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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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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투자자산 손익 여부 공개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12.15 조회수 :514

전 세계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학 내 최대 규모로 학교 운영비 ⅓을 지원하던 하버드 기금이 80억 달러(11조 원) 손실을 봤다. 조지아와 뉴욕의 주립대들 역시 직원 해고 등에 나서고, 프린스턴대도 공사 예산을 3억 달러 줄일 예정이다. 매사추세츠대학은 예산을 5% 삭감했으며 신규 채용을 동결하고 교직원들에 대한 감원 및 보직 이동을 시행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캐나다 대학 큰 손실

 

영국 대학도 마찬가지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아이슬란드에 자금을 예치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도 큰 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대학도 국내외 투자 결과 올해 442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학도 큰 손실을 입었다. 도쿄에 있는 사립대학인 고마자와 대학이 금융파생상품 거래로 150억 엔(약 2,2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으며, 릿쇼대학도 148억 엔 규모 손실로 큰 타격을 입었다. 캐나다 대학들도 적게는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억 달러 손실로 재원 조달이 힘들어져 내년 봄 학기부터 학생 보조금과 장학금을 줄이고 교수 수를 동결하는 등 경비 절감에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다.

 

우리나라 대학은 손실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세계적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몇 년 전부터 회사채, 채권형 펀드, 양도성예금증서(CD),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어음 등에 투자하고 일부 대학은 사모펀드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손실을 봤다는 대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근래 일부 언론을 통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세 대학이 펀드와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서울대만 수익률에서 일부 손실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연세대는 학생들의 요구로 기금운용 현황을 공개했을 뿐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았고, 고려대는 현황마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이들 대학 외에도 상당 수 대학이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했고, 수익률 손실을 넘어 원금까지 까먹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역이 공개된 경우는 없다.

 

대학들 규정 어기고 있다.

 

대학의 이러한 모습은 분명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교육부가 2008년 1월 각 대학에 통보한 ‘사립대학 적립기금 투자관리 지침서(안)’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기금운용을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 등에 의해 매 분기 감사’를 받고, 그 ‘결과는 적정한 방법(홈페이지 또는 신문공고 등)을 통해 외부에 공포’해야 한다. 아울러 ‘기금의 운용내역과 사용내역에 대해 기금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 여부와 별개로) 대학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공개 범위는 △기금현황-목적, 규모, 특징 등 △분기공시(투자현황, 운용수익률, 거래기관 선정기준) △연간공시(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연도별 수입지출 현황, 총투자현황 및 상품별 투자현황, 상품별 운용수익률, 투자정책지침 및 기금운용계획, 기금운용규정) △수시공시(기금운용원칙, 투자절차, 그밖에 기금운용의 주요 결정사항과 관련하여 공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이다.

 

물론 이 지침은 올해 1월 이후부터 투자된 적립금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이전에 운용했던 자산이나 기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월 이후 기금을 투자했던 내용만이라도 공개되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지침 발효 이전이라도 자산을 투자해 손익을 봤다면 그 내역도 공개하는 것이 맞다. 투자 자산 상당 부분이 학생 등록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펀드 투자 ‘적극 권장’

 

사립대학들의 규정을 어긴 침묵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책임이 크다. 2007년 12월 당시 교육부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사립대학이 ‘적립금 50%한도에서 증권거래법에 따른 증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립대학 재원 확충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일부 대학들은 교과부 방침 이전에도 주식이나 사모펀드 등에 이미 투자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과부 방침은 적립금 운용 방식을 보다 ‘공격적’으로 전환하라는 ‘권장’ 주문이었다. 금융시장 어려움 해소를 위한 방편 아니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당시 우리 연구소는 교과부 방침을 우려하며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실효성 없고, 잘못된 사학 적립금 규제 완화>

 

문제는 교과부가 사학 적립금 운용 방식을 완화해 주고 나서 후속 작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부 스스로 지침을 내리고도 이게 지켜지고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물론 지금 시점에 교과부가 이를 확인하는 것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몇몇 대학이라도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교과부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자산 손익 여부, 등록금에도 영향 줄 수 있어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특히 상당수 대학이 학생 등록금을 이용해 적립금을 축적한 이상, 문제가 생겼다면 이를 대학구성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를 숨겼다가는 더 큰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교과부는 즉각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 대학들 역시 스스로 내용을 공개해 대학구성원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제 위기로 일부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이 아직까지 ‘등록금 동결’을 말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산 손실로 인한 고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도 투자자산 손실을 보았다면 사실을 공개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 또는 내후년에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07년 8월 중국 정부는 대학 등록금을 주식이나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와 정반대 길을 간 것이다. 누가 옳았는지는 우리나라 사립대학 실태조사를 통해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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