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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12.30 조회수 :469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12월 22일 대통령에게 2010년 업무보고를 했다. 교과부는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과학기술 선진화로 세계일류국가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창의와 배려가 조화된 교육’과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교육과학기술’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교과부의 이번 업무보고의 중심기조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미명 아래 효율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MB식 국정운영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급조된 인상이 강하다. 교과부가 구분하여 밝힌 ‘직업교육 선진화’와 ‘고급인재 양성’계획은 경제개발에 필요한 기술인력과 고급엘리트를 속성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60년대 개발독재정권 시절의 인력양성방식과 매우 흡사한데 이는 국가운영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과도 맞아떨어진다.
전문대, 평생교육기관 육성과 관련된 ‘직업교육 선진화’와 대학원 연구인력과 관련된 ‘고급인재 양성’으로 구분하다 보니 실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년제 일반대의 정체성과 발전전략에 관해서는 시장주의식 구조조정 외에는 제시된 바가 없다. 지난 24일 “인문대 나온 학생들, 특히 지방대 나와서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정체성과 우리 사회의 현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기술교육’으로 간단하게 처리하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은 교육철학의 빈곤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번 업무보고는 국립대 법인화, 대학퇴출 등 논란이 많았던 민감한 사안들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교과부의 일방통행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교과부는 12월 31일, 경영부실 대학으로 분류된 8곳이 2011년 말까지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의 퇴출을 유도함에 있어 해산법인은 초ㆍ중등 법인, 평생교육기관, 공익법인(장학재단 등) 또는 사회복지법인(노인요양시설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부실운영의 책임자인 사학운영자의 재산을 보존해줌으로써 ‘면죄부’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퇴출방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초ㆍ중등법인 및 평생교육기관 전환까지 허용하여 대학운영만 아니면 교육사업도 계속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이후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올해 격렬한 반대에 직면한 바 있는 국립대 법인화 역시 서울대 법인화를 필두로 강행하겠다는 심산이다. 교과부는 내부적으로 KAIST, 울산과학기술대, 서울대, 인천대는 독자법인화로, 그 외 국립대학은 대학연합형태의 법인화로, 이마저도 안하는 국립대학은「국립대학 재정ㆍ회계법」을 적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도로 국립대학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립대학에 대한 압박은 국립대 총액인건비제와 성과연봉제 시행으로도 이뤄질 전망이다.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확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립대 교수 정원이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액인건비제를 도입할 경우 정규 교수 보다는 비정규직 교수를 고용하여 차별적이고 불안전한 고용이 증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추가 재원없는 성과연봉제는 교수들로 하여금 누가 파이를 더 많이 가질 것인가를 둘러싼 소모적인 경쟁을 초래하여 오히려 교수 역량 배양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이러한 교원정책이 국립대에서 사립대로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WCU사업 강행과 입학사정관제 도입확대 계획 또한 이를 둘러싼 숱한 논란과 현장으로부터의 문제제기를 교과부가 철저히 외면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교과부가 외면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시민단체와 대학구성원들은 정부가 발표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가 상환액 증가, 무상장학금 및 무이자ㆍ저리학자금대출제도 축소, 무리한 상환방식 등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정책이라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교과부는 ICL정책을 수정 없이 추진할 것을 밝혔으며, 고액 등록금과 관련해서는 1인당 교육비 등 등록금 산정근거 공시 등 하나마나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그쳤다.
한편, 이번 업무보고에 따르면, 교과부는 대학평가인증시스템의 안착과 에이스사업(ACE:Advanced College of Education)을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학평가인증시스템은 대학평가주체를 ‘관’에서 ‘민’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정부주도의 획일성에서 벗어나되 기업의 입맛에 따라 대학이 좌우되는 문제는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의문이다. 에이스사업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매우 유사하면서 단지 ‘선도대학’을 집중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이 사업이 추진되면 재정지원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실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교육정책, 대학의 시장화를 앞당기는 구조조정, 말로만 서민정책인 교육비 부담 경감방안으로 이번 업무보고는 지금과 다를 바 없는, 혹은 지금보다 더 암울한 2010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