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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2.06.09 조회수 :1,582
윤석열 대통령의 7일 국무회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을 주문하면서 “교육부의 첫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며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어려움을 표하자, 윤 대통령은 ‘웬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입학 정원 순증’을 검토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교육부의 첫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
대통령의 발언과 교육부의 신속한 대응은 자못 충격적이다. 대통령 발언은 ‘교육부 역할’ 규정이지만, 대학 첨단 학과 정원 규제 등의 맥락을 봤을 때 실상은 대학 역할을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육성’으로 못 박은 것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첨단산업 인재 육성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더라도 다양한 분야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대학 역할을 산업에 종속된 형태로 규정한 것은 위험하다. 대통령 발언대로라면 당장 돈이 되지 않거나 오랜 시간 연구와 투자를 해야 하는 인문학이나 기초학문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그렇지 않아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인문학과 기초학문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교육부 역시 경제부처 마인드를 가진다면 이런 분야에 관심을 두거나 지원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통령의 발언 못지않게 학령인구 감소로 비명을 지르는 대학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수도권 정원 증원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지방대학 비명 지르는데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금 대학은 초유의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2024년에는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에 ‘디지털 인재 양성’과 함께 ‘(지자체 권한 강화를 통한) 지방대 육성’이 들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가장 시급한 전체 고등교육 정원을 어떻게 조정할지, 지역균형 발전은 어떻게 추진할지, 부족한 고등교육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에 대한 정책을 내오면서 인재 양성 방향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증원 검토를 곧바로 들고나온 것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상황을 역행하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면 곧바로 지방대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는 학부 정원이 1만 5천명 이상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공룡 대학이 16곳이나 있다. 교육부가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을 할 경우 이들 대학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대학 정원 팽창과 더불어 공룡 대학의 비대화만 심해질 것이다.
첨단학과 증설에 필요한 교수진과 예산은 어떻게?
대통령 지시대로 첨단학과 정원이 증원된다해도 문제다. 정원을 늘리면 학생을 가르쳐야 할 교수가 필요하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해당 분야 전공 교수 부족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또한 첨단학과는 단순히 정원만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첨단 시설과 기자재가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부족한 교수와 예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면 학생과 학부모 반발이 따를 것이다.
다양한 검토와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정책은 안착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불필요한 논란과 혼선만 초래할 수 있다. 임기 초반부터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이 첨예하게 대립할 정책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것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교육부 중요하다면서 수장은 아직도 공석
한편, 윤 대통령은 교육부의 산업 인재 공급 역할 발언을 하면서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는 역점 사업을 우리가 치고 나가지 못 한다면 이런 교육부는 필요가 없다. 시대에 뒤처진 일을 내세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들으면서 든 의문은 대통령이 교육부 기능 및 역할의 중요성과 첨단산업 인재 필요성을 이토록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 의지를 총괄 지휘하면서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할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장관 자리가 아직도 비어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내정자는 온갖 의혹으로 이미 자진 사퇴했고, 두번째 내정자 역시 만취 운전과 논문 표절 등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두 사람 모두 교육정책이나 첨단산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학 교수 출신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대통령실 누리집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