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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학 정원감축을 제안한다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1.03.03 조회수 :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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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월 2일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년)(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원미달로 지방대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발표된 계획이라 귀추가 주목됐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방안으로 벼랑 끝에 놓인 지방대가 회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년)’


교육부는 기본계획에서 지역인재 유출 및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지역 협업시스템 구축과 그 핵심 축으로서의 지방대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플랫폼 확대,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및 국립대 육성을 위한 고등교육 재정 확충계획 수립, 국가장학금 체제개선, 재정지원제한대학 단계별 시정조치 및 신속한 청산체계 구축, 산학협력 촉진, 지역인재 일자리창출기반 확보, 지자체-대학-지역혁신주체 간 협업을 촉진, 지역인재 선발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간 지방대를 소외시켜 온 재정지원사업의 개편 등 주목되는 점도 있지만 정책의 상당 부분은 이미 추진해 온 정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산학협력 강화, 협업시스템 구축 역시 지금 당장 문닫을 상황이라고 아우성치는 지방대 호소에 비춰보면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매년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정권 말기에 내놓은 공허한 계획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2019년 59만 명에서 2040년 28만 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대학과 지방국립대학 입학정원이 2021년 현재 26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여 단순 비교하면 수도권대학과 지방국립대학 정도로 학생충원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지방대학 특히 지방사립대학은 거의 모든 대학이 존폐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대학은 모두 문을 닫게 할 것인가, 문을 닫는다면 지방사립대학과 연계된 지역공동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구성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정부는 이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지방대 위기를 가속화시킨 역대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정원감축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본격화됐다. 노무현 정부는 국․사립대 통폐합과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정원감축을 유도했는데 그 결과 71,134명(’03~’08년)의 정원을 감축했다.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으로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한 유일한 정부라고 할 수 있으나 통폐합정책으로 국립대와 전문대 정원이 대폭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


이명박 정부는 평가를 통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을 선정해 이들 대학의 폐교 혹은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36,164명(’08~’13년)의 정원을 감축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원감축 규모는 노무현 정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지방대와 전문대 정원만 주로 감축시켜 이들 대학의 위기를 가속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의 70~80%가 지방대였으며, 전체 감축정원의 94.4%가 전문대 정원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구조조정이 ‘지방대와 전문대 죽이기’로 평가받자 박근혜 정부는 이를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모든 대학을 평가대상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다.


그러나 성과위주 지표의 줄세우기식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지방대와 전문대 위기를 가중시킨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60,614명(’13~’18년)의 정원을 감축시켰으며, 그 중 76.7%를 지방대에서 감축했다.



역대 최저 정원감축 기록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해 “전국단위 세세한 등급화로 인한 서열화 및 지역대학 고려 부족, 정원 감축에만 초점, 지원과 연계되지 않아 교육여건 개선 미흡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즉, 정부가 ‘정원감축’에만 주력하여 ‘세세한 등급화’로 과도하게 개입한 것을 지적했으며 그 대안으로 2주기(2018년), 3주기(2021년) 정책은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다고 할 수 있는 2주기 정원감축 규모는 1만 명으로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 최저를 기록하고 말았다. 최근 지방대 정원미달 문제가 쏟아져 나오자 언론은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 문제는 정부의 개입 자체가 아니라 ‘서울공화국’이라 불릴 정도의 극심한 수도권 집중현상, 대학서열화 등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 채 획일적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원감축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대학자율’에서 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노력에서 찾았어야 한다.

  


‘골든타임’ 놓쳤지만 지방대 몰락이라는 최악의 상황 막아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이에 지방대 위기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은 사실상 놓쳤다. 마땅히 묘책을 찾지 못한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보여지듯이 ‘한계대학’에 대한 퇴출경로를 열어주어 정리하고 소위 ‘생존대학’을 집중 육성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볼 때 이대로 간다면 지방대는 위기를 넘어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올해 대학 입학가능 인원은 41만 4천 명으로 입학정원(48만 5,973명) 보다 7만여 명 적다. 올해 입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2024년 미충원이 10만 명에 달해, 신입생 충원율은 79.0%에 그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2037년에는 미충원이 17만 명으로 예상된다. 미충원 상당수는 지방대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지방대가 대거 몰락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지방대 몰락은 지방 공동화 및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극대화시킬 뿐만 아니라 학생수요 걱정없는 수도권대학의 자구노력마저 정체시켜 대학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재정지원을 전제로 전체 대학 정원감축 필요


연구소는 학령인구감소를 등록금수입에 의존하는 재정구조를 껴안은 채 무분별하게 정원을 확대해 온 사립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이 상생하기 위해 연구소가 제안하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체 대학 정원 감축’ 이다. 정원감축은 학생모집이 어려운 지방대뿐만 아니라 수도권대학도 필요하다. 법정 기준에도 못 미치는 교육여건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수도권대학이 상당수며, 이들 대학에는 세칭 ‘일류대학’이라 불리는 서울 대규모 대학도 포함되어 있다.


정원을 감축함으로써 이들 대학은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교육여건이 열악함에도, 수도권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 모집이 용이하다면 그 자체가 수도권대학 도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가 대학 재정 수입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체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교육여건 개선도 도모할 수 있다. 정부가 구상 중인 ‘고등교육 재정 확충 로드맵’은 이를 염두에 두고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11만 명에 달하는 정원 외 모집도 단계적으로 정원 내로 전환해야 한다. 전체 대학 정원 감축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규모 정원 외를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대학 진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정원 내 일정 비율 선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대학퇴출경로 마련에 앞서 위기대학 종합관리 방안 수립해야


한편,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학령인구 감소 규모가 워낙 커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위기대학’이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사학 운영자들에게 잔여재산을 돌려주는 ‘퇴출’ 정책과 함께 재정적 한계 대학의 폐교 절차를 체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퇴출경로만 열어주면 소위 ‘한계대학’이 모두 정리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많은 사립대학 운영자들이 잔여재산 환원보다는 부실하게 운영하더라도 사립대학을 ‘보유’하길 원할 가능성이 크며, 그 과정에서 대학구성원들의 피해만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모집이 어려운 대학 상당수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광역시에 있어 재산 매각이 어렵다는 점도 ‘청산’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따라서 정부는 퇴출경로를 거론하기에 앞서 위기대학 종합관리 방안을 수립해, 대학운영이 어려울 정도의 정원 미달이 예상되는 대학, 임금체불 대학, 부정․비리로 대학 등 ‘위기 징후’의 실태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설사 퇴출경로를 열어준다 해도 고등교육의 공공성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024년까지 적용되는 ‘3주기 기본역량진단’ 평가가 올해 8월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3주기 기본역량진단’ 역시 정원감축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있어 정원감축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통계상 2024년부터 10년간 학령인구 감소는 정체기를 가질 전망이다. 이 시기는 학령인구 감소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부가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정원정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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