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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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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폐지’ 추진 중단되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7.20 조회수 :425

한나라당이 사학법인과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제기해 왔던 ‘사립학교법 폐지’ 주장을 적극 대변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 의원들과 ‘사학법폐지 및 사학진흥법제정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7월 9일 사립학교법 폐지 관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으로 내년 상반기에 폐지될 수 있도록 일정을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립학교법은 참여정부 시절 4대 개혁입법으로 채택되어, 진통 끝에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도입을 골자로 민주적으로 개정되었다. 예산권, 임면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사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부정비리가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고, 대학구성원들이 대학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법안은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의 강력한 반대로 시행 된 지 1년 만에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후퇴되어 개정되었다.

 

이제 한나라당은 보다 강도 높게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들의 뜻대로 재개정된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서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사학법이 존재할 경우, 언제든지 민주적으로 개정될 수 있는 소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현 정부에서 ‘폐지’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학에 대한 관리․감독을 완전히 없애고, 사학 운영을 자율이라는 명목 아래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운영하여 사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학법 폐지 주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자율화’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자율화 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운영자들의 경영권은 확대하되 교육여건 등 의무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 일색이다. 최근에는 퇴출 사학에 대해 잔여재산 일부를 공익․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함으로써 대학 퇴출을 보다 자유롭게 할 방침이다. 정부는 사립대학의 설립과 운영, 퇴출을 자유롭게 해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은 사학법 폐지를 통해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완전히 없애려는 공동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국민운동본부의 주장대로 사립학교법이 폐지 될 경우, 우리대학은 ‘자율’만 존재했지 ‘책임’과 ‘공공성’은 사라진 왜곡된 교육현장이 될 것이다. 폐지론자들은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사유재산이고, 설립자는 학교시설을 갖춤으로써 의무가 끝나는 것이므로 대학에 투자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사립학교 운영은 이사회가 독점해야 하고, 이사회가 이사장과 그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족벌체제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사유재산’ 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학교법인은 대학에 투자를 해야 할 의무가 없고, 학교 운영비를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등록금으로 충당하면 된다. 운영면에서 ‘사설 학원’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면서 사학발전을 위해 ‘사학진흥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다소 모순된 주장이다. ‘공공성’을 포기한 ‘사유재산’에 국가 공적 자금 투자를 전제로 하는 진흥법을 제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폐쇄적 운영구조는 사학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부정․비리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 왔다. 교과부 감사에서 대규모 부정․비리가 적발된 대학의 경우 대부분 법인 이사진이 관여되어 있거나 이사들의 책임 방기 현상으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교과부 종합감사를 받은 81개 사립대학의 손실액은 4천 70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학경영자들의 부정․비리와 부당운영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로 오히려 법인 이사회와 대학운영이 더욱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학법이 폐지될 경우, 교육여건도 더욱 열악해 질 것이다. 지금도 사학법인이 최소한 지켜야 하는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은 53.7%(2008년), 법정부담전입금 부담률은 47.0%(2007년)에 불과하다. 법이 존재하는데도 사학법인의 교육투자가 이 정도라면, 이 장치마저 없애버린다면 사학의 대학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국가 지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등록금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사학법 폐지는 학교법인에만 ‘득’이 될 뿐, 사학 발전에는 그 어떤 ‘득’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사학법 폐지 주장은 사학을 사유화함으로써 대학발전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내년 상반기에 폐지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공언할 정도면, 이들의 추진 움직임은 매우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사학의 건실한 육성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직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민심을 버리고, 사학 기득권 세력의 편에 서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민심에 이반한 여당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룰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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