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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이 우려스러운 이유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6.06.02 조회수 :870

530() 서울대학교 이사회가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배곧신도시에 조성되는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전인 교육형 기숙사와 교직원 아파트, 글로벌 융복합 연구단지, 서울대 시흥병원으로 구성된다.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1,2 단계에 걸쳐 4,000명 수용규모로 건설되며, 글로벌 융합연구단지는 국내외 스타트업 창업 및 중소기업 기술지원센터, 신에너지·웰빙·헬스케어 등 4차 산업 융합 연구개발센터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대 시흥병원은 약 53000부지에 300병상 규모로 설립된다.


학내반발, 주민집단 소송위기 등 순탄치 않았던 시흥캠퍼스 추진이 일단락되자 서울대와 시흥시는 큰 고비를 넘겼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실시협약을 체결하기까지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과연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이 타당한가라는 점이다. ‘2007~2015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수립 당시부터 서울대는 제2캠퍼스 설립을 계획했다. 시흥캠퍼스, 평창캠퍼스는 당시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캠퍼스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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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월) 서울대학교 이사회가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시흥시청이 공개한 서울대시흥캠퍼스 조감도 (이미지=시흥시청 누리집)


그러나 지금 서울대 규모는 제2, 3캠퍼스를 마련해야 할 만큼 협소하지 않다. 서울대 교지면적은 6206,392(2015년 기준)로 우리나라 대학 중 가장 넓다. 평창캠퍼스 면적(2774,368)을 제외하더라도 그 면적이 여의도 면적(290)보다 넓으며, 2위인 연세대(320)보다 넓어 여전히 전국 1위다. 재학생 기준 교지보유율도 640%에 달한다.


외국 대학 캠퍼스와 비교해봐도 서울대 캠퍼스 면적은 큰 편이다. 중국 베이징대의 교지는 274로 오히려 서울대 관악캠퍼스보다도 작다. 미국 예일대도 중앙캠퍼스와 스포츠시설, 골프장 등을 모두 합쳐도 443에 불과하다. 일본 도쿄대의 경우 일본 전역에 보유한 부동산이 32000에 달하지만, 교지 면적만 따졌을 땐 163로 서울대의 절반도 안된다.1


서울대는 교사확보율도 247.8%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구성원들이 과밀화를 호소한다면 공간활용실태를 점검해봐야 한다. 서울대 캠퍼스 운영의 방만함은 평창캠퍼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평창캠퍼스는 2013년 총 3,451억원(2006~2015)의 국민세금을 투자하여 관악캠퍼스의 45% 규모로 조성됐으나 2015년 현재 단 7명의 전임교원이 평창캠퍼스를 전담하고 있어 유령캠퍼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원도에도 어엿한 국립대학이 있는데 왜 서울대가 강원도까지 진출해서 농업인력을 육성해야하는가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시흥캠퍼스를 추진한 것은 서울대가 외형팽창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서울대 외형팽창주의의 여파는 학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2009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발표 이후 시흥은 신도시 이름을 배움곳이라는 순우리말에서 유래한 배곧이라고 할 정도로 서울대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했다.


이에 따라 배곧신도시 부동산은 과열되어 일부 단지에서는 분양가보다 500만원~2,000만원의 웃돈을 얹어줘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실시협약 체결이 늦어지자 배곧신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이 서울대와 소송전을 벌이겠다고 나서는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서울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부동산 과열을 부추기고, 볼썽사나운 소송전에 휘말린 모습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먼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불통의 의사결정구조 문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대 본부는 그간 시흥캠퍼스 추진과정에서 당사자인 학생들을 배제해왔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천막농성을 벌이면서 비민주적으로 강행하는 시흥캠퍼스 추진을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시흥캠퍼스 계획이 제기된 지 6년만인 2014년에서야 학생들이 참여하는 협의기구가 구성됐다. 그러나 시흥캠퍼스 운영형태는 학생간의 단절 등을 이유로 학생들이 반대했던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 형태로 결정됐고, 캠퍼스간의 교류 등 학생들이 제기한 여러 문제가 수용됐는지도 미지수다.


서울대는 정부로부터 독립자율을 요구하며 2012년 법인화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법인화체제 전환 이후 재정난을 호소하며, 3,000여명인 직원을 최대 16% 감축하는 조직개편안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가 내실보다는 시흥캠퍼스, 평창캠퍼스 등 외형적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브레이크 없는 서울대 팽창주의가 걱정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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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서울대총장선거분석①]브레이크 없는 서울대 ‘팽창주의’, 201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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