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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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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과 투명성 강조한 2019년 교육부 업무보고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8.12.14 조회수 :694

교육부는 12월 11일(화) 대통령에게 ‘2019년 업무보고’를 했다. 최근 벌어진 사립유치원 비리,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교수자녀 학사비리 등을 의식한 듯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교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교육부 혁신’, ‘교육마피아’ 오명 벗을까


교육부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교육’ 실현의 최우선 과제로 ‘교육부 혁신’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기관을 사립 초‧중등학교 및 법인까지 확대하고 사립대학 무보직 교원으로의 취업도 제한하고, 기본역량진단 결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이거나 최근 5년간 비리로 제재를 받은 대학 총장의 경우 취업제한 심사 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교육부 직원의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 및 직무관련자와의 사적 접촉 금지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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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12월 11일(화) 대통령에게 ‘2019년 업무보고’를 했다.(이미지=청와대 페이스북) 


‘교육부 혁신’이 우선과제로 꼽힌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퇴직 관료들과 사학의 유착 등으로 ‘교육마피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교육부 관료 30여명이 조교수 이상의 대우를 보장받으며 사립대로 자리를 옮겼고, 이들 중 일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E등급을 받은 대학에 취업해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교원으로의 취업제한과 재정지원제한대학‧비리대학으로의 취업제한은 ‘교육관료-사학 유착’근절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라 할 수 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만 통과하면 여전히 취업제한기관으로의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사를 더욱 강화해야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교육비리 근절의 핵심은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부 혁신’ 다음으로 교육부는 ‘비위당사자 엄정 대응 및 교육비리 근절’을 제시했다. △시험지 유출, 교수자녀 학사비리 등 각종 비리 예방 등을 위해 사립교원도 교육공무원과 동일 기준 적용 △교육부 또는 교육청의 교원 징계의결 요구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 시정‧변경 명령 불이행한 경우 고발 조치 의무화 △‘교육 신뢰회복 추진팀(가칭)’을 설치‧운영하여 상시 감사체계 마련 △‘공익제보 신고센터’ 내실화, 공익제보자 신변노출방지 및 신분보장 제도 정비 △대학 감사의 경우 사업부서 주관 조사결과도 실명 공개 추진 등이 골자다.


사립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비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시험지 유출, 교수자녀 학사비리라는 당면과제 대응에 주력해 ‘비위당사자 엄정 대응 및 교육비리 근절’의 우선적 과제로 ‘교원징계강화’를 강조한 것은 크게 아쉽다. 


국회 의석구조상 「사립학교법」 개정이 어렵더라도 정부는 할 수 있는 일부터 적극적으로 찾아가며 사학 비리 근절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국민 동의를 구해 나가야 한다. 


우리 연구소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당장 어렵다면, 교육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대학 감사 강화와 정보공개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이들 정책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감사규정」, 「사립학교법 시행령」,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특히 감사는 법령이 부여한 교육부의 지도·감독 권한으로, 교육부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감사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 신뢰회복 추진팀(가칭)을 통한 상시 감사체계 마련, 사업부서별 대학 감사 실명 공개 확대 등을 추진키로 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다만 현재 대학감사 제도가 안고 있는 사립대학 감사의 비정례화, 감사인력 부족, 솜방망이 징계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공정하고 신뢰받는 교육을 위해 마지막으로 제시한 방안은 ‘학교구성원 참여 확대를 통한 학교운영의 투명성 제고’다.


학교구성원을 통해 대학운영의 투명성을 유도하겠다는 방안은 바람직하나 초·중등 학생회는 법제화하겠다고 하면서 막상 대학 학생회의 법제화를 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의 학생은 총장선출에 참여하고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할만큼 대학운영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회는 임의기구로 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회 법제화의 대상에 대학도 포함되어야 한다.


반값등록금, 국가장학금 수혜자 비율 늘려야


교육부는 또한 업무보고를 통해 대학과 관련해서 ‘반값등록금’ 수혜범위를 기준중위소득 대비 2017년 90% 이하에서 2018년 120% 이하, 2019년 130% 이하로 높이겠다고 했으며, 대학이 ‘지식창출과 지역성장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대학혁신지원사업, 대학의 연구역량제고, 지역 국립대학 육성, 대학폐교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반값등록금 수혜범위를 높이겠다고 한 것은 국가장학금 지원액이 2018년 3조 6,845억 원에서 2019년 3조 6,051억 원으로 축소편성된 것과 배치된다. 국가장학금 지원예산을 줄여놓고 수혜범위를 늘리겠다고 한 셈이다. 


국가장학금 지원예산 축소에 대해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수혜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밝힌 바 있다. 교육부말대로라면 국가장학금 지원예산은 줄었더라도 업무보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학생 개인에 대한 지원액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교육부가 간과한 것이 있다. 현재 국가장학금 수혜자 비율이 전체 재학생의 42.8%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수혜범위를 높이겠다고 한 것은 국가장학금을 받는 42.8% 수혜자의 지원액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가장학금 수혜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하고 성적제한을 폐지하고 국가장학금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을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이 9만 3천명에 달한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폐교대책에 앞서 ‘문재인표’ 정원감축방안 제시해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감축정책과 관련, ‘폐교대책’만 언급된 것도 우려스럽다. 현 정부는 대학서열화와 지방대학 위기를 초래한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을 비판하면서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한 정원감축을 새롭게 추진했다. 그러나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사실상 2주기 구조조정의 성격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문재인표’ 정원감축 정책은 3주기 구조조정으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5만 여 명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시안)’을 발표하면서 정책연구 및 현장의견수렴 등을 통해 2018년 차기 진단 시안을 발표하고 2019년 차기 진단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9년 업무보고에서 차기 진단 방안 마련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줄세우기식 평가와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게 정원감축 부담을 전가시키는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은 지역별 규모별 대학간 차별을 극대화시켜 지방대와 전문대, 소규모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이러한 방식이 계속된다면 교육부가 제시한 폐교대학에 대한 대책마련도 녹록하지 않다.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폐교대학 청산 지원을 위한 근거 법령 마련 등 대학‧교직원‧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5만 여 명의 정원감축 부담이 지방대, 전문대, 소규모 대학에 전가되어 이들 대학의 폐교가 줄을 잇게 되면 정부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전체대학이 정원감축을 공동부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전체대학이 정원을 감축하면 대학간 불균형 현상을 완화하고 교육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 폐교대학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학생모집의 어려움보다 운영자의 부정비리로 인해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어려운 경우에는 운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운영진 교체 및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대학구성원의 대학운영참여 확대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해당 대학의 진로도 이 과정에서 논의 되어야 한다.


교육주체들과 함께 논의해야


문재인정부는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약속했다.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은 지난 수십 년간 시장에 내맡겨진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무수한 과제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 주체들과 자주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하다. 


2019년은 문재인정부가 3년차에 접어드는 해다. 약속 이행을 위해 업무보고 내용을 보강하면서 어렵더라도 속도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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