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는 후원회원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순수 민간연구소입니다.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1.05.03 조회수 :2,299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민주당 반도체특위)는 서울·경기권 주요 대학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반도체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반도체 특위는 이런 내용을 담아 이르면 5월 안에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 방안을 보고하고, 8월까지 반도체 업계에 대한 초파격적 지원방안을 담은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미지=픽사베이>
현재 대학은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총량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대학 및 교육대학의 정원증원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고, 산업대학, 전문대학, 첨단분야의 대학원대학의 정원증원만 일부 허용하되 이 역시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 대학은 현재 수준보다 정원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토록 수도권 대학 증원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제1조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하여 수도권을 질서 있게 정비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법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서울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0년 35.5%였던 수도권 인구 비율이 2017년 49.6%까지 올랐고 2019년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인구감소는 지방을 더욱 빠르게 공동화시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역시 소멸이 거론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우리 연구소를 포함하여 일부에서는 수도권대학도 정원감축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학령인구 감소의 파급력이 상당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수도권대학이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
반도체 인재 양성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는 여러 방안을 추진해왔다. 2019년 11월, 정부는 매년 미래 첨단 분야 학생 정원 8천 명을 증원하여, 2025년 이후 10년간 8만 명 양성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4월, 그 일환으로 결손인원 활용, 편입학 여석 활용, 지역 국립대 증원을 통해 첨단 분야 학과에 대한 정원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2021학년도에 45개 대학에서 4,761명의 첨단학과 학생이 늘어났다. 결손인원과 편입학 여석을 활용한 방안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총정원을 늘리지 않고 반도체 인력양성 규모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올해 1월에도 정부는 또 다른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시스템반도체 핵심인력 양성’ 논의에서 반도체 관련 설계전공트랙, 연합전공 등 시스템반도체 특화 전공을 신설하겠다고 한 것이다. 설계전공트랙이나 연합전공 역시 새롭게 정원을 늘리는 대신 기존의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들이 추가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안이다.
이에 비춰보면 반도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수도권대학 정원규제를 풀어주자는 더불어 민주당의 제안은 국가균형발전과 첨단인재 양성을 균형있게 바라봐야 하는 집권여당의 위치에 한참 못미치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존의 방안으로는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수도권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의 신설 및 증원이 불가피하다면 수도권대학의 대학 내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 수도권에는 학부 재학생수 15,000명(2020년 기준) 이상인 대학이 16곳이 모여 있고 이들 대학은 모두 백화점식 학과를 보유한 종합대학이다.
이들 대학이 양질의 교육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몸집을 줄이고 한정된 재원을 집중투자할 수 있는 특성화를 실현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앞서 말한 수도권 집중현상까지 고려한다면 정원 내 조정을 통해 반도체 관련 정원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더불어 민주당은 수도권대학의 정원규제 완화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반도체 인재양성을 희망하는 대학도 정원확대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대학내 정원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