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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2.06.27 조회수 :1,457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세미나에 참석한 장상윤 교육부차관이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이유는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해 간접적으로 규제됐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윤 교육부차관, 대교협 대학 총장세미나에서 ‘등록금 규제풀겠다’
총장들의 대학재정난 호소에 교육부차관이 등록금 규제완화로 부응한 것이다. 현행 법령에서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고 있어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법적 상한선 범주 내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거의 없었다.
즉,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은 등록금 동결이 유지되는 정책적 제어장치였으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지난 14년간 유지된 등록금 동결의 빗장을 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6월 15일(화)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202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미지=교육부 누리집)
등록금 규제 완화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 외면한 무책임한 정책
등록금 규제를 풀어달라는 대교협을 비롯한 대학운영자의 요구가 오랜 기간 계속되어 왔음에도 역대 정부가 사실상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해 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세계적 수준이다.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왔지만 그래도 사립대학 등록금은 OECD 회원국 중 7위, 국립대학은 8위를 기록(「OECD 교육지표 2021」, 2019~2020년 기준)하고 있다. 대학진학률은 74%(2021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높아 대학 등록금은 전체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2010·2011년 ‘반값등록금’ 요구가 전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당시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앞다퉈 대학등록금 인하 및 동결 또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도 대학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을까.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임을 시사했고,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까지 인상된다면 국민의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도 주목되는 변화다. 등록금 규제를 풀면 재정난을 호소해 온 상당수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고민하거나 추진하겠지만 학생충원 걱정이 없는 대학과 있는 대학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는 한 등록금 인상은 대학간 재정격차를 불러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위기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수익자부담의 원칙 폐지 선언하고 대학에 대한 정부책임 강화해야
2010·2011년에 비해 나아진 점이 있다면 국가장학금이라는 등록금 지원정책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연평균 3조 5천여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여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은 수혜자가 전체 재학생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고, 지원액도 소득분위별로 달라 매년 소득분위 산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완화되긴 했지만 성적 기준도 있어 국가장학금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학생들도 다수에 이른다.
이는 역대 정부가 수익자부담의 원칙과 고액화된 등록금에 근본적으로 메스를 대지 않고 장학금 지원이라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등록금 자율화의 피해와 국가장학금의 한계를 모두 겪은 지금, 우리 대학이 나아갈 다음 수순은 수익자부담의 원칙 폐지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 강화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정부는 이런 바람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에 비명을 지르는 서민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 등록금 인상 논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윤석열정부 정책 발표 난맥상도 문제
한편, 윤석열 정부 들어 발표하는 고등 교육정책 난맥상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 주 업무가 반도체학과 신․증설이 됐다는 말이 돌 정도로 요란을 떨다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등록금 인상 발표 과정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부 차관은 등록금 인상이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으나 교육부는 하루뒤 “전문가 및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는 별도의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국민경제와 수백만 명의 대학생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을 국민 의견 수렴이나 정부 부처간 협의도 없이 교육부 차관이 발표했다는 말이 된다.
윤석열정부 출범 50여 일이 다가오지만 아직까지 교육부장관이 공석이고, 발표하는 정책마다 혼란을 불러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교육정책 생산과 발표 과정 모두 전면 개선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