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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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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기획재정부의 ‘교육시장화’ 계획 거부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3.17 조회수 :410

지난 10일 기획재정부는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라는 제목의 2008년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과거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친 ‘공룡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발표이자, 이명박 정부 5년의 첫 경제전망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달랐다.

 

그러나 결과는 우려 그 자체다. 고유가·고물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세계경제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6% 경제성장률 달성, 35만개 일자리 창출’ 이라는 성장위주의 정책을 내놓았다.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물가억제, 사회양극화 해소 등 서민과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으며, 의료 영리화·감세 등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할 정책들이 제시됐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서민의 삶이 얼마만큼 고달파질지 암담할 따름이다.

 

암담한 것은 서민경제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성장’을 위해서라면 교육의 황폐화도 감수할 심산이다. 이번 발표에서 기획재정부는 해외 유학·연수 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외국교육기관 및 외국인 학교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외국교육기관의 과실송금 허용, 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자격 기준인 외국거주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완화, 국내법인의 외국인 학교설립 허용 등이 그것이다.

 

과실송금 허용은 우리 교육현장이 외국교육기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국내 사학들의 영리활동까지 부추길 우려가 있어 개방정책을 지향했던 역대 정부들도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한 정책이다.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자격 및 설립규제 완화는 연간 학비가 1000만원을 넘어서는 귀족학교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으로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반대해 온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정책들로 해외 유학·연수 수지 적자를 개선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과실송금 허용을 통해 외국교육기관이 번 돈을 본국으로 송출하면 외화 유출은 마찬가지이거나 더 심화될 우려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대학 교육과정의 질적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단체 주관으로 금융, 건설, 자동차, 조선산업에 대해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산업별 인적자원개발협의체 중심으로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해 공과대학의 산업기여도 평가를 실시하여 우수대학에 대해 재정지원이나 기업신규채용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대학과 산업계의 협력은 필요하다. 우리 연구소가 산학협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협력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산업계의 대학평가는 다르다. 산업계가 대학평가를 주관할 경우 쌍방간에 협력관계가 아니라 종속관계가 형성된다. 대학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정지원이나 학생 취업률에 산업계 평가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대학교육의 내용과 질이 기업체 입맛에 맞춰질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대학에 대한 투자확대, 규제완화, 교육개방 및 평가시스템 구축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높여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세부 실천방안은 이후에 알 수 있겠으나 ‘규제완화’, ‘개방’, ‘평가’는 곧 ‘대학의 시장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같은 맥락의 정책을 추진하여 실패한 역대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거나 오히려 대학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이번 발표에서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까지 제시되어 있어 수도권대학의 기득권강화에 따른 지방대학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모든 영역의 시장화를 내세운 이번 기획재정부의 발표는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기획재정부가 이를 제고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러한 기획재정부의 계획을 그대로 수용해선 안된다. 오는 20일에 있을 교육과학기술부의 업무보고 내용이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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