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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1.05.21 조회수 :1,636
교육부는 5월 20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이하 ‘체계적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교육·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은 3단계 조치로 관리하며 △수도권과 지방대학,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등이 동반 성장하도록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한계사학’ 관리에서 ‘전체 대학 관리’로 정책 변화
이번 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계사학’ 관리에서 ‘전체 대학 체계적 관리’로 정책 방향이 변화한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 돼, 학생 수 미달 등으로 정상 운영이 불가한 ‘한계사학’에 대해서 종합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2018년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상위 64%)되면 정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됐고, 올해 시행하는 3주기 진단에서는 정원 감축 권고를 아예 없앴다. 2019년 대학 혁신지원 방안과 3기 인구정책 TF 등 주요 정책에서 학령인구감소 대비 정책의 일환으로 ‘한계사학’ 종합 관리 방안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이미지=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갈무리)
이러한 정책 방향을 수정해 정부는 체계적 관리 방안에서 기본역량 진단을 통과한 ‘자율혁신대학’도 일정기준에 미달할 경우 정원 감축을 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권역별로 유지충원율을 평가해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정원 외 전형이 과도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정원 내외 총량 관리를 포함한 ‘적정 규모화’ 계획을 수립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일부 ‘부실대학’을 대상으로 한 퇴출 정책에서 벗어나, 대학 재정을 진단해 위험대학을 선별하고, 위기 수준에 따라 3단계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진단 ‘우수’ 대학은 우수 대학대로, ‘위험’ 대학은 위험대학대로 처방을 달리하는 전체 대학의 체계적 관리를 표방한 것이다.
‘전체대학 체계적 관리’ 의미 있는 변화
현재 진행되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감안하면 자율적 정원감축 또는 ‘부실대학’ 퇴출 방안은 한계가 있다. 실제 문재인정부가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 결과, 감축 정원 규모는 1만 여명(2018년 대비 2022년)에 불과했다. 2013년 대비 누적 감축 정원은 7만 명으로 교육부 당초 목표 16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 지방대를 중심으로 한 ‘4만여 명 미충원’은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 문재인정부 정책 탓이 크다.
‘부실대학’으로 거론되는 대학 상당수는 학생 수 규모가 작고, 이미 미충원이 심각해 이들 대학을 퇴출시킨다고 미충원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간 학령인구 급감이 지속되는 2024년, 지방대학 위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전체대학 체계적 관리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방안은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실효성 있는 수도권대학 정원 감축돼야
정부 정책대로라면 수도권대학의 정원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자율혁신대학에 선정된 수도권대학끼리 유지충원률을 평가해 하위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혁신지원사업비 중단 등의 조치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과도한 정원 외 규모를 줄이고, 정원 내로 흡수하겠다는 방안도 수도권대학에 의미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실효성 있는 수도권대학 감축이 되기 위해서는 권역별 권고감축 대상 대학 범위와 권고 감축률을 의미 있는 수준에서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상 대학을 30~50%로 선정하겠다고 했는데, 설계 여부에 따라 학생 모집 선호도가 높은 상당수 서울지역 대규모대학은 현재 규모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지역 4년제 대학 36교 총장들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고등교육의 위기에 모든 회원교가 공감했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상호 협조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율 혁신계획을 통한 정원 감축 구체화로 답해야 한다. ‘규제 철폐’ 운운하면서 정원 감축 전제조건으로 등록금 인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비싼 등록금과 코로나19 시기 부실한 수업으로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하지 않다.
위기대학 급증 우려, 종합적 관리방안 시급히 추진해야
위기대학 관리 방안 역시 기존 정책과 차별화했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정책은 부실대학 ‘꼬리 자르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사학 공공성을 훼손하고, 부실 운영 책임자에게 자산을 돌려준다는 비판을 받는 ‘자발적 퇴로’ 방안이 언급되기도 했다.1)
하지만 이번 정책에서는 자금유동성, 체불임금 등 핵심 재정지표를 통해 ‘재정 위험대학’을 선정하여 위험단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하고 단계별 조치를 취하는 방안으로 전환했다. 구성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체불임금 우선 변제를 위한 청산융자금을 마련하고, 폐교 자산 관리 및 매각을 위한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청산인 제도 개선 등도 종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문제는 위기대학이 급증할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체계적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정부 재정 지원 가능대학 284교2)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나머지 35교는 정부 재정지원을 못 받는다. 2012년 재정 지원 제한대학 선정 정책 시행 이후, 한 해라도 정부 지원을 못 받은 경험이 있는 대학3)은 145교로 절반(45.5%)에 달한다. 이 중 62교(19.4%)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선정될 만큼 교육, 재정 여건이 녹록치 않다. 이 외에도 학령인구 감소 규모가 워낙 커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위기대학’은 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재정위험대학 평가와 관련된 세부지표에는 이를 염두에 둔 종합적인 관리방안이 담겨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과정에서 재정 부실이 설립자나 대학 운영자의 부정․비리에서 비롯되었다면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2024년 이후 겨냥한 ‘전체대학 정원 감축’ 정책 수립해야
이번 정책은 의의가 큼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 급감에 대응하고 수도권과 지방대가 공존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고등교육 여건을 만들기에 역부족이다. 다행인 것은 2024년 이후 10여 년간 학령인구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 시기는 학령인구 감소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2024년 이후 정원 정책은 차기 정부 몫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예비 후보들이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정원 정책은 단순히 대학 입학 정원 규모를 조정하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중심주의로 인해 지방의 인적토대를 완전히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고, 국가균형발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교육여건이 열악함에도 서울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방대한 규모로 운영해 운 서울지역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대선 주자들은 고등교육 공약 수립 시, 전체대학 정원 감축을 기조로 한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 교육부, 인구구조 변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 2019.
2) 2022학년도 정부 재정지원 가능대학 : 국•공•사립 일반•산업대 186교 중 161교(한국교원대 및 교육대학은 별도 평가를 받아 대상 제외), 전문대 133교 중 123교
3)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된 대학 및 평가 제외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