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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12.10 조회수 :479
정기국회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한나라당은「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서울대 법인화법’)」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서울대 법인화법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한 채 지난 1년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돼있던 법안이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절차조차 무시한 서울대 법인화법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치적 폭거의 산물이자 서울대 구성원을 비롯해 국립대 구성원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철저하게 묵살하고 통과된 반시대적인 법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법인화법 통과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대 법인화는 국립대학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정부조직으로서 갖는 경직성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환영입장을 밝혔다.
정기국회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한나라당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률안(이하 '서울대법인화법'」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과연 그럴까. 서울대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의 자유를 원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기재부장관과 교과부장관이 지정한 차관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이사회 임원으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제9조), 총장은 4년마다 교과부장관과 협의해 대학운영성과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교과부장관은 이를 평가해 이행결과를 행정 및 재정지원에 반영한다.(제32조)
뿐만 아니라 교과부는 서울대가 제출한 법인화안을 바꾸면서까지 ‘자율’을 제약했다. 서울대는 지난 2009년 서울대 법인화안을 직접 작성, 교과부에 제출했고, 교과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해 2009년 9월 교과부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12월 국무회의 의결과정에서 정부는 교과부장관이 추천하는 감사 1명이 상근한다는 조항을 삽입했으며(제5조), 이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렇다고 ‘자율’을 희생(?)한만큼 반대급부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보장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2009년 교과부안에 담겼던 국가 및 지자체의 서울대 기금출연, 서울대 자체수입에 상응하는 국가의 추가지원, 수익사업에 따른 법인세 부과예외조항은 모두 삭제되었으며, 국가나 지자체가 보유한 국·공유재산을 무상양도하거나 서울대가 보유한 국·공유재산을 무상양도할 경우 기재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은 새롭게 삽입되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번 서울대 법인화법을 둘러싼 서울대와 정부의 힘겨루기의 결과는 정부의 ‘승(勝)’이다. 되도록 정부의 비용을 절감하고, ‘관치’를 유지하면서 법인화를 관철시키고자 한 정부의 노력이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말이다. 서울대의 환영인사보다 2004년부터 추진한 숙원사업이 풀렸다는 이주호 교과부장관의 환영인사가 더 와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서울대와 정부간에 모종의 약속과 거래가 물밑에서 있었는지 여부는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대로라면 서울대 역시 주요 사립대학과 동일하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의 바다에 뛰어들어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국대학, 그 중에서도 걸핏하면 거론하는 하버드대 혹은 예일대 등 미국 유명사립대학과 어깨를 겨루기 위해 서울대는 과연 어떤 몸부림을 보일 것인가. 법인화로 허용된 수익사업을 위해 교수의 교육 및 연구활동의 상업화, 교육시설의 상업화, 대규모적인 기금모금활동, 이를 위한 CEO형 총장선출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등록금 인상이다. 2009년 현재 서울대 총수입(기성회계와 일반회계의 합산) 중 등록금, 국고보조금, 기타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1.5%, 55%, 13.6%다. 국고지원이 불안한 상황에서 서울대는 전체 수입의 1/3을 차지했던 등록금 수입의 증대를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서울대는 ‘2007~2025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에서 서울대 법인화를 계획하면서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학내합의를 이루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으로 서울대가 법인화되더라도 등록금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등록금 상한제는 사립대학의 위헌소송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 준수마저 외면하면서 ‘법’위에 군림하고 있는 주요 사립대학의 움직임에 서울대가 가세하면 등록금 상한제가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자율은 제약당하고, 재정지원은 보장받지 못하며, 학문의 상업화, 교직원의 고용불안이 예상되는 서울대 법인화는 곧 전체 국립대학의 미래가 될 수 있으며, 대학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등록금이 폭등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전체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서울대 법인화법을 통과시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한 대학구성원들의 분노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대 법인화법 추진과정은 1946년 대학자치와 학문적 자유를 짓밟는 일방적인 대학통합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대학구성원들을 배척하며, 미군정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국립대서울대학교설립안(국대안)’이 발표된 상황과 매우 닮아있다. 지금 상당수 서울대 구성원들도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을 뒤로 한채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법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날치기' 한 것이 그렇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학의 체제 변화가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라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 없이 1946년과 2010년 두차례나 정치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은 서울대 역사에 큰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에 처리된 서울대 법인화법은 서울대를 위해서라도 전체 국립대학 발전을 위해서라도 2012년 시행되기 전에 폐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