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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6.09 조회수 :571
지난 4월 29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상지대 정이사 9명 중 5명을 구재단 측 인사로 선임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상지대 구성원들은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지대 교수 233명 중 225명의 반대 서명, 무기한 연좌 농성, 항의 삭발, 동맹 휴학 결의 등이 이어지고 있고, 원주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도 범시민대책기구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분위 결정은 1993년 부정입학, 금품수수 등의 비리로 물러났던 김문기 전 이사장 복귀를 기정사실화 하고, 이사회의 과반을 구재단 쪽에 배분함으로써 대학 운영권을 넘겨주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이들이 복귀해 대학 운영을 장악하면, 그동안 대학 발전을 위해 들인 땀과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부정·비리와 독단·독선이 횡행한 20여 년 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우려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2007년 대법원은 김문기 등이 제기한 ‘이사회결의무효확인청구’소송에서 임시이사는 정이사 선임권이 없고, 종전 이사(임시이사가 선임되기 직전 정이사, 구재단)들이 학교법인의 법률상 이해관계인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분위는 이 판결을 근거로 구재단 인사의 정이사 선임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은 종전 이사에게 직무수행권(정이사 선임권)이 있다는 것이 아니며, 백번 양보해 구재단 인사를 정이사로 선임한다 하더라도 교육 비리를 저질러 대학을 황폐화시킨 책임을 물어, 대학 구성원의 동의를 바탕으로 그 수는 최소로 해야 한다.
사립학교법 상 임시이사 선임은 “임원간의 분쟁ㆍ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 등으로 인하여 당해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에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임시이사가 선임되기까지 구재단이 저지른 부정·비리와 전횡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더욱이 구재단의 횡령과 전횡으로 초토화된 대학을 현재와 같이 정상화시킨 장본인들은 바로 대학 구성원들이다. 따라서 사분위는 임시이사 선임 대학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해 정이사를 선임한다면 정상화에 가장 공이 큰 대학 구성원들에게 정이사 선임 지분을 가장 많이 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분위는 오히려 구재단에 최대 지분을 넘겨 구재단의 경영권을 회복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올 초 출범한 2기 사분위가 구재단을 비롯한 사학경영자와 동일한 입장인 사람들로 대부분 구성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지대 관련 결정은 “교육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학에 대한 사적 소유를 주장하는 인사들이 이번 결정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사분위가 사학경영자들의 이익집단처럼 돼 버린 것은 2007년 한나라당 주도로 사립학교법이 개악될 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개악 이전에는 정이사의 3분의 1을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할 수 있었고, 사분위도 사학분쟁과 관련한 교육부장관 자문기구 정도였다. 사학경영자의 절대적 지원을 받는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대학평의원회의 정이사 추천권을 박탈하고, 사분위에 임시이사 선임 대학의 정이사 전환과 관련한 전권을 부여함으로써 비리재단의 대학 복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친 사학경영자적 사고와 입장을 가진 인물들이 2기 사분위를 장악하게 되면서 그 의도와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사분위가 계속 비리재단의 복귀를 엄호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임시이사 선임 대학들은 또 다시 분규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사학 분쟁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조장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하지만 비리로 쫓겨났던 이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귀하게 된다면, 교육 비리는 ‘척결’ 아니라 ‘확산’ 될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교육 비리를 척결할 의지가 있다면,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사분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현재와 같이 사분위가 비리 재단 복귀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비리는 처벌의 대상이지 조정의 대상이 아니기에 사분위는 ‘조정’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하며, 정이사 전환 관련 사항은 법령으로 규정해야 한다. 정이사 전환 시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함은 물론이고, 구재단 복귀는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와 합의 하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에는 이달 말로 연기된 상지대 정이사 선임과 관련한 사분위 최종 회의에서 상지대가 구성원들의 동의와 합의 하에 정이사 체제를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세종대, 덕성여대, 광운대 등 정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는 대학 역시 구재단 인사를 일방적으로 선임해 이들 대학을 분규로 몰아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