 2011년 신규사업으로 “세계수준의 전문대학(WCC : World Class College)” 20교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언뜻, 수천억대 지원을 하고 있는 WCU 사업이 떠올라 드디어 이명박정부가 전문대학 육성에 적극 나서나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WCC 사업을 위한 예산은 한 푼도 마련하지 않았다. 단지, WCC 사업에 선정된 20교는 각종 국고지원 사업에서 우선권을 받는 정도다. 한 마디로 생색내기요, 홍보 효과만 노린 것일 뿐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교과부가 이들 대학을 ‘자율형 사립대학’이라며 정원 외 모집 및 교원 충원 기준을 자율화하고, 법인이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 한도를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려주겠다 한 것이다. 자칫 교육여건 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고, 교과부가 나서서 법질서를 문란하게 한 장본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관련 법이 각종 특례 조치로 누더기가 되어 있다는 것은 교과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이주호장관은 경제단체들을 만나 능력에 따라 직원을 채용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나 능력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진정 만들고 싶다면, 학벌주의 해소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내와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 제도는 이명박정부 내내 전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어 올해 이명박정부가 자신의 교육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 업무보고 곳곳에서도 시장주의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장관으로서 의지와 다급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조급함으로 시장주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대학에는 쓰나미가 지나간 후의 폐허와 혼돈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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