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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0.10.21 조회수 :920
고려대 장하성 전 교수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 언론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장하성이든 누구든 잘못을 했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고위공직자로 임명했으니 정권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보도되는 장하성 교수 관련 비판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그동안 사학 비리를 대하던 보수언론들의 모습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고려대 단란주점 법인카드 사용과 순금 퇴직선물 문제는 지난해 5월 교육부 회계감사에서 처음 불거졌다. 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충격이고, 정상적인 사회라면 언론이 비판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당시 지면에 기사를 쓴 곳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국경제뿐이다. 그러다 지난 9월 고려대 종합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역시나 보수언론 반응은 냉담했다. 조선일보는 2단 짧은 기사를 지면에 내보냈고, 중앙, 동아는 지면에서 아예 언급도 안했다.
장하성 주중 대사, 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그래 놓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법인카드 사용 교수들 속에 정부 고위직인 장하성 전 교수가 등장하자 온갖 내용으로 며칠째 기사를 쓰고 있다. 만약 장하성 전 교수가 없었다면 고려대 감사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 5월과 올해 9월 조선, 중앙 지면에는 ‘학생들 분노’ 따위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조선과 중앙이 열심히 쓰고 있기 때문이다. SNS 등에서 조국 전 장관 논란 당시 고대생들의 촛불 집회에 빗대 ‘선택적 분노’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최근 조선, 중앙 보도 영향이 크다.(고려대와 특수관계인 동아일보는 지면에 장하성 교수 관련 기사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겠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사학개혁이다.
그동안 보수언론은 사학개혁에 핏대를 세우며 반대했다. 사학 비리를 일부 대학의 문제로 치부하다,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등의 감사 결과가 나오자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다. 사학 설립자 및 운영자 비리뿐만 아니라 장하성 전 교수를 비롯한 교수들의 교비 또는 연구비 횡령, 입시 비리 등은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립학교법은 너무나 허술하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당사자를 징계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데, 이것도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수가 비리를 저질러도 3년이 지나면 징계를 할 수 없다.(금품 및 향응 수수는 5년, 성폭력 범죄는 10년) 연세대가 입시 비리에 경고만 한 것도 징계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연ㆍ고대 종합감사에서 적발된 인사를 처벌하려면 사립학교법 징계시효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중요한 것은 징계시효가 아니라 교육부가 사립대학을 얼마나 정기적으로 감사하냐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연세대, 고려대는 대학 설립 이후 처음 종합감사를 받았다. 그런데 교육부 종합감사는 통상 감사 직전 3개년 자료만 확인한다. 다시 말해 교원 징계시효를 5년, 10년 늘려도 교육부 종합감사가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립대 교육부 종합감사를 정기적으로 하거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학구성원들의 청원으로 종합감사가 가능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교수, 직원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대학 내부 통제시스템이 필요하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대학평의원회나 등심위에 학생참여를 늘리고, 대학구성원들이 대학 내부 문제를 외부에 자유롭게 알리도록 징계 관련 학칙과 사학비리 제보자 피해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요구한다. 정부와 여당은 보수언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그래서 더이상 장하성 전 교수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지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대학 민주화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