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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8.28 조회수 :573
지난 9일, 교과부는 국립대 통폐합을 골자로 한 ‘2009년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은 두 대학을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했던 방안 이외에 다수 대학을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안도 제시하고 있다. 즉, 동일 권역 내 3교 이상 국립대학이 단일한 의사 결정 체제를 구성하여 유사·중복 영역의 통폐합 및 캠퍼스별 특성화를 추진하고 3년 이내 단일 법인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러한 추진 계획에 맞춰 다음 달 11일까지 각 대학으로부터 계획서를 접수받아 연말까지 통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통폐합이 얼마나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통폐합 추진 당사자인 국립대학의 반응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립대 통폐합 계획안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교과부 일정은 ‘물리적’으로 맞춰나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인화를 전제로 한 통폐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 전까지 국립대 통폐합과 법인화가 동시에 추진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국립대 통폐합과 법인화 모두 정부 재정 지원을 축소라는 동일한 목표 하에 추진하는 사업이기에 우리 연구소는 “국립대 통폐합은 민영화를 위한 수순 밟기”라 지적한 바 있다.
국립대 통폐합 논의는 이명박정부 들어 거의 진척되지 않았다. 올 초 교과부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없던 내용이며, 2009년 교과부 예산에도 편성돼 있지 않다. 따라서 촉박한 일정을 제출하면서까지 통폐합 계획을 발표한 이유가 답보 상태에 있는 법인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통합지원금을 유인책으로 법인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번 국립대 통폐합이 자율적 구조개혁을 위함이라 했다. 그렇다면 십여 년 이상 국립대 구성원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는 포기하는 게 옳다. 이명박정부는 대학 자율화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통합지원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추진되는 통폐합은 자율적 구조 개혁이 아니다.
국립대 법인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립대 통폐합 사업은 재검토해야 할 사업이다. 교과부도 △의견수렴 부족으로 인한 갈등 발생 △근접 대학이 있음에도 원거리 대학과 통합하는 등 통합 타당성 부족 △유사·중복 학과 통폐합 부진 △원거리 복수캠퍼스 운영에 따른 비효율 등이 발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2005년 통합 승인을 받은 공주대와 강릉원주대 등은 올해까지도 통합 교명을 두고 구성원 간의 갈등이 계속됐으며, 통폐합하는 대학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해 통폐합에 반발하는 일이 잇따랐다. 또한, 최근 발표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통폐합 지원금을 통폐합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사비, 화한 구입 등에 지출했을 뿐만 아니라 통합 전 대학의 유사·중복 학부(과)를 통합 후에도 그대로 존치시켜 놓고 있었다. OO대는 16개 유사·중복 학부(과)를 통폐합키로 했으나 2009년 현재 2개만 통폐합했고, △△대는 13개 유사·중복 학부(과) 중 경영학과만 통합하고 나머지 명칭만 변경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과부가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계획 없이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으로 통폐합을 추진한 당연한 결과로 대학 당국에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이다.
교과부는 국립대 통폐합이 국립대 특성화와 정원 축소를 통해 미충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성화는 통합된 국립대의 유사·중복 영역을 통폐합함으로써 캠퍼스별 특성화를 이룬다는 의미다. 그러나 유사·중복 학부(과) 통폐합이 제자리라는 것은 특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립대 통폐합은 특성화와 상관없이 국립대 정원만 축소시킨 결과를 낳았다.
이명박정부는 이러한 평가를 지난 정부의 과오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달 만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촉박한 일정을 제출해 놓고 대학을 채근해 국립대 통폐합과 법인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 사업으로는 지난 정부 과오를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국립대는 통폐합으로 인한 문제점으로 골머리를 앓게 할 것이다.
지난 정부의 통폐합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똑같은 우를 범하는 우매함이 없길 바란다. 정부는 지금의 국립대 구조개혁 방안을 당장 중지해야 할 것이며, 지난 통폐합 사업에 대한 면밀히 검토와 반성을 시작으로 진정 국립대 육성을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