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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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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도, 우리 현실에서 성공 할 수 없어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3.16 조회수 :733

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KAIST와 포스텍에 이어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거나 선발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들이 앞다퉈 나서는 배경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있다.

 

교과부는 대학 학생선발 전형 선진화를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성적위주의 획일적 선발방식에서 학생 소질, 적성, 창의력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대학 입학전형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2008년 157억 원이던 예산을 2009년 236억 원으로 대폭 증액하고, 지원 대상도 40개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원 방식은 입학사정관제 운영 평가를 통해 대학간 차등지원 폭을 확대하고,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선택과 집중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입학사정관제는 2004년 10월 28일 발표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에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방도로 처음 제시되었다. 이후 교과부는 2006년 입학사정관제 도입방안 정책연구를 시행하고, 2007년 10개 대학(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을 대상으로 대학당 1.35~4억 원씩 지원해 시범 실시했다. 그리고 2008년 입학사정관제 지원계획을 수립해 40개 대학을 선정하고 모두 157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교과부가 제시한 방식대로 된다면 우리나라 입시 제도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좋은 취지와 미국에서 안착되었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도입할 국가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입학사정관제는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투명성 부분에서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학생선발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이 매우 큰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한 우리 입시 현실에서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입생과 학부모가 사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도 이번에 고려대가 고교등급제 의혹에서 보여주었던 불투명한 모습이 다른 대학들에서도 반복된다면 사회적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만약 입학 사정 과정에서 해당 학생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적 배경이 선발의 중요 요소로 작용하기라도 한다면 그 이후 사태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우려는 입학사정관의 독립성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채용되어 활동하고 있는 입학사정관 대부분이 비정규직, 계약직이다.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는 입학사정관들이 대학 당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대학 당국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경우 편법적인 기부금 입학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 입시에서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조차 특목고와 자사고, 강남지역 고교 출신 선발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고교등급제와 대학서열화의 또 다른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칭 명문대학이 배타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입학사정관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입학사정관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이유가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선발하려는 목적 외에 특정 인종을 배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대교협에 입시제도 관리를 위임했고, 대교협은 본고사 금지와 고교등급제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입학사정관제도는 다양한 방식의 전형에 의한 본고사와 고교등급화의 결정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근절을 목적으로 추진되었음에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가 시행되어 사교육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정부 입시 정책 모순에 의해 입학사정관제는 유명무실화 되고, 기부금입학, 본고사, 고교등급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상당수 언론이 입학사정관제도를 긍정적으로 보도 또는 논평하거나, 몇몇 진보언론이 우려점을 언급하면서 철저한 사전 준비나 점진적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입시제도 문제는 특정 제도 도입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학벌주의에 기반한 대학 서열화와 교육 양극화 해소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오면서 함께 논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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