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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9.08 조회수 :546
장관 취임을 하루 앞둔 30일, 교과부는 상지대 정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9월 6일 국회 교과위에서 상지대 관련 긴급 현안 질문을 하기로 합의가 돼 있던 터라 교과부의 이 같은 결정은 상지대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큰 충격에 빠뜨렸다. 취임 전 논란의 불씨를 제거함으로써 이주호 장관의 순항을 기대한 것이었겠지만, 분규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는 상지대의 모습이 앞으로 우리 대학에 나타날 징조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주호 장관은 이명박정부 교육개혁 전도사라 불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대선 공약을 만들고, 첫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냈으며, 2008년 촛불집회 정국의 책임을 지고 퇴임한 후, 바로 교과부 차관으로 임명돼 실세 차관으로 불려 왔다. 그런 그가 장관 자리에 올랐으니 시장주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일 것은 쉽게 예상되는 바다. 취임 후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대학퇴출과 국립대 법인화 추진이 거세지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지난 7일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30교를 발표했다. 든든학자금(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든든 학자금 대출을 제한 받는 학생이 거의 없어 재정건전성과는 무관하다 결국,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은 퇴출 대학 명단을 발표하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언론들도 ‘퇴출 대학 발표’로 보도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서울대 법인화법과 인천대 법인화법안 역시 통과될 가능성이 크고, 국립대 법인화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경우 우리 대학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정부는 ‘부실 대학’을 걸러낸다는 명목으로 공적 자금을 사학경영자에 건네겠다는 심산인데, 이는 대학설립을 자유화했던 정부 정책 실패와 무능․부패한 사학경영의 책임을 보상해 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립대 법인화는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 책임을 축소하고, 민간 부담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등록금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취업률을 중심으로 한 재정지원사업 개편, 대학 퇴출 도구로 쓰일 대학평가와 공개 제도 등 이주호표 시장주의 정책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 증폭될 것이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주의 정책은 1995년 이후 우리나라 대학교육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5.31교육개혁안의 연장선이다. 그는 5.31 교육개혁안을 수립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우리 대학을 시장주의 원리에 따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가 떠받들고 있는 5.31 교육개혁안은 파산 직전이다. 학부제와 의학전문대학원제도는 폐지됐다 해도 무방하고, 부실 대학을 범람을 야기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설립허가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추진한 BK21사업은 논문 수, 박사 수는 증가했으나,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했다고 볼 만한 대학은 없이 대학 간 격차만 키워놓았다. 대학자율화는 사학경영자만의 자율화로 변색돼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치 실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해 버렸다. 따라서 지금은 실패한 정책에 기대 잘못된 길을 계속 가기보다 새로운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합리적 사고마저 잃고, 파산 직전 배에 올라 시장주의 개혁을 부르짖는 맹목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주호 장관은 며칠 전 전문대학을 방문해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학력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또한 ‘등록금 반값’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학력 차별 언급은 ‘미스매칭(대졸실업-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려는 것이겠지만, 학력 차별에 기반을 둔 학벌주의 해소와 등록금 반값 실현은 대학개혁을 위한 근본 문제이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주의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접근과 시도를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