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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7.08 조회수 :556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1일 `의·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의·치대와 의·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을 병행 운영하는 대학은 2015년부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의전원으로 완전히 전환한 대학은 2017학년도부터 의대로 환원할 수 있다. 현재 대다수 대학이 의대로의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의·치의학 교육체제는 옛 의·치대 학제로 돌아가게 됐다. 이로써 정부가 2003년부터 추진했던 의전원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당초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 △동기가 확실하고 성숙한 학생의 입학 △비정상적인 의대 입학경쟁을 대학원 단계로 상향, 분산 이동 △우수인재의 이공계 진입효과 등을 바라보며 의전원을 도입했다. 그러나 의전원은 △교육기간 연장으로 의사 고령화 △등록금 상승 △이공계 대학원 기피 및 의전원 입시준비로 대학생 사교육 문제 대두 △수도권 학생 증가로 지방대학 병원 인턴 부족 등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정부는 의전원 도입 과정에서 국고지원 등을 수단으로 다양한 압박을 가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교과부는 의전원 체제 정착을 위해 407억원을 지원하고, 의전원 관련 BK21사업으로 1,126억원을 지원했으며, 국립대 교수 342명을 증원해 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우리 연구소는 그 동안 수차례 전문대학원 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해 왔다. 이는 전문대학원 제도 자체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전원, 로스쿨, MBA 등을 거침없이 도입했다. 의전원 실패는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었고, 나머지 전문대학원 실패도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밀어붙였던 관료들은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같을 것이다.
우리 연구소의 우려는 의전원 제도 자체의 실패에 있지 않다. 보다 큰 문제는 김영삼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미국식 신자유주의 대학 교육이 큰 변환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김영삼정부는 1995년 발표했던 ‘5·31교육개혁안’을 통해 대학 체제를 학부 과정은 기초교양과정과 전공기초과정으로 설정한 후 전공심화 과정은 대학원에서 배우도록 하는 미국식 연구중심대학 체제를 추구했다. 이후 정부도 모두 같은 지향의 정책들을 확대 시행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학부제였고, BK21사업과 전문대학원 제도도 같은 배경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학부제는 이미 파탄이 났고, 전문대학원 제도도 실패의 길에 접어들었다. BK21 역시 논문 증가와 같은 성과가 있었다고 하나 연구중심대학 체제 구축 형태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5·31교육개혁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대학 설립 자유화 정책인 ‘준칙주의’ 역시 더 이상 존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영삼정부에서 5·31교육개혁안을 수립했던 인사들과 정책 노선이 같은 이들이 이명박정부에서 ‘준칙주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되었건, 지난 15년간 대학 교육 정책의 핵심이었던 5·31교육개혁안 체제는 실패했다. 이제 실패한 정책 기조에 기대어 잘못된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새로운 미래를 고민할 것인지 갈림길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