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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2.05.11 조회수 :1,796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새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고등교육 분야는 크게 ‘대학내외 자원을 활용한 디지털인재 양성’, ‘규제 개혁을 통한 대학 자율 확대’, ‘지자체 권한 강화를 통한 지방대 육성’ 등을 담았다.
‘디지털인재 양성’을 위해 “결손인원 등을 활용한 첨단분야 학과 신·증설 및 대학원 정원기준 유연화”, “산업계 수요 기반 및 융복합 교육과정 운영, 대학 간 공유체계 활성화”를 추진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이미지=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대학 자율 확대’는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학평가를 개편하고,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을 완화하며, 재정진단으로 ‘경영위기대학’을 지정, 자발적 구조개선을 촉진할 수 있도록「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 특별법(가칭)」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반대학 온라인 학사과정, 학·석·박사 통합과정 및 학·석사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학사과정도 유연화하고, 임시이사 파견대학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대학 육성’은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자체, 지역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외에 지역거점대학(원) 육성, 대학중심 산학협력·평생교육 제공, 전문대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책 시급성과 구체성 없어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최대 현안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자원 감소다. 2021년 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내후년인 2024년에는 8만여 명의 대학 정원 미달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등록금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에 재정난을 불러와 국가 지원 확대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수위가 발표한 내용은 대학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진단한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인수위가 가장 먼저 발표했어야 할 내용은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여부를 포함해 운영이 어려운 대학을 모두 문 닫게 할 것인지, 이로 인한 지역 공동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실·편법운영을 지속하는 대학은 어떻게 할지 등이 됐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가 대학 지원 확대를 어떻게 하고,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도 밝혔어야 한다.
상황이 위급한데도 인수위는 “재정진단으로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하고 자발적 구조개선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가칭)「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는 ‘경영위기대학’ 몇 곳을 지정해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과거정부 정책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걱정 앞서는 지방대학 관련 권한 지자체 위임
학령인구 감소가 수도권대학보다 지방대학에 주는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지방대 육성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인수위는 지방대학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책임 있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물론 그동안 지역 산업체·지자체·대학이 참여하는 사업추진과정에서 중앙집권적 조직구조로 인해 지역사회의 현실과 특성이 사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사업 추진 체계와 방법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지, 지방대학 관련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지방대학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할 경우 지자체장 권한이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지자체장은 선출직 공무원이고,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사립대학 이사장이나 교수들은 지역사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행․재정 지원이 지자체장과의 친소관계나 선거를 의식한 지역사회 영향력 등에 따라 몰리거나 나눠 먹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방대학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고,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법 개정사항으로 보인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학 자율확대는 대학 부실화 초래 우려
‘더 큰 대학 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를 구축’하겠다며 내놓은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규제 혁신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4대 요건 개선 필요성은 주로 학령인구 감소와 비대면 온라인 교육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댄다. 그러나 이 둘은 성격이 서로 다른 문제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개선 필요성은 상당수 대학이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유휴 부지 및 시설이 생겼기 때문(4대 요건 모두 학생 수와 연동되어 있다)이다. 이들 대학은 유휴 교지 및 교사시설, 수익용기본재산의 용도변경과 매각 등에 대한 기준과 적정성 등을 살펴보면 된다.
또한 비대면 온라인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개선 필요성은 현행 대학이 온라인 과정을 만들 때 4대 요건을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당연히 온라인 과정은 부지나 시설 중심의 요건을 적용하기 어려울테고, 기존의 오프라인과 다른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 감소와 온라인 교육환경 변화 등을 묶어서 4대 요건 기준 완화를 추진할 경우 대학 교육여건 및 재정 상태가 후퇴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1996년 부실 사립대학 난립, 학과증설, 학생증원 억제를 위한 기준이었던 「대학설치기준령」을 폐지하고 대학 자율을 명분으로 대학설립 준칙주의(「대학설립운영규정」)를 도입함으로 대학 교육여건 부실을 초래한 과오를 재현할 수 있다.
대학 위기 극복 핵심은 정부 책임성 강화
윤석열정부는 대선공약에서도 교육 분야는 빈약했고, 인수위 구성에서도 교육계 인사를 제대로 임명하지 않았다. 또한 윤석열정부 1기 내각 후보자 중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첫 낙마하면서 차관 체제로 출범해야 할 정도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인수위가 제안한 고등교육 과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수위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 정부 책임성 강화와 재정 지원 확대를 통한 대학 등록금부담 해소, 사학개혁을 통한 공공성 확대 등 시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핵심과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선과정에서 대학에 대한 지원확대, 국가장학금 지급확대를 약속했음에도 국정과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학령인구 감소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대응 여부에 따라 그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정부가 책임성을 강화하고 사립대학 공공성을 높인다면 고등교육기관은 공교육의 한 축으로 설 것이고, 인수위 국정과제처럼 권한을 위임하고, 규제를 완화할 경우 세계 최고 비율의 사립대학 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시장논리에 따라 고등교육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 선택은 오롯이 윤석열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