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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1.01.27 조회수 :3,101
대학 신입생 미충원 문제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는데 예년과 다르게 전국지와 지방지 등을 막론하고 올해 유독 부각하고 있다. 기사 제목도 ‘쇼크’, ‘초비상’, ‘초긴장’, ‘초토화’, ‘다급’ 등을 사용하며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왜 올해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만 18세 학령인구, 1년 만에 8만 명 감소
‘만 18세 학령인구’는 대학 입학 인원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1990년 92만 명을 기점으로 1990~2000년 10년간 9만 3천명, 2000~2010년 10년간 13만 2천 명 감소했다.
감소 추세는 계속 돼, 2020년 1년 만에 8만 3천명 감소했다. 1년 감소 인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21년에도 3만 5천명 줄어 47만 6천 명까지 줄었다. 올해 대학 수시와 정시 모집에서 지원자 수가 ‘급감’한 이유는 이처럼 2020~2021년 만 18세 학령인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만 18세 학령인구, 대입 정원 보다 적어 미충원 불가피
만 18세 학령인구 수가 감소하더라도, 대학 입학정원보다 많다면 미충원이 문제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미충원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만 18세 학령인구는 47만 6천 명으로 대학 입학정원(49만 2천 명)보다 적다.
취업자, 재수 준비생, 군입대자 등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만 18세 학령인구 중에서 실제 대학에 입학하는 인원은 더 줄어든다. 우리 연구소가 추계한 2021학년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41만 4천명으로 대학 입학정원(49만 2천 명)과 비교해 7만 8천명 부족하다. 올해 대학 미충원이 예년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1)
문제는 미충원 상당수가 지방대 몫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입시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이 서울은 5.6대 1에서 5.1대 1로 경쟁률 하락폭이 크지 않은 반면, 지방은 3.9대 1에서 2.7대 1로 하락폭이 크다.2) 정시에서 3곳에 응시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방대 미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학 미충원 문제, ‘교육’을 시장논리에 맡긴 후과
이런 상황은 예측 불가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대학 입학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은 1990년대부터 제기됐다. 1994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2000년 이후 18세 인구가 급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3)
그럼에도 대학 설립 요건을 최소화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교육여건과 연동해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 ‘정원자율화’ 정책을 도입했다. 대학을 많이 설립하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 도태되는 대학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는 ‘시장’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 두 정책은 대학 양적규모를 키워 오늘날 미충원 문제의 불씨가 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되자 준칙주의가 폐지됐고, 정원자율화 정책도 유명무실화 됐다. 하지만 교육정책을 ‘시장’ 논리에 맡긴 후과는 ‘지방대 미충원’과 ‘교육·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 양산’으로 남았다.
대학 미충원, 앞으로가 더 문제
앞으로가 더 문제다.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4년 43만 명, 2040년엔 현재의 절반인 2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은 2019년 3월에 발표한 추계 인구로, 출생 인구가 예상 인원보다 줄어든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지방대는 2024년 3곳 중 1곳이 ‘충원율 70%’ 이하가 되고, 2037년에는 84%가 ‘충원율 70%’ 이하가 된다.4) 학생 등록금 수입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구조에서 지방대학이 수도권대학과 경쟁하면서 생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전망은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부나 모든 언론이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나 언론의 주된 관심은 어느 대학이, 어떻게 문을 닫게 하느냐에만 쏠려 있다. 많은 언론의 표현대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으면 결국은 수도권 대학만 남게 된다.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여도 괜찮은 걸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전체 고등교육 육성 전망과 계획을 가지고 해야 한다. 대학 퇴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대 육성 비율을 어떻게 할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사립대학 재정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담은 종합적인 그림이 더 필요한 시기다.
1) http://khei.re.kr/post/2317
2)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568646628917064&mediaCodeNo=257&OutLnkChk=Y
3) 교육개혁위원회, ‘대학교육 개혁방안’, 교육개혁위원회 정책토론회 자료집, 1994.
4) http://khei.re.kr/post/2317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팩트체크 전문 사이트 뉴스톱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