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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12.10 조회수 :519
정부는 11월 19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실행계획(이하 최종안)’을 발표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를 대출할 수 있으며, 졸업 이후 연간 소득이 최저생계비(2009년 기준 1,592만원) 이상이면 추가 소득의 20%를 상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 도입 취지로 설명했듯이 ‘서민과 중산층 가계의 등록금 부담을 해소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될지는 의문이다.
저소득층 지원폐지, 복리방식 이자산출로 등록금 부담 가중
우선 현행 학자금대출제도에서 지원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무상등록금과 소득 1~7분위 이자지원 혜택이 없어진다. 현재 학자금 대출자 4명 중 3명이 이와 같은 지원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취업 후 상환제 도입으로 대다수 서민, 중산층 가계는 오히려 등록금 부담이 가중된다.
또한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이자를 부담하지 않지만, 졸업 후 원금 상환 시점에 이자를 원금에 합산해 ‘이자에 이자를 부담하는 복리’ 방식이 적용된다. 따라서 현행 학자금 대출과 비교했을 때,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증가하게 된다. 이자율은 시장금리에 따라 매학기 결정되는데, 경제적 요건 변화로 시중금리가 인상했을 경우, 상환 부담을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것도 문제이다. 법원에서 파산회생 절차를 할 때 최저생계비의 150%를 실제 최저생계비로 인정한다는 사회적 통념조차 거스른 방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정부 방침은 당초 교과부 산하 소득연계 학자금 대출제도 정책연구팀이 제시한 ‘기초생활수급자 등록금 지원 확대, 저소득층 무이자 대출, 실질 이자율 0%’ 등의 내용 보다 후퇴 한 방안이다.
교과부, 비현실적인 상환스케줄 제시
한편 교과부는 이번 제도가 취업 후 대출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초임연봉에 따른 상환스케줄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립대 등록금 액수, 임금인상률 등 현실적이지 못한 기준을 적용했다. 교과부는 사립대 등록금을 매년 800만원으로 가정했는데, 교과부가 제시한 등록금 인상률(5.5%)을 적용하더라도 2010학년도 신입생이 4학년이 되는 2015년(2학년 마치고 군대 2년) 등록금은 1천 25만원에 달한다. 2009년 10월 임금인상률이 1.5%에 불과하고, 세계적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현실에서 5% 임금인상률을 적용한 것도 무리다.
따라서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상환스케줄을 산출하면, 초임연봉 2,600만원(상환시기인 2018년 기준 초임연봉, 2009년 기준 초임연봉 1,900만원과 동일수준) 대출자의 경우 28세부터 67세까지 대출원금의 4.8배에 달하는 총 1억 7,259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교과부 산출결과 보다 상환기간은 1.6배, 상환금액은 1.8배 늘어나는 결과다. 자칫 채권 발행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담당하고 정부는 보증만 서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상환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거나, 비현실적인 자료를 근거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취업 후 상환제’ 전면 재검토 되어야
정부 방침대로 내년 신입생부터 전면 시행하기 위해서는 2월 초 등록금 납부시기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여, 야 의견이 엇갈리면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무리한 제도 시행은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과 문제점만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현재 제출된 방안을 폐지하고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취업 후 상환제는 부담 시기만 미래로 연기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상한제’와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 등 이미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들도 있어 정부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 등록금’의 면피책으로 ‘취업 후 상환제’를 도입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