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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3.19 조회수 :1,300
새누리당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전국대학생 실태 백서에 따르면, 한 학기 적정 등록금을 묻는 질문에 대학생 2명 중 1명은 ‘100~200만원’이라고 답했다. 2014년 한 학기 등록금이 사립대 367만원(연간 734만원), 국립대 209만원(연간 418만원)인 것에 견줘봤을 때, 현재 등록금의 절반 수준을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교육부가 2015년 국가장학금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2015년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대학생들의 ‘희망’은 ‘현실’이 되었어야 한다. 정부 발표대로 2015년 국가장학금을 통해 ‘반값등록금’ 정책이 실현되었는지, 도입 4년째를 맞고 있는 국가장학금 제도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고액 등록금과 국가장학금 도입
한 때 사립대학 총장들이 “대학 등록금은 최소 1500만원은 받아야한다”, “대학 교육의 질에 비해 우리나라처럼 등록금이 싼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OECD 교육통계』를 통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나마 미국은 대학생의 70%가 등록금이 저렴한 주립대학에 다니지만, 우리나라는 80%의 학생들이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학에 다닌다. 국민들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5일 ‘2015년 국가장학금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2015년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과도하게 비싼 이유는 정부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대학 교육비를 학생·학부모가 부담하게 했기 때문이다. ‘수익자부담원칙’은 대학 교육의 수혜자를 학생으로 보고, 수혜자인 학생 개인이 교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비의 70%를 민간이 부담하고 있다. 대학 교육비의 30% 정도만을 민간이 부담하는 OECD 국가들과는 정반대다. 국가 차원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부분 국립(國立)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등록금도 무상 수준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고등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매우 대조적이다.
더불어 1989년부터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사립대학은 등록금을, 국립대학은 기성회비를 대학 자율로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부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까지 20년간 대학 등록금은 물가인상율 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더 많이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사립대학 연간 등록금은 1990년 143만원(인문계열)~193만원(의학계열)에서 2014년 498만원(인문)~814만원(의학)으로 5배 가량 인상되었다.
고액 등록금 문제가 불거지자 이명박정부는 2010년 “서민・중산층 학부모들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단번에 해소하는 획기적인 조치”라며 든든학자금 제도(취업후 학자금 상환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대출제도는 당장의 학비마련을 쉽게 해줄 뿐 등록금과 이자를 포함한 금액을 졸업 이후에 고스란히 상환해야 하고, 학자금 대출로 인해 청년 채무자만 양산되는 문제를 낳았다.
이에 따라 이명박정부는 2012년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 차원에서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은 ‘국가장학금’이 처음이다. 물론 2011년 이전에도 국가장학금 제도가 있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장학금, 차상위계층장학금, 저소득층성적우수장학금 등 빈곤 계층을 대상으로 했으며, 관련 예산도 3천억원 수준에 불과해 등록금 정책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7분위까지 반값등록금’ 공약 지켜지지 않아
고액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소득 1~2분위는 등록금 전액, 3~4분위는 75%, 5~7분위는 50%, 8분위는 25%를 지원해 ‘반값등록금’을 실천하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기초~2분위 학생들이 받는 1유형 국가장학금은 480만원이다. 사립대 등록금 734만원(2014년 기준)의 65% 수준이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에 다니는 기초~2분위 학생이 1유형 국가장학금 480만원을 전액 받는다 하더라도 등록금이 가장 저렴한 인문사회(734만원) 계열이 65% 지원되고, 등록금이 비싼 자연과학(900만원), 예체능(995만원), 공학(937만원) 계열 학생은 48~53% 지원에 불과하다. ‘2분위까지 등록금 전액 무상’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7분위까지 반값’도 살펴보자. 3분위 학생들이 받는 국가장학금은 360만원으로 사립대 등록금 대비 지급률이 49%다. 같은 방식으로 보면 4분위 36%(264만원), 5분위 23%(168만원), 6분위 16%(120만원), 7~8분위 9%(67.5만원)다. 가까스로 3분위 학생들까지 반값 수준일 뿐 ‘7분위까지 반값’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7분위 학생들이 받는 국가장학금은 1년간 67만 5천원, 한 학기 34만원에 불과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용돈 장학금’이라고 명명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정부는 ‘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1유형 국가장학금만을 두고 보면 ‘반값’ 등록금 공약은 실현되지 않았다. 물론 대학 자체노력과 연계한 2유형 국가장학금(5천억원)이 추가로 지급되겠지만, 1유형 국가장학금 예산 2조 9천억원과 비교하면 6분의 1에 불과해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주장과 실제 학생들이 체감하는 ‘반값등록금’ 사이에 이처럼 온도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설계부터 잘못된 박근혜정부의 ‘반값등록금’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설계부터가 ‘반값등록금’이 아니었다. 대학 등록금 수입 총액은 약 14조원이고,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7조원이다. 그런데 정부가 2015년 ‘반값등록금’ 재원으로 마련한 예산은 국가장학금(3.6조원), 근로장학금(0.2조원), 희망사다리장학금(0.1조원) 등 총 3조 9천억원이다. 그리고 나머지 3조 1천억원은 등록금 인하, 교내외 장학금 등 대학자체노력으로 마련한다고 밝혔다. 정부발표대로라면 반값등록금에 필요한 7조원 예산은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전액 부담하지 않고, 상당부분을 대학에 떠넘기면서 ‘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정부가 고액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대선에서 약속한 ‘반값등록금’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반값’ 수준의 등록금 재원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반의반값 등록금’인 3조 9천억원 수준에 머물고, 1유형 국가장학금 기준도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 등록금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국가장학금 7분위 까지 반값’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들이 자체노력으로 부담해야 하는 몫도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대학 자구노력으로 등록금을 인하・동결하거나 장학금을 유지・확충할 것을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반값등록금’ 정책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장학금을 축소하더라도 정부가 현실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가중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채 박근혜정부의 ‘반값등록금’ 유지 여부마저 불투명하게 될 것이다.
