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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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율화 추진계획’은 자율로 포장된 대학 시장화 계획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7.30 조회수 :562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월 24일(목) 대학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역량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대학 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계획(시안)(이하 ‘자율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및 대학협의체로부터의 수요조사(4.7~4.25)를 토대로 마련된 이번 시안은 45개 자율화 과제를 담고 있으며 8월 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학자율화 추진 속도는 과거 정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취임 한 달 만에 대통령 초청 대학총장 간담회를 통해 규제 완화방안을 밝혔으며, 취임 150여 일에 이르러 자율화의 총체적 윤곽을 제시했다.

 

학문의 자유, 대학의 민주화, 사회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 모든 측면에서 오늘날 ‘자율화’는 대학운영의 기본 전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과거 군사정권이 낳은 반민주적 잔재 혹은 행정편의위주의 획일적 대학운영은 마땅히 개선되어야 한다. 국립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제약하는 각종 법령,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제한하는 학칙, 획일적인 대학평가 기준 등은 개선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대학 자율화는 과거 정권이 낳은 통제의 잔재를 없애는 의미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이명박 정부의 대학 자율화는 ‘대학의 시장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자율화 계획은 우리 대학을 무한경쟁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계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대학이 국내에 분교를 설립할 경우 본국 외국학교 법인의 회계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외국교육기관이 무분별하게 재정을 운영했을 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차단한 것이며, 외국교육기관의 과실송금 허용은 본격적으로 외국교육기관의 국내진출을 돕겠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국내 대다수 대학은 존립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도 최소한 마련되어야 할텐데 이번 자율화 계획은 오히려 이와 반대다. 학교법인이 재산을 처분할 때 처분재산이 10억원 미만인 경우(대학 또는 산업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신고만 하면 되도록 했고, 본교 외 지역에 위치한 교사시설이 갖추어야 할 기준과 총 입학정원 내 증원·증과 시 갖추어야할 교육여건 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있어 교육여건의 부실화를 자초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율화 계획은 대응자금 전출을 명목으로 대학에서 원할 경우 교비회계에서 산학협력단 회계로의 전출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산학협력단이 결국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길을 열어주었으며, 교원재임용 계약시 직명별 근무기간에 대한 지침과 교원의 직명별 최소 근무소요연구에 관한 지침을 폐지하고 교원 신규채용 공고기간을 학칙에 위임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교원 신분 불안은 물론 채용 비리 우려를 낳고 있다.

 

즉, 이번 자율화 계획에 따르면 교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들이 자율이라는 명목 아래 대폭 완화되어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교과부는 8월말 확정 전에 학생·학부모, 일반인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했으나 과거 교과부의 전력을 보면 이마저도 요식행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는 이번 자율화 계획을 스스로 철회하고 대학구성원들과 함께 ‘자율화’의 개념부터 재정립해야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이번 자율화 계획을 ‘시장화 계획’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다시 발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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