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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6.04.12 조회수 :626
총선을 하루 앞 둔 4월 12일, 교육부는 기재부, 중기청 등 9개 부처·청과 합동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산학협력 5개년(’16~’20)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하였다. 요점은 대학의 산학협력을 통해 향후 5년간 청년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산학협력 생태계를 고도화함으로써 △사회맞춤형 학과를 통해 우수인력을 지원하는 등 일자리의 보고인 강소기업 기술․인재를 지원하고 △대학(원)생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며 △대학 캠퍼스를 산학협력 집적기지로 육성해 지식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을 개척하겠다는 4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말은 거창하지만 새로울 것은 없다. 내용의 대부분은 기존의 산학협력 사업을 학부 중심에서 대학원까지 확대하고, 공학․제조업 중심에서 문화․예술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까지 확산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을 더욱 확장하는 등 전면화하여 가시적 성과를 올리겠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관련 예산을 증액시키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예산(2016년 기준 2,435억원)은 그대로인데 온갖 목표치만을 추가했을 뿐이다.
교육부는 4월 12일, 향후 5년간 청년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겠다는「산학협력 5개년(’16~’20)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미지=교육부 보도자료 갈무리)
확대일로 걸어온 대학 산학협력, 실상은?
교육부가 평가하듯이, 대학중심의 산학협력은 2003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제정과 산학협력단 출범을 계기로 본격 시작되어 2014년 현재 사이버대, 종교지도자 양성대, 과기특화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356교)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었을 만큼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201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학 산학협력단 자금 규모는 설치 초기(2004년)보다 9배가량 증가했지만 수입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국고보조금(47.8%)이고, 산학협력의 실질 수익이라 할 수 있는 산학협력수익(9.8%)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도 산학협력수익의 68%는 상위 30개 대학이 가져가고, 특히 이 중 기술이전 관련 수익인 지적재산운영이전수익은 85%가 상위 30개 대학에 쏠려있다. 지역별로 보면, 산학협력수익의 43%, 국고지원의 53%가 서울지역 대학에 편중돼 산학협력 활성화가 서울 소수 대학 편중 지원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 거의 모든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될 만큼 양적 팽창은 이뤘지만 실제 산학협력이 이뤄지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양적 목표 제시에만 급급한 계획
그런데도 교육부는 여전히 왜 대다수 대학에서 산학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지 구체적인 원인을 진단하지 않았다. 대학이 운영하는 지주회사 및 자회사를 2014년 266개에서 2020년 500개로 늘리고, 연간 학생창업 기업 수를 247개에서 1,800개로, 학교기업(대학 및 고교 포함) 수를 157개에서 500개로 확대하겠다는 양적 목표를 제시하기 급급할 뿐이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267개)를 운영하는 대학 수는 43교에 불과하다. 학생창업 기업(278개)이 있는 대학 또한 공시대학(243교) 가운데 92교(37.9%)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창업기업 고용 인원수가 1명 이상인 대학은 59교뿐이다. 학생창업 기업 당 평균 고용인원은 1.2명, 매출액은 약 1천 9백만 원으로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년창업 활성화 흐름에 맞춰 일부 대학들이 정부의 창업지원금을 받기 위해 강요에 가까운 무리한 창업을 시도하면서 ‘묻지 마 창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학생 취․창업 역량을 제고해 학교기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뿐이지만, 지난 10년 동안(2004~2013년) 운영상의 어려움 등으로 문을 닫은 학교기업(대학 및 고교 포함) 수만 123개에 달한다.
다시 말해 산학협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필요한 것은 양적 확대가 아닌, 지난 10여년의 대학 산학협력 사업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내실 갖추기이다.
물론 교육부는 산학협력 담당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산학협력 제도 및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계획 또한 제시했다. 하지만 2015년 대학 산학협력단 인력의 약 60%가 근속연수 2년 이하다. 고용형태별로 봤을 때 정규직 비율이 29%, 무기계약직을 포함해도 그 비율이 4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직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고 전문성이 높아질리 만무하다.
매년 일자리 창출 목표만 제시할 건가?
정부는 지난해 7월 교육부, 복지부, 기재부, 고용부, 중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핵심 내용은 2015년~2017년간 신규채용 7.5만명, 청년인턴 7.5만명, 직업훈련 2만명, 일학습병행제 3만명 등 20만개 이상 청년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 대책을 발표하면서 각 부처별 추진과제와 추진일정, 2016년 예산 반영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밝혔고, 교육부 역시 '현장 중심 교육 강화', '산업수요에 기반한 대학 체질 개선'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청년실업률은 정부가 이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인 2015년 6월 10.2%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6년 2월에 12.5%로 1999년 이래 가장 높은 상황이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계획과 달리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 정부는 또다시 교육부와 기재부, 중기청 등 9개 부처·청 합동으로 2020년까지 신규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말이 ‘산학협력 5개년 기본계획’이지, 강조하는 바는 대학지주회사 및 자회사 직접 고용으로 약 3,700개, 대학(원)생 및 교원 창업을 통한 고용창출로 약 1만 6,300개, 기술 이전 및 공동기술개발 등 기업지원으로 기업의 채용여력을 확충해 3만개 이상 등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것도 아니고, 지난 10여년의 대학 산학협력 사업 추진에 대한 구체적 평가도 없이 또다시 산학협력을 강화하면 대학과 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뿐이다.
선거개입 논란 자초한 교육부
더구나 발표시점이 총선 하루 전이다. 물론 교육부는 지난 1월 ‘2016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산학협력 5개년 계획’을 '2016년 상반기에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필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두고 이런 계획을 발표한 것은 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굳이 논란을 자초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