등록금 정책으로서의 근본적인 한계
현행 법・제도에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물론 올해까지는 대다수 대학이 동결했지만, 이는 정부가 반값등록금 완성의 해로 선포한 것에 따른 ‘정치적’ 논리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화여대가 등록금 2.4% 인상안을 추진했다가,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대학을 방문해 주재한 간담회에서 총장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위한 정부의 취지에 따라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내년 이후에도 정부의 압박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정부가 다른 대안도 없이 등록금 인하를 유도했던 2유형 국가장학금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재정지원제한대학 사업 평가에 포함시켰던 등록금 부담 완화 지표마저 사업이 종료되면서 등록금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렇게 되면 수 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도 고액 등록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국고가 투입된 이상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 외에 합리적인 예산 편성과 운영의 책임성 및 투명성 등도 견인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13년 한 해 동안 155교 사립대학들의 수입축소・지출뻥튀기 예산 편성 규모는 1조원에 달했고, 사용하지 않고 이월한 금액도 9천억원, 기금으로 적립한 금액도 1조원에 달했다. 법인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토지매입, 건물매입, 건설비 등 자산 투자 비용도 1조 2천억원에 달하는 등 기존의 방만한 예산편성・집행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소득분위 산정 방식 개선과 국가장학금 제도의 한계
한편 올해 국가장학금 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소득분위 산정 방식이 바뀐 것이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하기 때문에 소득분위를 투명하게 산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존 소득분위 산정 방식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소득을 파악할 때 건강보험료 납부에 사용되는 소득분위 산정체계를 활용했는데, 소득과 일부재산(주택, 자동차)만이 반영되고, 부채와 금융재산 등이 제외됐다. 이로 인해 부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자로 분류되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하거나, 고액 금융자산이 있음에도 저소득자로 분류되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는 등의 부당 사례가 존재했다.
소득을 파악하는 기준과 판별하는 기준이 다른 문제점도 있었다. 건강보험료 납부 산정체계를 활용해 가계 소득을 파악한 후, 몇 분위인지 판별할 때에는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소득 10분위 체계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기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통계청 소득 체계 방식에는 재산소득이 포함되지 않아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한 정확한 소득분위 판별도 제한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소득분위 산정(파악과 판별)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으로 개편했다. 이전에 조사 대상이었던 상시소득, 부동산, 자동차 외에도 연금소득, 금융재산, 부채 등을 포함해서 광범위하게 소득·재산을 조사하게 된 것이다.
제도 개편 과정에서 지난해까지 소득분위가 낮았던 학생들이 높은 소득분위로 산정되어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액이 적어지는 등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이너스 대출과 같은 부채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집계에서 빠져 있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편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초·중등 교육비 지원 등 정부 복지 사업에 공통 활용되는 방식으로 이전보다 개선된 방식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가장 최근 발표된 세무당국의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62.7%(2012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소득 분위에 따른 국가장학금 지급은 어떤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에서는 학생들이 교육비를 더 많이 지원받기 위해 소득 분위가 낮아야만 한다. 다시 말해 가난의 정도가 커야 더 많은 교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게 한 잔인한 제도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근본적인 반값등록금 정책 마련되어야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재정 지원을 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제도는 정부지원을 확대하면서도 등록금은 낮추지 못하고, 재원의 절반을 대학에 위임해 지속가능성 마저 불투명하며, 사립대학 개혁을 견인할 수도 없다.
‘반값등록금’은 과도한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경제적 요구뿐만 아니라, 정부가 대학 재정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소득과 연계해 등록금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박근혜정부의 ‘국가장학금’ 제도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하면서도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반값등록금’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가 직접 등록금의 절반을 교부금으로 지원해 고지서상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춰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 학부모 누구나가 체감하는 ‘반값등록금’을 이룰 수 있고, 정부가 사립대학 운영에 한 몫을 담당함으로써 대학의 공공성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정부 재정지원이 미미한 ‘독립형 사립대학’ 체제를 사립대학 재정의 절반 가량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 체제로 전환하여 사립대학 개혁을 견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이화교지에 기고 된 글 입니다.>