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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8.05 조회수 :530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2010년 7월 30일 ‘고등교육기관별 학자금 대출한도 설정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고 대학 평가를 통해 학자금 대출한도를 대학별로 달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학 평가는 재학생 충원율(35%), 취업률(20%), 1인당 교육비(10%), 상환율(10%), 등록금 인상수준(10%) 등 8개 평가 지표를 통해 이뤄지며, 평가 결과 상위 85%에 속하는 대학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을, 하위 15% 대학 학생들은 등록금의 70%만을, 하위 15% 중에서도 교육목적달성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대학 학생들은 심의를 거쳐 등록금의 30%만을 대출받을 수 있다.
교과부는 토론회 결과를 수렴해 8월 중 ‘학자금대출 제도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종적으로 대출한도 설정을 위한 기준마련과 대상대학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안이 단지 한 정책연구팀의 의견이 아닌 교과부의 기본 입장임을 알 수 있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 돈을 대출 받은 학생들이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해 상환을 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질 높은 대학교육이 핵심 조건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양질의 취업을 통한 학자금 대출 상환율 제고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뿐더러 이번 방안으로는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없다. 더구나 정부 학자금 대출을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보상체계로 활용하는 것은 대학 평가 결과의 책임을 학생들이 감수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교과부가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이루고자 했다면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일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대학을 유도할 일이다. 정책연구팀이 제시한 호주 사례도 대학 혹은 교육과정의 평가 인증 여부와 대출 여부를 연계하는 체제다. 우리처럼 대학교육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건 무조건 하위 15%는 대출액을 하향 조정해야하는 상대평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하위 15% 그룹에 속하지 않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대학교육의 질이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평가지표가 너무 편향적이다. 가장 배점이 높은 재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을 놓고 생각해보자.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학 충원율이나 취업률은 교육의 질보다는 대학서열화에 따른 결과물 성격이 짙다. 특히 취업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대학당국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인당 교육비 지표도 그렇다. 이는 학생 수가 아주 적은 일부 소규모 대학을 제외하고는 교육비 성격과 관계없이 전체 재정규모가 큰 대학이 유리한 지표다. 그것도 기초학문보다는 공대나 의대를 보유하고 산학협력이 활성화되어 있는 대학일수록 유리하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이 같은 지표 중심으로 전체 대학을 줄 세우기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처럼 유형별, 규모별, 지역별 구분도 없이, 평가지표의 향상도를 반영하는 것도 없이 말이다. 이미 대학서열 상위에 올라있는 수도권 대규모 대학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번 방안으로는 양질의 교육과 취업, 이를 통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성공적 안착을 이룰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이를 밀어붙이는 데에는 그 목적이 ‘대학 퇴출 유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 학자금 대출을 수단으로 하위 15% 대학의 신입생 입학을 막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진정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면 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생산적인 평가를 할 일이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저조한 상환이 우려된다면 대학평가와 연계할 것이 아니라 고액화된 등록금과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정부 학자금 대출제도를 대학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