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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4.14 조회수 :713
올해 초 “반값등록금 공약을 완성했다”고 밝힌 교육부가 ‘반값등록금 폐지’를 염두에 둔 토론회를 개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4월 14일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과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영남대 김병주 교수는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가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과 관련한 지출을 감소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학생 재정 지원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가장학금 지원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또 ▲장학금 수혜를 단지 복지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장학금 수혜를 통한 학생들의 학습의욕 및 감사하는 마음 고취 등의 효과를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논란 부를 교육부의 ‘반값등록금’ 토론회
발제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국가장학금을 대학)구조개혁과 연계해야 하며 ▲학습의욕 및 감사하는 마음 고취를 위해 국가가 장학금을 수혜받기 위한 성적기준은 유지 혹은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적용하고, 장학금 수혜가 “권리”가 아니라는 인식 제고를 위해 홍보와 교육을 확대(국가장학금 수혜후 다음 학기 국가장학금 신청 전까지 학업계획서를 지도교수에게 제출 의무화하고, 이를 지도교수가 확인해준 경우에만 국가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4월 14일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과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반값등록금 폐지’를 염두에 둔 내용이 발제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결국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를 우선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무상국가장학금으로, 중위 및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든든학자금으로 지원하려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저소득층 국가장학금의 재원은 전적으로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고, 대학의 대응투자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더 나아가 ▲무상국가장학금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하위 소득분위는 대학자체장학금이나 무이자 학자금대출을, 중위 소득분위는 대학 자체장학금이나 기본이자의 1/2을 부담하는 학자금대출을, 상위 소득분위는 기본이자를 부담하는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제자의 주장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을 ‘반값등록금 완성의 해’라고 주장하며 대대적 홍보를 한 후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이 주장은 사실상 ‘반값등록금’ 공약 폐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물론 교육부는 발제자 개인의 의견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반값등록금’이 대통령 핵심 공약이었고, 발제자가 전직 한국장학재단 이사였으며, 교육부가 토론회 주관자였고,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후원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속내가 일정부분 반영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부 시기로 다시 돌아가자?
발제자가 내놓은 결론의 핵심은 대학이 부담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없애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무상국가장학금으로 하되, 중위 및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든든학자금(취업 후 학자금 상환)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무상국가장학금 비중을 점차 줄이고 학자금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이명박정부 시기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초생활수급자장학금, 차상위계층장학금, 저소득층 성적우수 장학금 등을 지급하고, 전체를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을 확대하던 방식과 다르지 않다.
박근혜정부가 2015년을 ‘반값등록금 완성의 해’라고 홍보하던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번 토론회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사안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하고 앞으로도 학생,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을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학자금대출 증가 등으로 청년세대 빚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3포 세대’, ‘5포 세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를 후퇴시키는 내용의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교육부 입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가장학금은 국가 시혜가 아닌 국민의 권리다
국가장학금 받는 것을 ‘권리로 인식하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도 그렇다. 정부가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치하다. 국가장학금 지급이 정부가 학생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란 생각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국가가 세금으로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국민들은 국가에 ‘감사’를 표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재원은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낸 세금으로,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가운데 하나다.
특히 국가장학금 정책은 정부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대학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의존하면서 등록금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치닫자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켜 대학생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고 교육권을 보장하해야 한다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 때문에 도입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장학금을 원하는 대학생들은 학업계획서를 내고 지도교수 확인을 받으라는 주장은 어처구니없음을 넘어 치졸하기까지 하다.
정부 스스로 인정한 국가장학금 성과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발제문을 보면, 국가장학금 제도로 인해 학생들의 학업시간이 증가하고, 학업 성적 향상 유인 효과가 있었으며, 일반 휴학률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밝힌 부분이다. 이는 발제자 개인 의견이 아닌 지난해 ‘한국장학재단이 국가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정부 스스로가 ‘반값등록금’의 효용성을 확인한 부분이다.
이런 성과를 얻었으면 교육부는 현행 정책을 보다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가는 내용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이번 토론회는 국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선에서 약속한 복지 공약을 줄줄이 파기하고 있는 최근의 정부 정책 기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 입장 명확히 해야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와 관련해 ▲국가장학금으로 연간 수조 원을 지원하고도 대학 등록금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수준까지 인하되지 않고 있는 점 ▲약 3조원 예산을 대학에 일임해 지속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한 점 ▲대학들이 재정압박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 시기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등은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교육부가 이런 숙제를 뒤로 하고, ‘반값등록금’ 홍보에 주력하다 토론회를 통해 뜬금없이 ‘반값등록금 폐기’ 여론전을 펼친 것은 누가 봐도 어이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출된 입장이 정부 입장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명확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