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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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 드러낸 국립대학재정회계법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11.24 조회수 :409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된 국립대학재정회계법에 대한 논평과 해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대교연 논평] 불법의 합법화와 꼼수로 일관된 국립대학재정회계법


* 우리연구소는 2008년 11월 18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검토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조만간 전문을 공개할 예정이나 급하게 필요하신 분들은 개별 연락 바랍니다. 다음은 요약 논평입니다.


정부는 지난 18일 국립대학재정회계법(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국가는 국립대학 교육 및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재정 지원을 총액으로 출연하고(제4조), 재정운영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국립대학 재정 및 회계의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한 재정위원회(제8조)를 두도록 했다. 또한 정부 출연금 등으로 세입으로 하는 교비회계를 두고(제10조), 적립금 제도를 도입해 건축시설적립금, 장학적립금, 연구적립금 및 퇴직적립금 등을 적립할 수 있으며(제22조), 발전기금을 설립해 차입과 수익사업(제24조, 제26조, 제28조에서 제30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국고지원 의지 안밝혀

 

법안은 당초 대학 구성원들이 우려했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우선 한계가 명확하기는 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국고지원 축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며 성의(?)를 표시했던 ‘물가상승률, 국가재정규모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빼버렸다. 그리고는 "국가는 국립대학의 교육 및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재정지원을 할 수 있"고, "국가는 재정 지원을 함에 있어 인건비, 경상적 경비, 시설확충비 등 국립대학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국립대학에 총액으로 출연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다. 경우에 따라 국립대학 재정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등록금 부담 증가 확실

 

법안은 또한 학생과 학부모 학비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 확실하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국립대학은 현실적으로 학생등록금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법안은 이와 별개로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는 조항을 몇 가지 명시하고 있다.

 

먼저 법안은 발전기금을 통해 수익사업을 하도록 허용(제30조)했다. 그러나 국립대학이 발전기금 차원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다른 회계로부터의 전입금`, 즉 교비회계, 산학협력단회계 등으로부터 전입금을 받아 사업을 벌이는 것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대학회계 문란으로 인한 안정성 저해로 심각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국립대학 발전기금이 외부 전입금에 의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수익사업은 대학 내 기숙사, 식당 등 복지시설 등에 대한 위탁사업을 발전기금이 계약 당사자로 나서 직접 운영하거나, BTO 방식의 대규모 복합몰 건설 등과 같은 사업뿐이어서 대학 구성원들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립대학도 적립금 제도 도입

 

법안은 또한 사립대학에만 존재하던 적립금 제도를 국립대학까지 확대(제22조)했다. 이로 인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경쟁적으로 적립금을 적립할 것이 분명하며, 정부 출연금을 적립할 수 없는 이상 학생 등록금이 주 재원이 될 것이다. 이는 등록금 폭등을 예고하고, 다시 적립금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다.

 

아울러 국립대학에 차입금 제도도 도입되었는데 국립대학이 국고 부담을 수반하지 않고 차입금을 차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등록금을 상환 재원으로 하는 것 밖에 없어 또 다른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법안 구성 치명적 오류

 

한편, 법안은 기성회계 폐지 조항을 삭제한 채 기성회계와 기성회계 직원을 그대로 존치시켰다. 그러나 이는 국무회의에 제출된 법안 제안이유와 다르다. 국무회의에 제출된 법안 제안이유에는 분명히 `국립대학 국고회계와 기성회회계를 통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법안 제안이유와 법안 내용이 맞지 않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고회계와 비국고회계 이중 구조는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에서 해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립대학 법인화를 주장했던 학자들 역시 단골 메뉴로 언급했던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기성회계와 기성회계 직원을 존치시킨 채 법안을 추진했다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이는 정부가 얼마나 졸속적으로 법안을 추진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립대학법` 제정해야

 

정부는 등록금 인상을 통한 국립대학 자체 운영이라는 말도 안되는 법안 제정 작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미 본색을 드러낸 이상 국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생각 역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가 국립대학을 진정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법을 도입해야 한다. 기성회계를 폐지하되 이를 정부가 보존하고, 일반회계와 통합한 후 국고지원은 총액으로 출연하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 이후 총장선출, 재정운영, 인사 및 조직 문제는 대학 구성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운영 체제를 보장하면 된다. 대학 운영에 대한 평가 역시 대학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별도 구성해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정책 개입은 이들 문제를 도입한 이후 일정 시기가 지난 다음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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