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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7.17 조회수 :623
2008년 2학기 학자금 대출금리가 8%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학자금 대출금리는 국고채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되는데 현재 5년 만기 국고채금리가 연 6.09%, 주택금융공사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보고한 가산금리 2.43%로 이를 합치면 8%를 넘게 된다. 학자금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의 대다수 대출상품 금리(7% 내외)보다 높은 셈이다.
이제 학자금 대출이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는 말도 옛말이 될 상황이다. 실제로 며칠 전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소득 분위별 대출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때 대출을 받은 기초생활 수급권자와 소득 1~3분위의 비율이 37.5%로 감소하고, 중산층과 고소득층인 6~10분위의 비율이 48.8%로 폭등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2학기 학자금 대출금리 인상을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소득 수준 하위 3~5분위 학생에게 지원했던 대출금 이자 2%를 3%로 1% 늘리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6,7분위 학생에게도 대출금 이자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이 전부다.
1% 증액이라면, 예를 들어 소득 3분위에 해당하는 학생이 800만원의 학자금을 대출받았을 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16만원(2%)에서 24만원(3%)으로 8만원이 늘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학부모들이 수백 만 원의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8만원의 혜택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이마저도 지난 달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로 이명박 정부가 수세에 몰렸을 때 서둘러 내놓은 ‘기업-서민가계 지원대책’에 담긴 내용이여서 국민들이 힘겹게(?) 얻은 성과가 아닌가싶다.
학자금 대출 금리 인상 예고로 학생·학부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을 때 한나라당이 귀추가 주목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학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 등록금 인상률이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 대학의 경우, 사실 내용 공시 의무화·10만원 기부금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하고 △ 현행 정치자금과 같이 대학에 대한 기부금 가운데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도입하여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학생 장학금 지급 및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에 사용하는 내용으로 ‘조세특례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법안추진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제재방안을 담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진정성이 의문스럽다. 먼저 정부가 대학자율화를 강조하며 각종 권한을 대학에 대폭 이양하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인상을 어떤 명분으로 제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나라당이 제시한 제재방안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기부금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 과태료 부과 등은 교비회계 손실만 초래할 뿐 학교운영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제재수단이 되기 어렵다.
기부금 세액공제의 경우에도 그 막대한 예산에 대한 확보방안이 없다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왜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에 활용하도록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해야할 몫을 왜 단위학교에서 해결해야 하는가. 이번 법안이 등록금을 올리려는 대학운영자에게도 밉보이지 않고, 정부의 재정부담도 피해가면서 국민들을 생각한다는 인상도 적당히 심어줄 수 있는 한나라당의 표밭관리 이상으로 비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학비부담 문제를 생색내기식 혹은 선심성 정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우선 점점 높아지는 학자금 대출 금리에 대해서는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타 부처의 정책금리 수준으로 인하하고, 저소득층의 무이자대출 확대 폭을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 그러나 폭등하는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자금 대출 금리는 국민에게도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곧 개원하는 18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