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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5.22 조회수 :484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대학들이 금융 파생상품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이것이 비단 외국 사례만이 아닌 것은 우리나라도 2007년 12월 28일부터 사립대학 적립금을 1/2 한도 내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 적립금 투자 규모나 손실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사립대학 2008년 결산 공개 시점(5월 31일)을 앞두고, 적립금을 결산에 반영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적립금으로 취득한 유가증권이 1/2 이상 손실이 났을 때만 결산에 반영하라는 내용이다. 증권에 투자해서 큰 손실을 봐도 반토막이 나지 않으면 결산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반토막 결산 반영’ 방침은 ‘적립금’에 대한 교과부의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적립금은 기부금이 일부 포함되긴 하지만 대부분 등록금으로 조성된다. 그런데도 교과부가 적립금을 교육여건이 아닌 금융 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반토막 이상 손실을 보지 않으면 결산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대학 재정 운영의 건전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법적 허점도 보인다. 교과부가 법적 근거라고 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33조는 ‘투자유가증권의 시가가 취득가액의 2분의 1이하로 된 경우에는 시가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1981년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기업의 경우에는 1981년 당시에는 「기업회계기준」에서 ‘유가증권을 평가할 때 상장주식은 30% 이상 하락, 비상장주식은 50% 이상 하락할 경우에 시가로 평가’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가평가 방침은 점차 강화되었고, 외환위기 이후 기업회계기준을 국제회계기준에 합치시키면서 ‘유가증권 및 시장성 있는 투자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개정(1998년 12월 12일)했다. 결국 교과부는 30여년간 해묵은 특례규칙 조항에 근거하여, 가장 공익성을 담보해야 할 대학 회계에 기업회계 보다 못한 기준을 적용시킨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적립금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적립금 투자관리 지침서」(이하 지침서)를 대학에 내려보냈다. 지침서에는 ‘학내구성원 등에게 기금 자산의 운용원칙 및 방향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외부 전문기관 등이 기금운용에 대해 매분기 감사를 하고 기금현황, 상품별 운용수익률 등을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교과부가 공개 방법은 매우 투명하게 한 것처럼 주장하면서 공개 기준은 반토막 이상 손실을 볼 때만 공개토록 한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교과부 주장대로라면 49% 손실이어도 절반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교과부가 운용수익률을 공개토록 한 목적이 ‘투명한 운영’에 있다는 것과도 배치된다.
특히 교과부 주장의 모순을 따지지 않더라도 교과부 지침대로 내역을 공개한 대학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적립금 투자 허용 정책을 시행한지 1년이 지났고, 사립대학 결산 공개를 앞두고 있다. 교과부는 적립금 투자 허용 당시 ‘고등교육 재정의 획기적 확충을 위한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지만 불행하게도 정책이 도입되자마자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강타했다. 금융상품에 투자한 대학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손실을 크게 입었다. 결산 공개를 앞두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교과부 입장에서 당장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반토막 결산 공개’ 방침을 제시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상당수 대학이 학생 등록금을 이용해 적립금을 축적한 이상, 문제가 생겼다면 이를 대학구성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교과부는 ‘반토막 결산 공개’ 방침을 철회하고, 대학에서 적립금을 어디에 투자했으며, 손실이 어느 정도 인지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 자칫 이를 손놓고 있다가 사립대에 막대한 손실을 미쳐 내년도 등록금인상, 교육여건 투자축소, 과도한 적립금 축적 등 고질적인 사학재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