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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2.10 조회수 :441
대학의 등록금 동결 선언으로 가계의 학비 부담이 다소 덜어지는 듯했던 분위기가, 서울 지역 주요 사립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다시 반전되는 양상이다. 지난 1월27일 연세대가 2.5% 등록금 인상을 발표한 뒤 서강대(3.34%), 성신여대(3~4.9%), 숭실대(4.8%), 한국외대(3.19%), 한양대(2.8%), 홍익대(2.8%)가 줄줄이 등록금 인상을 발표하거나 시사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서울 지역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부금 및 국고 지원금을 확보하는 데에서 불리한 다른 지역의 대학까지 자극해 등록금 인상 러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발표하거나 등록금 납부 기한을 앞에 두고도 등록금을 확정하지 않은 채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집계한 2010학년도 등록금 동결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1백86곳(4년제 1백6곳, 전문대 80곳. 2월2일 기준)으로 지난해 등록금을 동결한 2백92개 대학(4년제 1백6곳, 전문대 1백26곳)의 6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등록금이 인상될 것이 자명하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로 내년부터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올릴 수 없으나 사립 대학들은 법이 허용하는 범주 내에서 최대한 등록금을 인상하려고 할 것이다. 인상 폭은 최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볼 때 올해 등록금 인상률을 크게 웃도는 4~5%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27일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사립 학교들은 위헌 소송을 제기 중임을 내세워 암암리에 법 규정을 무시하고 등록금을 올릴 수도 있다. ‘사립학교법’이 개방이사제 도입과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끝내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사립 대학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취업 후 상환제 및 등록금 상한제 도입과 등록금 동결 선언은 대학 등록금 고통 분담을 향한 시작에 불과하지만 사립 대학들은 이마저도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 등록금은 결코 싸지 않다. 200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4천7백17달러로 OECD 국가 중 미국(5천6백66달러)에 이어 2위이며, 사립 대학 역시 8천5백19달러로 미국(2만5백17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그럼에도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대학의 주된 명분은 대학 경쟁력 강화 또는 교육의 질 관리이다. 바꿔 말해 양질의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4년제 사립대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은 2000년 4백57만원에서 2009년 7백43만5천원으로 10년간 62.7%(2백86만5천원)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임 교원 1인당 학생 수(재학생 기준)는 2000년 32.8명에서 2009년 30.4명으로 2.4명 줄었을 뿐이며, 조사 대상 대학 1백35곳 중 59곳(43.7%)은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1999년 8만2천원에서 2008년 14만4천원으로 6만3천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큰 편이지만, 지난 10년간 학생 1인당 등록금이 2백86만5천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하다. 학생 1인당 도서 구입비는 지난 10년간 8만2천원에서 10만1천원으로 겨우 1만9천원이 증액되었다.
‘반값’ 공약한 정부가 실천 의지 보여야
교육 여건을 살펴보면 국제 경쟁력을 외치는 대학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한 예로 국공립 대학을 포함해 2006년 우리나라 대학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30.9명으로 미국(15명), 일본(10.8명), 독일(12.4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면서도 교육 여건은 열악한 것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다시 대학가에 몰아친 등록금 인상 후폭풍을 잠재울 수 있는 열쇠는 정부에 있다. 그러나 취업 후 상환제 및 등록금 상한제 법안이 통과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가 벌써부터 ‘대학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2일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등록금이 너무 싸면 질이 떨어지지 않겠나. 외국은 졸업하면 기부를 많이 한다. 나도 많이 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앞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자”라며 기부금 입학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현재 거론되는 기부금 입학제는 ‘입학 조건부 기부금제’로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헌법이 보장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취업 후 상환제 및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계기로 학력과 가난의 대물림을 단절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싫든 좋든 이미 우리 사회는 고교 졸업생의 84%가 대학에 진학하는 고등 교육 보편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고등 교육을 ‘의무 교육’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에서 등록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가 받아 안아야 할 필수 과제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정부는 취업 후 상환제 및 등록금 상한제가 ‘교육 기회 확대’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자금 지원 가운데 무상 지원의 범위를 넓히고, 학자금 대출도 대출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조 장치를 마련하며, 등록금 상한제도 하위 법령과 정책을 통해 엄격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 이 글은 시사저널 1060호(2010년 2월 10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