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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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에 대한 단상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1.19 조회수 :511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ICL)와 ‘등록금 상한제’가 우려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ICL의 핵심은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해 일정한 소득이 생기는 시기부터 대출한 학자금을 갚도록 한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현재 ICL은 △신입생들은 내신 또는 수능 6등급 이상 그리고 재학생은 B학점 이상에게만 신청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이자율이 높고, 복리를 적용한다는 점 △군 복무 중 이자 부과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는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CL 및 등록금 상한제 도입의 의미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과 별개로 ICL도입은 70만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해마다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고통을 덜어주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 부모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나타나는 교육기회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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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7월 30일 서울 상암동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대학총장과 학생,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자금 지원정책 간담회를 열고, "학교를 다닐 때에는 등록금 마련 부담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주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를 내년부터 전격 도입한다"고 밝혔다.(이미지=청와대)

 

특히 ICL과 함께 도입된 ‘등록금 상한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던 등록금 인상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전체 국가재정 중 고등교육 지원 비율 확대를 위한 10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반영하여 매 2년 마다 고등교육 지원계획을 국회에 보고토록 한 것은 고등교육재정 확대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ICL은 향후 다양한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ICL과 ‘수익자부담논리’

 

정부는 이번에 도입된 ICL이 “돈이 없어 대학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게 됨으로써 학력, 가난의 대물림 단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ICL이 등록금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CL이 등록금 문제 해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ICL은 ‘수익을 얻은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수익자부담논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수익자는 학생에 국한된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배제되고, ‘대학등록금은 전적으로 수혜자인 학생들 책임’이라는 논리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이번 법안 통과로 정부가 고등교육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킨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고액 등록금 납입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비록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어 증가 폭이 둔화되더라도 물가인상률에 준해 등록금은 꾸준히 인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력과 가난 대물림’ 끊을 수 있을까.

 

또한 ICL은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고통을 미래로 연기한 모르핀 정책’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밝힌 자료를 보더라도 대출 받은 대학 졸업생들은 16년(초임 연봉 2,500만 원)에서 25년(초임 연봉 1,900만 원)까지 학자금 상환을 위해 고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이 늦어지면 그만큼 상환 기간도 늘어나겠지만, 학생들이 25세에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각각 41세, 50세까지 학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들은 그 동안 결혼도 해야 하고, 집도 장만하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

 

결국 상당수 졸업생은 등록금 상환 때문에 자식들에게 투자할 여력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ICL은 ‘학력과 가난의 대물림을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재 대학생 다음 세대들에게 ‘학력과 가난의 대물림’을 남겨줄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예측은 그나마 취업자가 연봉 1,900만 원이라도 되는 직장에 취직을 했을 때나 설정이 가능한 경우의 수다. 저소득층은 정부가 상환 기준을 4인 가족 최저생계비(’09년 기준 연 1,592만 원)로 설정함으로써 학자금 상환이 시작되면 생계유지조차 힘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ICL 문제의 보완책

 

서두에 언급했던 이번 ICL의 문제는 해결이 간단하다. 국가가 학생들에게 적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당당히 이자를 내고 대출 받아 본인 책임 하에 상환한다는 점에서 성적 제한은 철회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ICL 금리를 3~4%정도 되는 정부 정책금리로 변경하던가, 아니면 시중금리를 계속 적용한다면 이자율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이자 차액 보전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복리의 이자율 계산 방식은 단리로 수정해야 한다. 군 복무자의 이자는 입대 여부를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에 의한 의무적 행위이므로 차액보전이나 유예가 아닌 면제를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책만으로 등록금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ICL 도입을 통해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공유한 이상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대학 진학을 개인 선택의 문제로 볼 것이냐, 아니며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진학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고 있고, 대학과 대학생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ICL 넘어 ‘대학 무상교육’ 준비해야

 

결국 일부 유럽 국가와 같이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전까지는 학생들의 대학진학 욕구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학력사회를 부추겼던 것이 사실인 만큼 대학 진학 욕구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교졸업생의 84% 이상이 진학해 대학교육이 현실적으로 ‘의무교육’ 수준인 상황에서 정부가 대학 등록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결국 ‘대학 무상교육’ 제도 도입이 그 대안이다. 국가재정 투자 대비 무상교육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입증하기는 어렵지 않은 문제다. 물론 당장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는 어렵겠지만, 구체적인 준비 작업은 시작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한나라당이 공약했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무상교육’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학력과 가난의 대물림을 단절’시킬 수 있는 큰 길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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