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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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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제도의 근본 한계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4.20 조회수 :492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학생들의 반발과 언론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 등록금 투쟁은 학생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대중투쟁을 벌이는 형태였다면, 근래는 상당수 언론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등록금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최근 등록금 관련 보도의 중심에는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의 높은 이자 문제가 있다. 학생들이 이자 내기도 힘들어 상당수가 신용유의자가 되고 있고, 본격적인 원금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 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되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부는 이들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2월 6일 제정(법률 제9415호)되어 5월 7일부터 시행될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법률안에 따르면, 장학재단은 기존의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담당하던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 사업과 대출 이자 지원, 장학금 지급 사업 등을 이어받고, 재단이 독자적으로 학자금 대출을 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기존의 학자금 대출과 더불어 재단이 직접 채권을 발행해 수혜 학생들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언론에서는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되면 학자금 이자가 지금보다 1% 정도 낮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의 유동화채권 발행 방식에서 재단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이자를 1% 정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교과부는 ‘학자금대출채권’을 유동화하여 대출자금을 조달하는 업무는 현재와 같이 유동화 전문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혀 장학재단이 이를 운영하더라도 지금과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 따라서 실제 대출 이자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단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거나 개인이나 법인의 기부 또는 기탁금, 출연금 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장학재단이 출범하면 학자금 수혜자가 지금보다는 늘어나겠지만, 이자 경감 등의 실질적인 혜택은 얼마만큼 돌아갈지는 알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설사 장학재단이 출범해 학자금 규모가 대폭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자금 대출 제도가 갖는 근본 문제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의 학자금 대출은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한계 내지 축소를 그 배경으로 교육비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시키는 ‘수익자부담논리’를 강화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진 신자유주의 노선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지원하는 무상장학금, 근로장학금, 학자금대출 비중이 2006년(결산 기준) 기준으로 각각 31.9%, 0.7%, 67.4%였던 것이 2008년(예산 기준)에는 각각 14.6%, 0.5%, 84.9%로 변화되어 무상장학금 비중을 급격히 줄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결국 학자금 대출 제도는 본질적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교육비를 대출이라는 형식을 빌려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이들의 반발을 최소화해 등록금 인상을 합리화 시켜주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학자금 대출을 할 때 저소득층 학생과 이공계 학생들 일부에게 무상장학금이나 무이자나 저리 대출을 해주고는 있으나, 그 규모가 턱없이 적고, 무이자나 저리 대출은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학자금 대출 확대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 체제대로라면 학자금 문제는 학생들을 넘어 머지않아 보증을 선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내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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