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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퇴출 겨냥한 대학정보공시제, 전면수정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12.03 조회수 :418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12월 1일부터「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이 발효됨에 따라 이 날 12시를 기해 전국 초·중·고교 1만 1,283개교, 고등교육기관 414개교의 정보를 ‘학교알리미’ (www.schoolinfo.go.kr)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사이트를 통해 일제히 공개했다.

 

정보가 공개되자 고등교육기관 정보공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의 Q&A란에도 공개 하루만에 5,600여건의 글이 올라와 보다 자세한 정보를 묻거나, 모교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줄을 이었으며, 초·중등교육기관 정보공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는 한 때 이용자들이 몰려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과부가 시행한 정책 가운데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정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반응이 매우 빠르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이 교과부가 말한 ‘수요자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미 초·중등교육기관의 경우 이번 정보공개가 2010년부터 서울지역에서 실시예정인 학교선택제와 연동하여 고교를 서열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요자의 학교선택과 별 연관성이 없는 학교별 전교조 가입 교원 수까지 공개하도록 하여 전교조 탄압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정보공개는 필요하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의 발달로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모두 공개되는 마당에 교육기관이 교육운영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시대역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앞장서서 정보공개를 추진한다면 정책추진의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정보공개는 이런 측면에서 매우 모호하다. 대학정보공시제를 보자.

 

첫째,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은 공개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항목이다. 학교의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대학 경쟁률 정도만 공개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취업률은 수도권과 지방, 인기직종과 비인기직종 등 대학교육 이외의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대학의 우수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일례로 우리나라와 같이 학벌에 민감한 일본의 경우에는 학교별 취업률은 공개하지 않는다. 전국 및 지역별, 전공대계열별 수준에서 문부성이 공표하며, 개별 대학 홈페이지에서도 정보를 공개하되 재정지원·학교서열화·교육분야의 경쟁촉진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교과부는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 적립금을 활용하여 투자한 주식·펀드 현황이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주식·펀드투자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대학이 투자한 주식·펀드현황과 손실여부는 대학 재무실태의 안정성 여부를 파악하고자 하는 수요자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다. 그러나 이번 정보공개에서 대학의 적립금에 관한 정보공개는 재무제표상의 적립금 누적액을 공개하는 매우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차원에서 본다면 오히려 미국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은 철저히 교육서비스 차원에서 대학정보를 공개한다. 해당 대학의 재학기간 동안 예상되는 학생경비추정액, 해당 대학이 제공하는 자격증리스트, 학생서비스 개요, 해당대학의 캠퍼스 안전여부, 해당대학의 연방정부 융자금의 채무불이행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수요자의 알권리 보장’를 내세우면서 철저히 ‘수요자’ 입장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미국의 이러한 사례는 왜 참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교과부는 이번에 대학정보공개지침에 따라 학생, 교육 및 연구성과, 대학재정 및 교육비, 교육여건, 대학운영과 관련된 총 96개 항목의 정보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언론은 등록금,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등 몇 가지 지표에 집중하여 ‘대학순위 매기기’에 열중했다. 앞으로 정보공시제로 공개되는 대학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교과부가 정보공시제 추진배경으로 구조조정의 가속화를 제시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순위매기기’를 부추겨 퇴출대학을 가려내는 것이 교과부의 본래 의도가 아닌가 싶다. 교과부는 정보공시제 정책추진의 방향과 내용을 전면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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