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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4.27 조회수 :817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24일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원대학교 학생 50명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학생들이 30만∼90만 원씩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대학의 설립・경영자인 수원대는 교육법과 교육기본법이 요구하는 교육시설 등의 확보의무를 다하여 학습자의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하는데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 등이 모두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함은 물론 수도권 소재 종합대학교의 통상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여건 개선보다 이월・적립금에 눈먼 대학에 '등록금 환불' 첫 판결
재판부는 그 원인으로 2014년 교육부 감사 결과를 인용 했다. 수원대가 사립학교법을 위반해 ‘이월・적립금을 부당하게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등록금에 비해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실험・실습 교육을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수원대는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된 나머지 예산・회계의 부적정사항도 ‘직・간접적으로 학생들의 실험실습, 시설, 설비 등에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다른 곳에 사용’됐고,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등 8개 지표를 기준으로 한 평가에서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잠정 지정된 점’ 역시 ‘수원대의 시설・설비 등의 미비 정도가 현저해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24일 수원대학교 학생 50명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학생들이
30만∼90만 원씩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당시의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할만 해 (수원대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 등이) 금전적으로나마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등록금 환불’ 판결의 의미와 영향
이번 판결로 해당 시기 수원대에 재학했던 학생들의 유사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된 대학 가운데 교육여건이 열악한 대학 구성원들도 유사 소송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는 매우 다양한 사항을 고려했고, 지적된 문제들이 해소되었다고 판단한 시기에 입학한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월・적립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대학들로 소송이 확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법원이 ‘대학의 설립・경영자는 교육법과 교육기본법이 요구하는 교육시설 등의 확보의무를 다하여 학습자의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 운영자들은 법・제도의 존재 이유가 무색할 정도로 교육여건 기준이나 재정 관련 규정들을 지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으며, 교육부 역시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학생 등록금을 운영비의 주 재원으로 하는 대학의 예산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교육 여건 개선 등에 우선 편성 및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그 동안 자의적이고, 부당하게 예산을 편성・사용했던 상당 수 대학 당국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그 동안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대학들의 무분별한 이월・적립금 축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월・적립금을 부당하게 운영’해 학생들에게 "등록금에 비해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실험・실습 교육을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여러 가지 교육여건을 법적 기준조차 채우지 못하면서 과도하게 이월・적립금을 관행적으로 쌓고 있는 상당 수 대학들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월・적립금에 관한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등록금을 교육여건 개선 등에 사용하지 않은 채 이월・적립금으로 축적했던 대학들은 이를 풀어 교육여건을 개선하거나 등록금을 인하하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학 이월・적립금은 학생들을 위해 쌓는 것이고, 이월・적립금이 많은 대학은 일부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해당되는 일부 대학만이라도 이월・적립금을 풀어 학비 마련에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률안은 자발적으로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그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학 운영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판결은 대학 운영을 부실하게 해서 대학 법인을 해산함으로써 대학 구성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사학 운영자들에게 잔여재산을 돌려줄 것이 아니라 배상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조치 강화 필요
끝으로 법원의 이번 판결을 보면서 교육부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교육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의 손을 들어 줬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같은 지적 사항에 어떻게 처분했을까? 교육부 감사규정(제19조 제2항)에 따르면, 감사 결과 처리 기준은 ▲징계 또는 문책 ▲시정 ▲경고·주의 ▲개선 ▲권고 ▲통보 ▲고발 ▲수사의뢰 등이 있다. 사립학교법은 교원 징계의 종류로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파면・해임・정직은 ‘중징계’, 감봉・견책은 ’경징계‘(공무원 징계령 제1조의3)에 해당한다.
<표> 수원대 감사 결과 지적사항(판결문 예시)에 관한 교육부 처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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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지적내용 |
처분 |
예산편성 및 집행 부적정 |
이월금 과다편성 및 사용계획 없이 적립금 적립, 교육비 환월율,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 미비 |
경고 및 통보 |
미술품 관리 부적정 |
대학 보관 미술품 총장 개인소유로 목록 작성 및 관리 등 |
경징계 및 시정 |
국외 출장비 지급 등 부적정 |
이사장 및 총장 국외출장비 초과지급 및 체재비 중복집행 등 |
경고 및 시정(회수) |
업무추진비 집행 부당 |
선정절차 및 기준 없이 업무추진비에서 교원 격려금 지급 등 |
경징계 및 경고, 통보 |
법인 관련 소송비 교비회계 집행 등 부적정 |
법인이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 교비에서 집행 |
경고 및 시정(회수) |
비품관리 부적정 |
형식적으로만 재물조사 실시 등 |
경고 및 개선 |
※ 자료 : 교육부, 학교법인 고운학원 및 수원대학교 종합감사 결과 및 처분내용, 2014. |
교육부는 수원대 감사에서 법원이 ‘등록금 환불’ 판결에 인용한 6건에 대해 2건만 학교법인과 대학측에 경징계 처분을 내렸고, 나머지 4건은 경고, 시정, 통보, 개선 처분을 내렸다. 더욱이 교육부가 감봉・견책 등의 경징계 조치한 2건도 사립대학 교원(사립학교법)과 직원(학교법인 정관 등)에 대한 징계 주체가 임명권자인 학교법인이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들의 소송이 없었다면 수원대는 교육부에 ‘감사 처분에 따른 조치계획 및 결과’만 제출하고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교육부가 행정기관으로서 한계 때문에 이런 조치밖에 할 수 없었다면 법・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해서라도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월・적립금에 대한 규제 강화해야
이번 판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왔던 사립대학 이월・적립금에 대해 사법부가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그 동안 사립대학 이월·적립금에 대한 규제가 없어 무분별하게 예산을 남기고 쌓았던 것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당시 교과부)는 2009년 12월 사립학교법을 개정(제32조의2)해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고, 등록금회계에서는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만큼만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령 개정은 사립대학의 적립금 축적을 정당화 시켜주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실제 2010년 이후에도 대학의 적립금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월금의 경우도 2013년 사립학교법 개정(제32조의3)을 통해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이월금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교육부장관은 ‘이월금이 재정규모에 비하여 과다한 경우에는 이월금을 줄이기 위하여 시정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비회계 기타이월금 적정규모를 수입 총액의 2% 이내로 설정 ▲결산 시 사고・명시・기타이월의 구분 명확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대학별 잉여금 처리 원칙 마련 ▲외부회계감사 시, 이월금에 관한 사항 검토 철저 등의 ‘이월금 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정요구 미이행 시 제재방안 등이 구체적이지 못해 이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따라서 법원의 이번 판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등록금회계에서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금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적립금을 과도하게 쌓은 대학들의 경우 교육부가 행정조치 등을 통해 교육여건 개선과 등록금 인하 등에 우선 사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월금의 경우도 과다 대학에 대한 제재 방안 등을 마련해 예산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