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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7.21 조회수 :624
숭실대의 홈플러스 입점계약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유통업체인 삼성테스코와 숭실대가 ‘숭실대 교육·문화복지센터 민간투자 시설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삼성테스코는 1,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숭실대에 지하 5층 지상 11층 규모의 대형 교육·문화시설이 포함된 건물을 지어 기증하고, 그 대가로 지하 1~2층을 27년간 무상으로 임차해 홈플러스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교통영향평가 등 아직 통과해야할 관문이 남아있지만 홈플러스 입점이 확정되면, 부산대 효원문화회관과 함께 대학 내 민간자본(이하 ‘민자’)유치의 대명사로 회자될 것이다.
홈플러스 입장에서 보면 숭실대 진출은 수지맞는 장사다. 숭실대가 위치한 관악·동작구는 인구밀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가 없어 홈플러스가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왔던 지역이다. 그러던 차에 건축비 1,000억원 지원으로 주변 상권을 싹쓸이할 수 있게 되었으니 홈플러스는 큰 이익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엇을 얻었나. 숭실대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대학의 재정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은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 대학이 시장인지, 학문의 전당인지 헛갈릴만큼 면학분위기가 크게 저해될 것이며, 이미 상품판매의 주공략 대상으로 전락한 대학생들의 소비문화는 더더욱 상업화될 것이다. 홈플러스가 숭실대에 앞서 서강대에 진출하려 했을 때 대학구성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며 이를 좌절시켰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여 논란을 빚고 있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대표주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으로서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논의 한번 없이 비용절감의 이익만을 내세워 홈플러스를 환영한다는 것은 우리 대학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숭실대는 지난해 3월 ‘클린 캠퍼스’ 운동을 벌이면서 “정문 앞 미관을 헤치고 학교의 격을 떨어뜨린다“며 정문앞 노점상들의 자진철거를 요구했고, 노점상들이 이를 거부하자 정문 안쪽에 매점을 설치해 떡볶이·순대 등 같은 음식을 노점상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는 이른바 ‘노점상 고사작전’까지 펼쳤다. 그렇게 해서 노점상이 사라진 그 자리에 홈플러스를 끌어들였으니 숭실대는 영세상인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숭실대가 이익이라고 말하는 비용절감 효과도 결코 대학구성원들에게는 ‘득’ 될 것이 없다. 홈플러스는 건축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무상으로 학내 공간을 이용하면서 대학구성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투자금 이상의 돈을 회수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과 사업자간의 계약이 제대로 체결된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난 4월 감사원은 교과부를 감사한 결과, 대학이 민자유치사업을 허술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근거로 제시된 부당운영사례는 사업신청자의 자격기준의 하나인 자기자본비율을 규정보다 낮게 책정한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을 규정보다 높게 책정한 경우, 공사비를 과다계상한 경우, 실시협약에 어긋나게 임대료수입과 관련하여 별도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이다.
그나마 이는 모두 국립대에서 적발된 사례로 현재 외부감사가 소홀한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이 사업자와 어떠한 부당계약을 체결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학들은 ‘경영상의 비밀’ 운운하며 협약내용 공개를 꺼리니 나중에 대학구성원들은 뒷통수를 얻어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학에 민자유치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상업시설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은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다. 대학의 역할과 위상 면에서, 재정 면에서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호화로운 시설과 대학의 홍보에 현혹되지 않고 냉철한 시각으로 이를 바라볼 수 있는 대학구성원들의 지성이 다시 한 번 발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