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등록금 해결을 위해 당장 나서야 한다.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9.11 조회수 :408

2학기 등록금 마련에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고려해본 학생이 70%에 달한다고 하며, 그중에는 끝내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도 있는 듯하다. 등록금 대책으로 내놓은 학자금 대출은 2학기 7.8% 이자율로 최고치를 경신했고, 서울의 모 대학에서는 등록금 못낸 학생 명단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벌써부터 내년 등록금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말 등록금 대책은 없는 걸까.

 

우리 연구소가 2006년 148개 4년 사립대학 예·결산을 분석한 결과, 수입에서는 5천억 원, 지출에서는 7천억 원, 도합 1조 2천억 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부풀려 많은 차액을 남긴 것이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책정하면서 수입은 적고, 지출할 데는 많아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남겨진 1조 2천억 원은 2006년 거둬들인 등록금 총액의 16.5%나 되며, 전년대비 등록금 증가액 7,427억 원의 약 1.6배다.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결과에 대해 대학에서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예산을 결산에 맞춰 완벽하게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예·결산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물론, 예·결산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예·결산 차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예산을 대충 짜면, 정확한 수입과 지출이 예측이 안 돼 등록금이 인상된다. 예·결산 차이는 예산을 꼼꼼히, 치밀하게 짜려는 학교 당국의 노력이 있으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학교당국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예·결산 차액 생기더라도 대부분 이월금으로 넘겨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적절하지 않다. 대학들은 예·결산 차액 중 많은 부분을 적립금으로 축적해 매년 4천억 원 가량 증액시키고 있다. 2006년 현재 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는 적립금 총액은 4조 9천억 원으로 전국 4년제 대학생(대학원생 포함) 70%의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이월금 역시 문제다. 이월금이 많다는 것은 연간 단위 사업계획을 제대로 짜지 않았거나,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편성했다는 반증이다. 이월금의 과다는 매년 지적되는 사안이지만 시정될 기미가 없다. 심지어 이월금을 축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월금은 다음 연도 예산에 수입으로 잡히는데, 이 때 이월금을 축소해 편성한 것이다. 수입이 줄어들면 당연히 등록금이 인상되는 결과를 낳는다. 본예산에 제대로 잡히지 못한 이월금은 추경예산에서 수정하면 된다고 하지만, 추경예산에서 이월금이 늘어난다고 등록금을 깎아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남은 돈은 대학발전과 학생들을 위해 쓰이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떠한가. 이러한 명목의 쓰임은 이미 예산에 잡혀 집행되고 있다. 문제는 여러 이유를 달아 등록금을 인상했지만, 남은 돈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투자는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2008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대학 교육의 발전을 위해 재정 확대가 절실함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대학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재원을 등록금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문제다. 민간재원으로 세계 수준의 대학 교육을 이룬 나라는 없다.

 

대학은 매년 정기적으로 수십·수천억 원의 등록금을 현찰로 받는다. 그래서일까. 등록금 마련에 고통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공감지수가 형편없이 떨어져 보인다. 예산만 잘 짜도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음에도 대학의 반성이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등록금 반값’은 자신의 공약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2006년 지자체 선거부터 들고 나왔던‘등록금 반값’공약은 이명박 정부 첫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었던 이주호 전 의원이 성안한 것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 공약뿐만 아니라 현재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등록금 대책과 똑같다. 이는 자신의 공약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함이거나, 국민들의 쏟아지는 항의와 비판을 회피해 보려는 얄팍함이거나, 선거도 끝난 마당에 안면 몰수하겠다는 태도다.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고, 학자금대출 연체자는 1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났다.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 정당, 학교당국은 등록금 문제를 수수방관해 왔다. 견디다 못한 국민들이 앞장서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등록금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정당, 학교당국은 당장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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