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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2.02.07 조회수 :1,302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 극복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등교육재정 확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은 지난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대학에 지원하기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요구하며 기자회견과 교육부 앞 농성 등을 진행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정책포럼 등을 통해 교부금법 제정을 촉구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5월 교육위원회가 ‘고등교육 위기극복과 재정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교부금법 제정 등 고등교육재정지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정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위기극복 TF’를 꾸리기도 했다.
이처럼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교부금법 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에서 학령인구 감소시대를 맞이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고, 그 예산의 일부를 고등교육예산으로 돌리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기재부와 국책 연구소 등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제도 개편을 주장하자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추진단'을 꾸리고, 1월 24일 1차 회의를 열었다.(이미지=교육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 고등교육예산으로 전환하자’ 주장하는 기재부와 KDI
지난해 12월 기재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교부금 증가추세 및 적정 교부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부금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한국개발원(KDI)은 이를 뒷받침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KDI는 ‘학령인구는 2020년 546만 명에서 2060년 302만 명으로 44.7% 감소할 전망인데 내국세수의 20.79%와 교육세분으로 추산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1인당 금액은 2020년 10.0백만원에서 2060년 54.4백만원 수준으로 5.5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KDI는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 보고서 :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효율화’에서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예산 내에서 학교급별 합리적 예산 배분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지방교육세를 고등교육재정에도 쓸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등교육재정 확대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솔깃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기재부와 KDI의 이 같은 주장이 타당한가를 검토해 봐야 한다.
학생 수 줄면 교육재정 줄여야 하나?
먼저, 학생 수가 준다고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점이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3명, 중학교 26.1명으로 OECD 평균인 21.1명, 23.3명보다 많다. 물론 이에 대한 원인분석이 다양할 수 있고, 학급당이 아닌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OECD 평균 보다 낫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대국 9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한다면 이에 걸맞은 교육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는 3.5%로 OECD 평균인 3.4%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공교육비 중 정부 부담은 3.1%로 같고, 민간 부담은 우리나라가 0.4%, OECD 평균이 0.3%로 우리나라가 0.1% 높다. 이런 상태에서 ‘교육강국’이 되기는 요원하고,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학생 수 축소뿐만 아니라 초중등교육의 미래에 대한 다양하고 면밀한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기도 전에 기재부와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자는 주장이 일방적으로 쏟아져나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기재부, 고등교육재정 확보 의지 보인 적 없어
특히 기재부는 지금까지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한 적이 거의 없다. 대신 기재부는 오래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가 2011년 ‘반값등록금’ 도입 논의시 재원 확보 방안이 논란이 되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돌려 쓰자고 한 이후 지금까지 이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기재부는 고등교육재정 확보가 목적이 아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보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재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를 주장하자 교육부는 기재부 주장에 반박하며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추진단’을 꾸려 지방교육재정과 고등·직업·평생교육간 연계와 활용 등을 담은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하며 논쟁하는 것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현상적으로 보면, 재정당국과 교육당국이 국민 보는 앞에서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지만, 본질은 기재부가 교육재정을 늘릴 생각 없이 시장 논리에 따라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있다.
국세 교육세의 고등교육세 전환, 위험한 주장 될 수 있어
기재부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의와 별개로 고등교육재정 확충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관련 사안은 교육당국과 학부모, 학교 구성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학령인구 감소 이외의 다양한 변화요인을 고려한 중장기 정책을 내오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 중의 하나인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다. 이런 논의가 지속될 경우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정작 교육예산을 늘려야 하는 본질적 과제가 사라질 수 있고, 대학 총장들이 초중등교육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 등 최근 상황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확보를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함께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재부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